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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도 되는데"…파업에 부각된 은행점포 통폐합

지난해 상반기 국민은행 비대면채널 거래비중 90%·파업효과 '축소'
실무자 절반 안나와도 은행 영업지점 피해 없어…점포 축소 '가속'

이윤형 기자 (y_bro_@ebn.co.kr)

등록 : 2019-01-09 15:48

▲ KB국민은행 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8일 오전 한산한 KB국민은행 지점.ⓒ연합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지난 8일 19년 만에 총파업을 단행했다. 파장은 없었다. 국민은행 전 직원 1만7000명 중 약 30%인 5500명(사측 추산·노조 추산은 9000명) 안팎이 파업에 참여했다.

이날 국민은행 전국 1058개 전 지점은 문을 열었다. 비대면 채널이 정상적으로 가동돼 혼란이 없었다. 주택구입자금이나 전세자금 대출, 수출입·기업금융 업무 등 특수 업무도 은행이 미리 지정한 전국 411곳의 거점점포가 마련됐다.

9일 금융권 일반에 따르면 파업 여파가 제한적이었던 것은 고객들이 점포를 직접 찾기보다는 모바일뱅킹과 ATM 등을 이용해 은행 업무를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전체 거래에서 온라인뱅킹 등 비대면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86%에 달했다.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이용까지 더하면 90%가 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이 판매한 전체 개인적금의 59%도 모바일뱅킹을 포함한 비대면 채널을 통해 판매됐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파업 사태가 국민은행 노사 문제를 넘어 금융소비자들에게 '은행원이 없어도 충분히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이벤트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파업 당일 국민은행은 이른 오전부터 '총파업 관련 은행 업무 안내'를 발표하고 본부직원 파견을 통한 현장 혼란 최소화하겠다며 대대적인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지점마다 '파업으로 업무 처리 시간이 지연되거나 일부 업무가 제한될 수 있다'는 대고객 안내문이 붙었지만 실제 분위기는 달랐다.

서울 여의도·광화문·마포 등 사무실 밀집지역에서도 오전부터 점심시간 이후까지 대기 인원은 5명을 넘지 않았다. 창구에 들어앉는 내방객보다 객장 안에 설치된 ATM(현금자동입출금기)를 이용하고 나가는 고객들이 더 많았다.

창구 대기인원을 줄이기 위해 국민은행 몇몇 지점에서는 스마트뱅킹 사용이 가능해 보이는 젊은 층 내방고객에게는 최대한 비대면 채널로 안내하는 모습이 더러 보이기도 했지만, 이 같은 영업 행태는 파업과 관련 없는 타행에서도 사용하는 방법이다.

상품가입이나 송금·이체, 공과금 납부 등 창구도움이 불필요한 업무는 대기번호표를 발급받는 단계에서 모바일뱅킹으로 곧바로 안내받고, 창구가 아닌 객장 대기석에서 업무 처리를 도움 받았다. 심지어 창구에 앉아서도 모바일뱅킹을 안내받는 데 그치는 것은 이미 익숙한 은행 풍경이 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무자들이 절반가량 출근을 하지 않아도 문제없이 점포가 열리고, 하루 종일 큰 문제없이 운영되는 상황은 '디지털 금융시대'에 마주한 은행원들의 입지"라며 "국민은행 파업은 고객들에게 은행원은 물론 점포마저 필요하지 않다는 현실을 깨닫게 해준 효과가 더 커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올해도 지점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지점에 방문해 업무를 처리하는 고객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융연구원 금융브리프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인터넷뱅킹 서비스 일평균 이용 건수는 이전 분기보다 7.5% 증가한 1억1664만건에 달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다음 달 28일까지 13개 지점(지점6개, 출장소6개, PB센터1개)을 줄일 계획이다. 신한은행 역시 이달 28일까지 안국역점 등 5개 지점과 2개의 출장소를 통폐합한다. 또 다음 달 11일에는 충북 북문로지점을 충북영업부금융센터와 통합한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아직 지점 통폐합 계획 수립을 마치지 못했으나, 기존보다 더 줄이기로 큰 방향을 잡았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2일 종로6가지점, 강북구청지점, 광진구청지점, 노원구청지점, 성동구청지점 등을 인근 지점과 통합하고 남산북 출장소 등 5개 출장소를 인근 센터와 합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은행들의 지점 폐쇄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지점 폐쇄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있다지만, 현실은 국민은행 파업 사태를 통해서 드러난 것과 같다"며 "이전처럼 창구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은행 업무는 이제 많지 않아 은행 입장에서는 점포 정리가 당연한 수순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