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 03 | 29
6.8℃
코스피 2,746.63 0.81(0.03%)
코스닥 905.50 4.55(-0.5%)
USD$ 1347.5 -3.5
EUR€ 1453.1 -4.4
JPY¥ 890.5 -1.9
CNY¥ 185.8 -0.3
BTC 100,022,000 1,273,000(-1.26%)
ETH 5,049,000 69,000(-1.35%)
XRP 907.5 21.6(2.44%)
BCH 872,300 62,300(7.69%)
EOS 1,599 75(4.92%)
  • 공유

  • 인쇄

  • 텍스트 축소
  • 확대
  • url
    복사

[르포] KT 화재, '아현동 경제'가 멈춘 날

  • 송고 2018.11.25 17:43 | 수정 2018.11.25 17:54
  •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카드단말기·포스 시스템 먹통…소상공인 '소비자 불만·소비위축' 직격탄

현장 근무자 "통신구 다 타버렸다. 동케이블은 나중, 광케이블 먼저 복구"

아현역 3번출구 근처 통화불능 상태의 공중전화.ⓒEBN 강승혁 기자

아현역 3번출구 근처 통화불능 상태의 공중전화.ⓒEBN 강승혁 기자

25일 오전 11시경 아현역 3번 출구 계단을 올라오자마자 2개의 공중전화부스를 바삐 오가는 시민이 보였다. 난처한 듯 해 말을 거니 "전화 좀 빌립시다."는 부탁을 받았다. 전화를 마친 그는 "어제부터 휴대전화가 안 되네요. 공중전화도 안 되는데다가 돈을 먹었고요."라고 했다. 부스에서 수화기를 들자 "집중 관리 센터에 보고중…전송실패"라는 메시지가 패널에 표시될 뿐 통화연결음은 들리지 않았다.

이시각 아현동 일대는 통신망을 거치는 모든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았다. 케이블이 불탔다. 24일 오전 11시 12분쯤 전화선과 광케이블이 설치돼 있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소재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완전 복구까지는 최대 일주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통신뿐만이 아니라 자영업자들의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KT 네트워크를 쓰는 카드결제단말기와 결제망인 포스(POS) 시스템이 먹통이 됐다. 소상공인 업종에 속하는 도소매업은 카드결제 수요가 크다.

아현시장에서 의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업무용으로 쓰던 KT 통신사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SK텔레콤 통신사 스마트폰으로 화물업무를 보는 자구책을 쓰고 있었다. 더군다나 점포를 정리하는 상황에서 맞닥뜨린 통신망 장애에 A씨는 당혹감이 역력했다.

A씨는 "카드결제단말기, 포스기가 지금도 안 되고 있다"며 "손님들은 카드 왜 안 되냐고 계속 물어보는데, KT 화재로 통신이 안 된다고 얘기할 수밖에 더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저희 가게같이 몇천원짜리 물건은 현찰로 준다지만 큰 가게의 경우 음식을 먹으면 10만원, 20만원 나올텐데 카드결제를 못하니 그런 데는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아현시장 의류점 상인 A씨가 이용하고 있는 SK텔레콤 통신사 스마트폰(왼쪽), KT 통신사 스마트폰. 영업용 앱이 먹통상태인 KT 스마트폰 대신 SK텔레콤 스마트폰으로 화물업무를 보고 있다.ⓒEBN 강승혁 기자

아현시장 의류점 상인 A씨가 이용하고 있는 SK텔레콤 통신사 스마트폰(왼쪽), KT 통신사 스마트폰. 영업용 앱이 먹통상태인 KT 스마트폰 대신 SK텔레콤 스마트폰으로 화물업무를 보고 있다.ⓒEBN 강승혁 기자

카드결제가 중단되면서 점주와 고객 간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청과물점주인 B씨는 "어제 한 식당에서 고객이 밥을 먹고 카드를 냈는데 결제가 안 되니 싸움을 하고 난리가 났다고 한다. 목욕탕가서 들은 얘기"라며 "또 젊은 사람들은 핸드폰 없으면 죽는 줄 아는데 얼마나 답답하겠나"라고 우려했다.

아현시장은 드문드문 사람들이 지나다닐 뿐 한산했다. 문을 굳게 닫은 상점의 수가 적잖았다. 불경기에 이번 사고까지 겹치며 상인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정육업을 하는 C씨는 "사람 자체가 없다"며 "바깥 사람들이 안 나오는데 별 수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을 아꼈다.

25일 일요일 오전 11시께 한산한 아현시장 전경.ⓒEBN 강승혁 기자

25일 일요일 오전 11시께 한산한 아현시장 전경.ⓒEBN 강승혁 기자

아현역 인근의 카페, 음식점 도처가 입구에 "현금결제만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걸고 있었다. 롯데리아 한 지점은 카드결제는 가능하지만 무인주문기(키오스크) 사용은 물론 롯데포인트 적립·SK텔레콤 할인·모바일상품권(기프티콘) 등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알렸다. 패스트푸드점에 주문이 몰리는 점심시간대임에도 빈 좌석들이 눈에 띄었다.

해당 지점 롯데리아 부점장은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는 홈서비스(배달)를 못하고 있으며, 손님이 줄어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통신망 장애로 인한 소비자들의 문의는 아현역 인근 KT 대리점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최 씨(25) 한 명이 오롯이 해결하고 있었다. 최 씨는 "현재까지 상담한 고객이 얼추 100명 정도 된다"며 "왜 안 되냐, 망가졌다고 문의하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매장 뒤에 아파트가 있는데, KT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친하게 지내는 단골고객이 많아 아직까지 '격한 감정'을 드러내는 민원인으로 인한 피해는 없다고.

아현역 인근 KT 대리점 매장에 붙은 안내문ⓒEBN 강승혁 기자

아현역 인근 KT 대리점 매장에 붙은 안내문ⓒEBN 강승혁 기자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아현동 경제'의 공전(空轉)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는 전체 민간소비의 신용카드 결제 비중이 약 70%에 이른다. 카드결제 수요가 현금결제로 그대로 이어질 수 없는 만큼 수요 위축이 예상된다.

아현시장이 왜 한산할까. 소비여력이 낮아져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를 보면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전국, 2인 이상)은 131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감소했다. 가구주와 기타 가구원을 중심으로 취업인원 수가 16.8% 줄어들며 근로소득이 22.6% 급감한 데 따른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외식산업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전통시장내 음식점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의 시장경기동향은 각각 54.2, 39.8로 집계됐다. 100 초과이면 호전이지만 100 미만이면 악화다. 전통시장 동향지수가 30대 수준을 기록한 것은 통계가 공개된 2014년 이후 처음이다.

내수 부진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은 늘어나는 등 소상공인의 영업환경은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아현역 인근 고깃집 직원 D씨는 "전화가 안 되니 예약을 못 받는다"며 "카드가 안 되는 가게가 많으니 손님들이 우리 가게도 카드가 안 되는 줄 안다. 예약이 많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들도 많이 떨어지고 견뎌가야 하는데, 물가는 올라가고 장사는 안 된다. 장사를 안 할 수도 없는 거고, IMF때보다도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KT에 따르면 오늘 10시 50분 기준 이동전화는 53%, 인터넷 77%까지 복구가 이뤄졌다. 황창규 KT 회장은 모든 역량을 기울여 이른 시일 내 완전복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KT 계열사인 BC카드도 가맹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ARS 승인 등 가맹점 지원안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기존 비씨카드 가맹점콜센터를 통해 ARS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당 지역 전체 비씨카드 유실적 가맹점주에게 다양한 채널(LMS 등)을 통해 안내한다고 알렸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가맹점주들에게 'BC카드에서 연락을 받았느냐'고 묻자 "따로 받은 안내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 조속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KT 아현지사 건물 오른쪽 측면과 왼쪽 측면. 오른쪽 측면은 1~2층 사이 환풍구에 검은색 그을음이 묻어 있었으며, 왼쪽 측면에서는 지하 통로로부터 검게 탄 흔적이 보인다.ⓒEBN 강승혁 기자

KT 아현지사 건물 오른쪽 측면과 왼쪽 측면. 오른쪽 측면은 1~2층 사이 환풍구에 검은색 그을음이 묻어 있었으며, 왼쪽 측면에서는 지하 통로로부터 검게 탄 흔적이 보인다.ⓒEBN 강승혁 기자

기자가 직접 화재현장을 살펴본 결과, 지상 5층·지하 1층 규모의 KT 아현지사 건물은 지하에서 시작된 화재가 2층께까지 그을음이 보일 만큼 피해 규모가 컸다. 매캐한 냄새가 폐부를 찔렀다.

현장 근무자는 "통신구가 다 타가지고 일단 급한 광케이블을 먼저 복구하고 있다. 동케이블은 나중이다"라며 "인터넷 가입자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전화국과 전화국 연결, 국제 연결이 다 연계돼 있어서 광케이블을 먼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만난 직원 모두가 "조사 중"이라고 답했다.

통신구는 케이블 부설을 위해 설치한 지하도를 의미한다. KT 아현지사 통신구는 전화선 16만8000회선, 광케이블 220조(전선 세트)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스프링쿨러 없이 소화기만 비치돼 있었다. 파장이 클 전망이다.

소방대원들과 경찰 등이 KT 아현지사 통신구의 화재원인을 현장조사하고 있다.ⓒEBN 강승혁 기자

소방대원들과 경찰 등이 KT 아현지사 통신구의 화재원인을 현장조사하고 있다.ⓒEBN 강승혁 기자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황

코스피

코스닥

환율

KOSPI 2,746.63 0.81(0.03)

코인시세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비트코인캐시

이오스

시세제공

업비트

03.29 23:44

100,022,000

▼ 1,273,000 (1.26%)

빗썸

03.29 23:44

99,970,000

▼ 1,210,000 (1.2%)

코빗

03.29 23:44

99,944,000

▼ 1,271,000 (1.26%)

등락률 : 24시간 기준 (단위: 원)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