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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저축은행 '영업지체현상' 빚는 낡은 규제

  • 송고 2018.11.07 22:13 | 수정 2018.11.07 22:08
  •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강승혁 기자/금융증권부

강승혁 기자/금융증권부

고등학교에서 사회문화 과목을 배우는 학생이라면 '문화지체현상'이란 용어를 자주 접한다. 물질 문화의 급속한 변동에 비해 비물질 문화의 완만한 변화가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기술은 발전하지만 관련 윤리가 확립되지 못하거나, 의학의 발달로 노인 인구는 늘어나지만 노인 복지 대책이 미흡한 경우 등이 해당한다.

저축은행은 문화지체현상과 양태가 비슷한 '영업지체현상'을 빚고 있다. 저축은행 부보예금(예금보험이 적용되는 예금)은 올해 6월 말(53조9816억원)까지 14분기 연속 증가세를 기록, 서민들이 널리 이용하는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나 여전히 규제라는 옷은 '미취학아동' 사이즈다.

대표적인 예가 '저축은행중앙회'로의 통합 전산망 일원화다. 금융감독원은 2012년 각 저축은행에 중앙회의 통합 전산망에 가입하도록 강요하고, 자체 전산시스템을 고수하는 저축은행에게는 매일 업무마감 후 여신원장 등 주요 전산원장을 중앙회로도 함께 보내라고 지시했다.

당시 금감원은 영업정지 된 20개 저축은행 중 15개사가 자체전산을 사용하고 이 중 일부 저축은행에서 전산조작을 통한 불법행위가 발생했다며 저축은행들이 통합전산망에 가입하도록 했다. 통합 전산망 가입 자체가 자발적인 것이 아닌 금융당국의 요구로 이뤄진 셈이다.

6년이 지난 현재, 저축은행은 자체 전산망을 가진 시중은행처럼 스마트폰 앱을 통해 비대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까지 핀테크 기술력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저축은행은 자체 전산망을 운영해도, 이체망은 여전히 저축은행중앙회를 거쳐야 한다. 각방을 쓸 수 있는 나이가 됐음에도 여전히 규제는 같은 방을 쓰라고 하고 규정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올해 2월 19년 만에 전면 교체한 차세대 전산시스템(IFIS)에서 4월 오류가 발생해 예금이자 1억원 가량을 중복으로 지급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자체 인터넷뱅킹 앱을 가진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연동한 중앙회 이체망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이 저축은행의 앱 또한 오류가 발생했다. 당시 결제 오류 등 전체 피해의 과반수 이상이 이 저축은행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금이체, 결제 등 대외거래는 중앙회를 거쳐야 한다. 모바일 상품권 구입, 편의점에서의 바코드 결제, 교통카드 선불결제 등 앱 결제 서비스는 다 중앙회 망을 타야한다"며 "저흰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데 그렇게 규정돼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권한을 안 주는 것은 결국 따지자면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원인이다. 그러나 규제를 포함한 정책의 전제는 명확한 대상을 설정하는 동시에 그 배경에 있어 선후관계와 인과관계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부실사태는 부동산 PF에 무리하게 자금을 댔다가 부동산 경기 침체로 회수하지 못하면서 저축은행들이 대거 영업정지를 당한 일이다.

이에 금감원은 PF사업에 소요되는 사업자금의 20%이상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할 수 있는 차주(시행사)에 대해서만 PF대출을 취급하도록 했다. 저축은행은 PF 대출자산을 전체 대출자산의 20%, 부동산 부분은 전체의 45%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인과관계를 가지는 규제다. 통합망을 쓰도록 하는 것과 '제2의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얼마만큼의 인과관계를 가지는가.

최근 저축은행이 해외송금업무에서 배제된 사실 또한 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부정적 인식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다. 은행과 일부 소액 해외송금업체가 독점했던 해외송금 시장을 카드, 증권사에는 허용해줬지만 저축은행은 여러 차례 의견서를 냈음에도 해외송금업 허가를 받지 못했다.

저축은행들은 사태 이후 체질을 바꿨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8% 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은 8% 이하를 요구하는데 올해 2분기 말 저축은행들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5%,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1%였다. 저축은행이 파산했을 때 예금자보호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5000만원 초과 예금액은 6조원을 돌파했다.

저축은행은 노년층을 비롯한 젊은층에까지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활발히 하면서도 금융업계에서는 마치 집안 경조사에서 배제되는 '서자'라도 되는 양 취급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력에 따른 권한과 책임을 주지 않으면서 서민금융이라는 역할만을 요구하는 건 어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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