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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메리츠의 역습…장기 인보험서 삼성과 '월 4억' 차이

판매수수료 및 상품 경쟁력으로 부동 1위 삼성화재 턱밑 추격
DB손보와 현대해상 3,4위권으로 밀어내고 KB손보 5위 전락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8-10-29 13:35

▲ 독립법인대리점(GA)의 협력을 꿰찬 메리츠화재가 전속조직 보강을 통해 장기손해보험에서 삼성화재를 턱 밑까지 추격하며 막강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다. ⓒEBN

독립법인대리점(GA)의 협력을 꿰찬 메리츠화재가 전속조직 보강을 통해 인보험에서 삼성화재를 턱 밑까지 추격하며 막강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다.

손보사 핵심역량지표인 장기보험의 인보험에서 만년 5위 메리츠화재가 부동의 1위 삼성화재를 월 4억 차이로 따라잡았다. 2위사 현대해상과 DB화재는 3,4위권으로 밀려났다. 옛 LG계열사 시절 2위 위상을 자랑했던 KB손보는 사상 처음으로 대형사 밖으로 추락해 중견사 5위에 머물렀다.

이같은 경쟁 속도라면 만년 중위권에 머물던 메리츠가 역전 드라마는 물론, 시장 판도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 것으로 예고된다. 보험 영업과 소비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갈아엎지 않으면 시장 도태는 예고된 수순이라는 경고도 들린다.

▲ 지난달말 기준 메리츠화재 장기손해보험(장기보험) 실적은 99억원으로 삼성화재 103억원보다 4억원 못 미치는 실적으로 손보사 2위를 달성했다. 장기보험이란 만기 2년 이상 보험으로 손보사 핵심지표로 통한다.ⓒEBN


◇GA+전속TM 쌍끌이 영업전략…장기 인보험 1위 노리는 메리츠화재, 삼성은 2위 코앞

2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장기손해보험 인보험에서 메리츠화재가 99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삼성화재 103억원보다 4억원 못 미치는 실적으로 손보 2위에 달한다.

장기손해보험이란 손보사 매출 60% 이상에 달하는 핵심지표로 통한다. 이중 인보험은 암보험과 질병·상해보험 등 건강보험,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등 사람의 생명과 질병관련 보험으로 장기손보 매출의 60~70%에 달하는 핵심 사업이다. 장기보험은 만기 3년 이상의 △인보험 △물건이나 재산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는 물보험 △저축성보험으로 이뤄졌다.

그동안 장기보험 시장은 삼성화재가 3개 부문에서 모두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메리츠화재가 자사 상품만 판매하는 GA 형태의 사업가형 점포를 설치한 뒤 설계사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성장세를 보였다. 외부 GA들과의 협력도 중요한 성장 요인이다.

메리츠화재는 판매 수수료 뿐만 아니라 맞춤형 상품, 언더라이팅 완화, 전산 시스템 협조, 상품 교육 지원 등 전방위적인 경쟁력 강화를 펼쳤다. 한 GA 대표는 "메리츠는 판매 수수료 뿐만 아니라 상품구성과 전산 협조에서 타사 대비 뛰어나다"면서 "메리츠는 월간이 아니라 주단위 상품 기획 회의를 통해 좋은 상품을 빠르게 만들어 낸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에 대해 "기존 손보사들이 단기간 어설프게 GA영업 전략을 추진했다면, 메리츠화재는 자사만의 특화된 처방전을 시장 깊숙히 침투할 수 있는 장기간 구사했기 때문에 지금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면서 "대형사들이 잠깐 맛보기로 펼치는 GA 전략은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지난달말 기준 메리츠화재 장기손해보험(장기보험) 실적은 99억원으로 삼성화재 103억원보다 4억원 못 미치는 실적으로 손보사 2위를 달성했다. 장기보험이란 만기 2년 이상 보험으로 손보사 핵심지표로 통한다. ⓒEBN

그동안 손보업계에는 메리츠화재 성공 비결로 최고 수준의 자산운용 수익률(4.6~4.8%)을 꼽았다. 자산을 굴려 이익을 내 영업 실탄으로 썼다는 추정이다.

이에 대해 당국 관계자는 "GA 시장의 전략은 수수료만 높게 준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GA 설계사가 상품과 교육 시스템에 온전히 스며들어 메리츠화(化)가 돼야만 완전 판매로 귀결된다"면서 "이것이 최적화되기 위한 기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GA도 최소 1년 보험사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메리츠화재는 약 2년 이상 자사만의 특화된 수수료와 상품 정책을 구사해왔다. 내년도 전속TM 육성을 비롯한 영업 전략이 준비된 상태다.

이를 의식한 삼성화재 내부적으로는 기존 실적에서 매출이 더 오르지 않으면 사실상 장기 인보험 1위를 향후 메리츠화재에 내주게 된다는 위기의식과 긴장감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수익과 직결되는 장기 물보험에 영업을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 돌풍에 판도 변화 시작…현대·DB 3, 4위로 밀려, KB는 사상 첫 5위 추락

이같은 메리츠화재의 돌풍으로 기존 상위권 손보사의 실적은 하락세를 형성했다. 비자발적인 니즈로 가입하는 경향이 높은 보험 시장은 서로 고객을 뺏어야만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제로섬(Zero sum) 게임으로 불린다.

2위권 삼총사로 불렸던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KB손보는 확고한 2위 자리를 메리츠화재에 내주면서 순위가 밀렸다. 9월 장기 인보험 실적 기준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가 각각 99억, 103억 달성할 동안 72억을 기록한 현대해상은 3위로, DB손보는 71억으로 4위로 후퇴했다.

60년 업력 동안 상위권을 영위했던 KB손보는 올해 들어 사상 처음 5위권으로 추락했다. KB손보는 옛 LG계열사 시절 2위 위상을 자랑했지만 업계 경쟁이 치열해질 수도록 실적이 점차 후퇴한 케이스다.

중하위권 손보사들은 큰 변동 없이 저실적이 고착화됐다. 한화손해보험(6위), 롯데손해보험(7위), 흥국화재(8위), NH손해보험(9위), MG손해보험(10위)이 중하위권을 이뤘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메리츠가 시장판도 변화를 이끌 수 있었던 배경으로 △전문성 있는 경영진들로 이뤄진 지배구조 △회사에 기여한 만큼 인정받는 성과주의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집단지성의 힘을 꼽았다.

이에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CEO와 몇몇 임원이 경영을 해도, 성과가 나는 성장시대는 종결됐다. 조직내 전문가들이 힘을 보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문화와 조직시스템이 중요하다"며 "보험사도 내부와 기존 관행만 천착하는 시각을 정리하지 않으면 경영의 패러다임이나 소비자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기 기업에 대해 제3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삼성화재를 비롯한 대형사들은 최근 1~2년간 내실을 다지는 차원에서 장기 인보험 대신 이익이 많이 남는 장기 물보험 확대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장기 인보험에 대한 메리츠화재의 공격 기세가 커지면서 대형사들의 갈등도 커졌다. 특히 전속 설계사 조직이 비대한 대형사들은 발빠르게 혁신하기 힘든 설계사 인적 자본에 대한 고민이 깊다.

대형사 관계자는 "최근 대형사들은 경쟁 구조보다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담보에만 집중하고 있다"이면서 "메리츠화재는 규모 면에서 단기 성과와 외형 확대에 유리한 상황인데 그 지속성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