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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깨어나라⑥카드-끝]결제사업만으론 안 돼

결제부문서 적자규모 확대…순이익 3년 만에 1조원 급감
스타트업·신기술금융업 투자↑…금융사 '무거움' 버린다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등록 : 2018-09-26 00:00

[편집자주] 한국경제의 '대질주' 시대는 끝났다. 한국경제는 50년간 성장을 이끈 대기업 낙수효과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소득이 이끌어가는 분수효과에 미래동력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산업구조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경제가 7~8%대 고도성장이 아닌 3%대 저성장 구조에서도 안정적 성장을 지켜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가치와 산업의 전환적 공백기에 우리 금융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제안들을 6회에 걸쳐 짚어본다.

▲ 카드사의 결제사업 부문 적자규모는 2012년 -1782억원에서 2018년 추정치 -7063억원까지 적자 확대가 예상된다.ⓒ픽사베이

"회원, 자산에서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는 한편, 비용 구조조정과 함께 수익성이 낮은 자산은 과감히 줄여나감으로써 카드사의 본원적 사업에서의 확실한 성과를 거두겠다."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의 임영진 사장이 '2018년 하반기 사업전략회의'에서 하반기에 반드시 달성해야 할 핵심 과제로 제시한 메시지다. 수익이 나는 자산에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카드사의 본원적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으로, 즉 카드사의 명운(命運)이 걸렸다는 절박감이 읽히는 대목이다.

◆'결제' 부문서 적자내는 카드사…하락세 면치 못하는 순이익

"카드사의 결제부문은 적자이며 적자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결제부문 경쟁 환경은 카드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대응을 어렵게 한다."(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카드업계의 전망에 부정적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홍준표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신용카드업계의 2019년 영업이익이 2017년 대비 약 15% 감소가 예상된다"는 전망을 내놨으며, 한국기업평가도 내달 4일 '카드사, 겨울이 오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신평사들이 잇따라 카드업계의 리스크 점검에 나선건 카드사 업황 부진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한 발 빠른 신용도 조정은 신평사가 채권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행위인 만큼, 카드사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카드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사에게 적신호가 켜지는 시나리오다.

국내 8개 카드사 순이익은 2014년 2조2000억원 이래 매년 줄어 2017년에는 1조2000억원으로 3년 만에 1조원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국제회계기준(IFRS) 전년 동기(1조4191억원) 대비 31.9% 감소한 9669억원을 기록했다.

카드사가 본위인 결제부문에서 적자를 지속하면서다. 이 적자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정책 리스크 확대에 기인한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지난 10년 동안 총 9차례에 걸쳐 지속적 인하가 이뤄졌다. 영세가맹점 기준 카드 수수료율은 지난 2007년 이전 4.5% 수준에서 최근 0.8%까지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우대수수료 적용 범위를 영세가맹점의 경우 연 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은 연 매출 2억~3억원 이하에서 3억~5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2019년 초 예정된 가맹점수수료율 추가 인하, 서울페이 등 간편결제 확대 가능성 등 정책변수를 고려할 경우 적자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카드사의 결제사업 부문 적자규모는 2012년 -1782억원에서 2018년 추정치 -7063억원까지 지속 확대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대출자산 확대로 일정한 순이익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정부가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이 또한 장기 수익성이 난망하다. 대출 문턱을 높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내달부터 적용하고, 중금리대출을 제외한 대출 총량규제가 이뤄지고 있어 수익발생이 과거보다 제한된다. 일부 카드사가 다시 은행에 통합될 가능성이 나오는 것은 이처럼 결제 상품, 대출 상품의 수익성이 모두 악화되면서다.

임영진 사장을 비롯한 카드업계 수장들은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키우자"고 강조하고 있다. 의례적인 당부가 아닌, 카드업계로선 생존이 걸린 주문이다.

◆신사업 창출 위해서 스타트업과도 맞손…전통 금융사 '무거움' 버린다

금융업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그동안 혁신이 나타나기 힘든 구조였으나, 이는 요즘 카드사에겐 옛말이 되고 있다. 전통금융사의 '무거움'을 버리고 스타트업과의 협업모델을 빠르고 과감하게 구축하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과 효율적인 사업 모델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에 투자해 카드사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 19일 반려동물 모바일 플랫폼 '올라펫' 운영 스타트업인 이에쓰시컴퍼니에 9억8800만원(지분율 9.09%)의 지분 투자를 마치고 업무 제휴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1000만 펫팸족을 겨냥한 포석이다.

이 제휴로 KB국민카드 고객들은 국민카드의 빅데이터 기반 실시간 마케팅 시스템인 '스마트 오퍼링 서비스'가 제공하는 반려동물과 동행 가능한 카페, 음식점 등 1400여 개 장소를 실시간 안내 받을 수 있다. 올라펫 앱 안에 개설된 'KB금융관'에서 KB국민카드 결제 시 6400여 개의 반려동물 관련 용품을 상시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올라펫 콘텐츠 이용 데이터 등 반려동물 관련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와 KB국민카드의 반려동물 관련 카드 결제 빅데이터 등을 분석해 고객별 맞춤형 상품 및 콘텐츠 추천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 지분 투자금은 반려동물 플랫폼 시스템 고도화, 콘텐츠 제작, 반려동물 관련 각종 서비스 개발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또 KB국민카드는 '퓨처나인(FUTURE9)' 프로그램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사업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지난 7월 2기 퓨처나인에 △고시원/원룸텔 입주 중개 플랫폼을 가진 '네오플랫' △공연 티켓 발행/판매 플랫폼을 보유한 '알제이코리아' △여성 위생용품 정기 배송 서비스 플랫폼을 선보인 '씽즈' 등 스타트업을 선발했다.

신한카드는 스타트업 협력 지원 프로그램인 아이엠 벤처스(I'm Ventures)를 모집했다. 지불결제 인증보안, AI, 빅데이터, 할부금융 등의 멀티 파이낸스(Multi Finance), 다양한 분야의 신상품, 서비스 등의 4개 사업영역에서 새 수익모델 창출을 위해서다. 선발된 스타트업과 2200만 회원 및 270만 가맹점을 기반으로 한 연계 사업을 펼친다.

현대카드는 지난 3월 'DSC드림X청년창업펀드'에 50억을 내놓으며 업계 최초로 펀드에 기금을 출자해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공유 오피스 '스튜디오 블랙(STUDIO BLACK)'과 스타트업 육성 공간인 '핀베타'를 마련해 100여개의 스타트업 입주를 지원했다.

이들 업체들은 실제 현장에 적용 가능한 협업 성과물도 창출했다. 신한카드는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 '파운트'에 2억5100만원 지분투자와 협업을 통해 인공지능(AI) 기반 소비관리서비스 '신한카드 판(FAN) 페이봇'을 선보였다. 현대카드는 스튜디오 블랙 입주 기업인 '프레임바이(FRAME BY)'와 손잡고 세로카드를 위한 전용 스마트폰 케이스를 선보였다.

KB국민카드가 로아인벤션랩과 작성한 '퓨처나인 리포트'를 보면 금융·상거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건수 비중은 2015년 16.0%, 2016년 17.3%, 2017년 16.0%로 제자리걸음 했지만 웰니스 투자건수는 2015년 18.5%, 2016년 19.4%, 2017년 22.5%로 지속 상승했다. 카드사가 금융 분야에서 웰니스, 주거 등 실생활 밀접 분야로 '이종업 투자'를 넓히고 있다는 뜻이다.

◆'신기술금융업' 투자 늘리는 카드사…김수로 손잡은 하나카드

카드사의 자금은 금융의 마지막 '블루오션'이라고 불리는 '신기술금융업'으로도 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의 신기술금융자산은 올 6월말 기준 81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억35000만원)에 비해 3359% 급증했다. 지난해 신기술금융투자 실적이 전무했었던 것에 견줘 유의미한 투자액이 발생한 셈.

신기술금융업은 새로운 기술, 콘텐츠 사업 등을 개발 또는 사업화하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융자를 뜻한다. 지난해 9월 말 금융위원회는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에 제한됐던 겸영을 허용하면서 신기술금융 투자 활성화 방침을 밝혔다.

6월말 기준 신기술금융자산이 가장 많은 곳은 29억61000만원을 보유한 신한카드. 신한카드는 중고차 매매 플랫폼 차투차, 지급결제 솔루션 비즈니스 TMX코리아, 전기차 충전업체 파워큐브 코리아 등 다양한 업체에 투자를 마쳤다. 특히 전기차 시장은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큰 대표 업종으로, 미래의 시장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고 신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하나카드는 23억8200만원을 신기술금융에 투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신기술사업금융업으로 문화콘텐츠 사업에 투자를 단행한지 1년 안 돼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김수로·김민종이 설립한 뮤지컬·연극 공연전문기획사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와 공동 제작한 뮤지컬 '스모크'의 평균 객석 점유율은 89%를 기록, 공연기간 동안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들 카드사는 수많은 결제흐름에서 발생하는 카드사 고유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투자 성공 확률을 높이고 있다. 하나카드의 경우 카드 이용내역 등을 분석해 공연에 관심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핀셋형 마케팅을 펼쳤다. 이 빅데이터는 한국은행에 경기동향 모니터링을 위한 자료로도 제공된다. 신한카드는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서울시 시정 현안 문제 해결을 돕고 있다.

이전까지 신기술금융업은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카드업과 관련성이 낮다는 인식으로 투자가 저조했었으나, 모든 산업에 빅데이터의 활용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점차 인정받으면서 흐름이 바뀌고 있다. 고객 자료는 물론 상권분석, 입지선정, 고객 타겟팅 등 정보가 풍부한 카드사로선 빅데이터를 활용할 여지가 많다.

즉, 카드사는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기술금융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신용카드사 경영진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마진 축소와 핀테크와의 경쟁에 따른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며, 대형 카드사는 스타트업과의 협업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신용카드가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고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신용카드의 의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