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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도…부동산 말고 투자할 곳 있나

이낙연 총리 금리인상 시사로 채권금리 오르고 한국은행 ‘난감’
저금리에 유동자금 1100조…혁신성장 외쳐도 투자할 곳 없어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8-09-14 09:17

이낙연 총리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으로 한국은행이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이 총리의 이와 같은 발언은 1000조원이 넘는 유동자금이 낮은 금리를 이용해 부동산시장에 몰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나 부동산 외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국내 시장환경이 변하지 않는 이상 대출을 막는 대책만으로 이와 같은 현실이 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이낙연 국무총리가 13일 열린 국회 본회의 정치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데일리안포토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 나선 이낙연 총리는 금리인상 필요성을 시사했다.

1100조원이 넘는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 급등의 주범이라며 금리인상 필요성을 지적한 박영선 의원의 질의에 이 총리는 “빚내서 집 사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었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심각한 생각을 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데 동의한다”고 대답했다.

이와 같은 이 총리의 발언으로 채권금리가 일시 급등하는 등 시장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으며 이후 강력한 부동산대책이 발표되면서 한은의 향후 금리인상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총리의 발언은 낮은 금리가 부동산 투기를 부추겼다는 시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나 총리가 직접 금리인상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달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결정할 경우 금통위가 정부의 눈치를 보고 결정했다는 오해를 피할 수 없으며 이는 금리동결을 결정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정부질문에서 금통위의 독립성이 보장됐다고 강조했음에도 이 총리의 발언은 금통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과 8월 이일형 금통위원이 소수의견으로 금리인상을 주장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금리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신인석 금통위원은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상반기 우리 경제 성장률은 2.8%로 나왔고 약간의 변동이 있더라도 당분간은 잠재성장궤도 수준에 머물 것으로 생각한다”며 “통화정책이 실물경기 안정을 위해 금리조정을 고려할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4%로 정부 목표치인 2%를 장기간 밑돌고 있다. 물가상승률 확대추세가 불확실한 시점에서 금리를 조정하게 되면 당국이 인플레이션 목표제에 충실하게 정책운용을 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신 위원의 설명이다.

2014년부터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높아졌으나 아직까지는 현실적인 위험요소라 볼 수 없고 올해 들어서는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통화정책이 움직이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다.

14일부터 적용되는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다주택자는 더 이상 돈을 빌려 주택을 구매할 수 없게 됐을 뿐 아니라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도 강화돼 재정적인 부담을 느끼는 다주택자라면 보유한 주택의 매각을 고민해야 한다.

▲ 지난 13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대책’ 공동브리핑에서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이 정책 취지를 발표하고 있다.ⓒEBN

시장에서는 저금리기조 장기화로 금융상품에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이 부동산시장에 몰리면서 현재와 같은 시장과열 양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을 제외하고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한국 경제의 현실을 감안하면 많은 현금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강화된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동산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고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 금융당국 및 국책은행 수장들은 이와 같은 부동산시장으로의 쏠림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투자처를 개발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으며 그 해결책으로 4차 산업혁명 투자를 꼽았다.

미국의 경우 최근 10년간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 혁신기업이 경제를 이끌고 일자리를 창출해왔으며 FAANG으로 불리는 이들 기업의 성장으로 인해 지난달 S&P500 지수, 나스닥지수 등 미국 주요 지수들은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 경제는 기존 제조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우려에도 이를 대신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이끌어갈 기업들의 출현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혁신기업들은 창업 초기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성장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민간자본의 투자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 혁신기업 펀드에 민간자금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과 극명히 대조되는 이와 같은 현실은 전통적인 제조업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부동산 시장에만 매달린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으로 벌어들인 돈은 부동산으로, 증시에서 벌어들인 돈은 증시로, 도박으로 벌어들인 돈은 도박장으로 흘러들어가게 마련”이라며 “미국의 경우 벤처에 투자해 돈을 벌었기 때문에 그 돈이 다시 벤처 성장에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강남 김여사가 부동산이 아닌 혁신기업 펀드에 투자하도록 이끌어내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직원들에게 강남 김여사를 설득해 1조원 펀드를 만드는 직원에 큰 상을 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금융당국과 국책은행 수장들이 신성장동력으로 유동자금이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혁신기업 성장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구글이나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와 같은 성공사례로 꼽을 만한 기업이 아직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성장단계에 올라선 혁신기업들 중 일부는 국내에서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중국 등 다른 나라의 투자자를 유치해 그 나라 시장에서 사업을 키워나가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 상장이라도 해야 자금유치가 가능하고 한번이라도 사업에 실패할 경우 재기가 불가능하다시피 한 국내 사업환경에서 구글과 같은 혁신기업 출현을 바라기에는 바뀌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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