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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회장 “임기 중 최대한 많은 기업 팔겠다”

인수한 구조조정 기업, 헐값 비난 받아도 매각하는 것이 기본방침
혁신 없이 기업 생존 불투명 “혁신기업 지원, 멀리 보고 이뤄져야”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8-09-11 18:08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데일리안포토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구조조정 기업들에 대해 매각 가격에 연연하지 않고 최대한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동걸 회장은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산업은행이 인수한 기업들을 헐값에 매각한다는 비난을 계속 받아왔는데 이런 여론 속에서는 기업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매우 곤혹스럽다”며 “기업을 매각하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 아닌지,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인지에 대해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부실기업들을 많이 인수해서 구조조정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됐는데 이들 기업은 이전 정부들에서 서별관회의 등을 통해 산업은행에 강제로 떠맡긴 것이지 산업은행이 스스로 인수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떠맡은 이상 내실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키워서 최대한 많이 매각하고 떠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올해 초 호반건설과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했으나 해외 프로젝트에서 부실이 발견되며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 노조가 ‘밀실매각’, ‘졸속매각’ 등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매각을 반대해왔는데 이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이 회장은 “협상과정을 공개하는 순간 계약이 깨지는데 이를 어떻게 밀실매각이라고 비난할 수 있나”라며 “손실을 보더라도 매각이 정답이라는 것이 나의 기본방침이고 이에 대해 책임지라면 책임지고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 기업들에 대한 매각이 잘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해당 기업 직원들의 모럴해저드를 꼽은 이 회장은 어떤 기업도 산업은행 아래로 들어오면 나가기 싫어하는 성향이 굉장히 크다고 비판했다.

대우건설 노조 역시 매각을 반대하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이는 산업은행 그늘에서 벗어나기 싫어하고 주인의식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회장의 지적이다.

전통적인 제조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4차산업혁명 등 신성장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이 해야 할 역할로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신성장산업 육성을 강조하며 국내 기업들도 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제조업은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최대한 노력해서 따라왔으나 이제 한계에 봉착했고 시장을 리드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우리가 누군가를 따라갔으면 누군가도 우리를 따라올 것에 대한 대비가 이뤄졌어야 하는데 이게 잘 안됐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정답이나 혜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계에 다다른 제조업이 혁신하는 방법은 스마트공장이라든지 AI 도입 등 4차산업 접목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기존 대기업들이 신생 스타트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에 나서는 것도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자금여력은 있는데 변화의 방향을 고민하는 중견기업들과 함께 오픈이노베이션펀드를 조성하고 혁신·창업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기업들도 혁신을 위해 고민하고 있으나 정작 이를 위한 자금의 흐름은 이뤄지지 않아 한계가 분명한 상황이다.

부동산으로 벌어들인 돈은 다시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게 마련이며 증시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강남 사모님들을 설득해 부동산이 아니라 펀드에 투자하도록 이끌어내는 직원이 있으면 내가 큰 상을 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며 “미국의 경우 벤처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기 때문에 그 돈이 다시 벤처 성장에 들어가는건데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가 망하기는 쉬워도 성장하긴 어려운 법이고 당장 몇 년 안에 지원한 기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내 임기 중에 성장을 지원한 기업이 빛을 보기는 어렵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얻을 수 있는 기회가 큰 만큼 위험요인도 많아 모든 주체가 함께 고민하고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얼마 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중국 단둥을 방문하면서 압록강과 신의주를 바라보니 감회가 새로웠다는 이 회장은 “북한 경협은 경제가 홀로 갈 수 있는게 아니고 정치, 외교, 군사적인 측면을 모두 함께 봐야 한다”며 “정치·군사적으로 안정되면 경제협력이 활기를 얻을 수 있고 경제협력이 활발해지면 그로 인해 정치·군사적인 측면이 안정될 수도 있는 상생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협력해서 경협으로 얻는 이득을 극대화하고 북한이 국제사회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함으로써 리스크를 줄이는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