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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까톡] 명분과 프라이버시 사이

박소희 기자 (shpark@ebn.co.kr)

등록 : 2018-09-02 00:01

▲ EBN 금융증권부 증권팀 박소희 기자.
반기보고서에 보수가 5억원 이상인 일반 임직원 상위 5명의 명단이 공개되면서 증권가가 떠들썩합니다. 성과 중심의 증권사들 사이에서 사장보다 많은 급여를 받는 직원이 여럿 있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이렇게 실명까지 공개되기는 처음입니다.

금융투자업계는 최고의 인재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시스템을 갖췄다는게 확인됐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한 차장급 직원이 22억원의 급여를 받았습니다. 최근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대대적으로 인기를 끈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을 개발하고 운용한 담당자가 그 주인공입니다.

한 중형 증권사에서는 84년생 과장이 7억여원의 급여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합병된 한 증권사 출신으로 기관 간 채권 중개가 주요 업무라고 합니다. 이미 채권 업계에서는 업무 능력과 사람을 응대하는 요령이 뛰어나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고 합니다. 7억원보다 훨씬 많은 이득을 회사에 안겨줬다는건데 그 수완은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

젊은 나이에 7억원대의 급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를 향한 시선은 여러갈래로 중첩됩니다. 그 개인의 성과도 성과지만 부서의 특수성도 있어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백오피스 같은 업무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만큼의 성과가 수치로 증명되기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그를 아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말합니다. 그가 일하는 걸 보면 7억원이 결코 많다는 소리가 절대 안나온다고요.

고액의 급여를 받는 이들은 일한 만큼의 보상을 받았다는 게 증권업계 안팎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다른 직원들에게 귀감이 될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급여와 실명이 공개되는 바람에 난데없는 관심은 앞으로 업계에서 일할 날이 많은 젊은 직원들에게 부담이 될 것입니다.

보수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취지로 급여와 실명을 공개한 건데 공개를 통해 어떻게 얼마나 정당성을 구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기업이란 직원들에게 급여를 적게 주는 이유는 가지각색이지만 많이 주는 이유는 간단 명료합니다. 그들이 급여에 응당하는 많은 이익을 회사에 안겨줬기 때문이지요.

오너나 대표이사, 등기임원과 달리 일반 직원들의 급여는 개인 프라이버시에 가깝습니다. 정당성과 투명성 확보라는 명분 때문에 직원들의 벌이까지 공개돼야 하는지는 선뜻 납득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