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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자동분류기' 도입한 CJ대한통운, 업무효율·배송량 '쑥쑥'

'휠소터' 분류 정확도 99%…상자 파손 및 운송장 오염 등 상황 제외 완벽 분류
올해 말까지 물량 적은 일부 지역 제외 178곳에 '휠소터' 도입 계획

이형선 기자 (leehy302@ebn.co.kr)

등록 : 2018-08-23 16:12

▲ 이날 오전 방문한 가산동 터미널은 소비자가 택배를 받기 전 물건을 분류하는 마지막 택배 거점인 서브터미널 가운데 한 곳이다.ⓒEBN 이형선 기자
"'7시간이 넘는 분류작업으로 발이 퉁퉁 붓는 그 고통을 아느냐'는 한 택배기사님의 말에 '자동화만이 답이다'라는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찾게 된 것이 바로 '휠소터'라는 장비였구요."

23일 서울 가산동 터미널에서 만난 최우석 CJ대한통운 택배사업본부장은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방문한 가산동 터미널은 소비자가 택배를 받기 전 물건을 분류하는 마지막 택배 거점인 서브터미널 가운데 한 곳이다. 지상 2층에 구로서브·지하 1층에 관악서브가 각각 위치해있으며 하루 평균 3~4만개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기자가 이날 직접 가산동 터미널을 방문한 이유는 최근 CJ대한통운의 택배상품 분류작업을 두고 일어난 '공짜노동' 논란의 핵심에 있는 '휠소터'를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오전 10시께 터미널에 도착 후 간단한 브리핑을 듣고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지하 1층에 위치한 관악서브터미널로 이동했다.
▲ 입구에 들어서자 작업장 한 가운데 위치한 자동분류기 '휠소터(Wheel Sorter)'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EBN 이형선 기자.

입구에 들어서자 작업장 한 가운데 위치한 자동분류기 '휠소터(Wheel Sorter)'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 켠에는 배송을 기다리는 택배상자가 수북히 쌓여있었으며, 간선차에서 내려진 택배상자들을 실어나르기 위한 컨베이어 밸트도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휠소터'는 지난 2013년부터 중소기업 우양정공과 함께 개발한 시스템으로 원리는 컨베이어벨트 위를 지나가는 택배 상자를 스캐너가 인식해 상자 위에 부착된 운송장대로 구역별로 물건을 분류해주는 방식이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휠소터의 분류 정확도는 99%다. 택배상자의 파손이나 상자 위에 부착된 운송장의 오염 등 바코드 인식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비교적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또한 이런 휠소터 덕분에 택배 분류 속도도 빨라지면서 하루 2~3차례씩 더 물건을 배송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최우석 본부장은 "택배사업은 집배송 밀집도에 따라 생산성이 달라지는 구조를 갖고 있어 물건을 분류, 즉 물건을 많이 빼서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CJ대한통운 택배기사분들은 이곳에 설치된 자동분류기를 통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가장 많은 배송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실제로 현장에서는 일각에서 일었던 논란과는 다른 광경이 연출됐다. 과거 기자가 타사 물류센터를 방문했을 당시, 컨베이어벨트 옆 많은 기사들이 고개를 떨구고 택배 상자 분류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도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CJ대한통운

실제로 현장에서는 일각에서 일었던 논란과는 다른 광경이 연출됐다. 과거 기자가 타사 물류센터를 방문했을 당시, 컨베이어벨트 옆 많은 기사들이 고개를 떨구고 택배 상자 분류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도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택배기사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터미널 곳곳에는 이미 상차를 마치고 배송을 떠난 차량들로 빈자리가 많이 눈에 띄었다.

가산동 터미널에서 근무하는 택배기사들도 휠소터 도입으로 기사들의 배송 처리 건수는 물론, 인당 생산성 및 효율성이 향상됐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나 상자 분류에 드는 시간이 기존(6~7시간) 대비 약 3시간 이상 줄어든 데다 택배기사들이 3인 1조·6인 1조·9인 1조로 조를 구성하거나 5~6명이 돈을 모아 '분류도우미' 고용하는 등 협업 구조로 작업하게 되면서 업무 강도 또한 현저히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 만난 16년 경력의 택배기사 조성하(43세) 씨는 "오전 7시 출근 개념이 사라졌다"며 "요즘에는 늦게 출근해도 오후 6시가 되면 퇴근할 수 있다. 심지어 지금까지 출근을 안한 기사도 있는데 그래도 (분류작업이 빨라진 덕분에) 하루 200개~250개를 처리할 수 있어 월 300만원 정도의 수입은 보장이 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명이 1팀을 이룰 경우에는 1명이 일찍 나와서 중간 중간 기사들 이름에 맞춰 상자를 쌓아두기 때문에 개인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배송량을 늘려 수입을 조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휠소터'는 컨베이어벨트 위를 지나가는 택배 상자를 스캐너가 인식해 상자 위에 부착된 운송장대로 구역별로 물건을 분류해주는 장치다.ⓒCJ대한통운

분류 작업 자동화로 인한 뜻밖의 소득도 있다. 휠소터 설치로 택배기사들의 업무 강도가 완화되면서 여성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 직원들은 주로 '택배분류 도우미'인 경우가 많으며, 이들은 남편 혹은 아버지와 함께 협업하는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CJ대한통운에서 근무하는 택배 분류 도우미는 8월 23일 기준으로 55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을 도와 '분류도우미'로 일하고 있다는 30대 여성 김 모씨는 "지금 '휠소터'가 설치된 지 2주가 채 되지 않아 상자 분류에 오류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기존 택배 작업은 여성에게 힘든 직업으로 인식돼있지만, 업무 강도 면에서는 휠소터 덕분에 지금까지는 크게 힘든 것 없이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 현재 구로지점에는 휠소터가 모두 설치된 가운데 구로서브터미널에는 지난해 11월, 관악서브터미널에는 약 2주 전 각각 설치가 완료됐다. CJ대한통운은 올해 말까지 무주군과 같은 물량이 적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178곳에 휠소터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CJ대한통운

최우석 본부장은 "상자 분류를 기계로 하다 보니 한국형 택배 협업이 가능해지고 있으며,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업 모델이 되고 있다"며 "구로 지점에서는 총 386명이 근무 중으로 여성 비율은 0.8% 정도지만 이탈율이 낮아서 평균 근속 기간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휠소터 보급 확대로 하차인수작업 시 작업강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됐고, 물량 및 수입 증가로 개별 택배기사 차원의 아르바이트 고용도 증가하고 있다"며 "택배기사의 중도 사업 포기 비율 또한 0.5% 이하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사업 안정성도 대폭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구로지점에는 휠소터가 모두 설치된 가운데 구로서브터미널에는 지난해 11월, 관악서브터미널에는 약 2주 전 각각 설치가 완료됐다. CJ대한통운은 올해 말까지 무주군과 같은 물량이 적은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178곳에 휠소터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