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업계 노조·수제맥주 "종량세 개편 안하면 수만 일자리 상실"

송고 2018.07.25 14:08 | 수정 2018.07.25 14:31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내년 세법개정안 포함 안될 가능성 높아지자 강력 반발

국산맥주 수입맥주 조세형평 안 맞아, 산업 쇠퇴로 일자리 축소

ⓒEBN

맥주 과세체계 개편 논의가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한 마디로 물거품될 위기에 처해지자 국내 맥주업계 노조 및 수제맥주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등의 국내 맥주제조회사 노동조합 일동은 지난 24일 성명서를 내고 "국내 맥주만의 특혜를 바라지 않지만 최소한 동등한 룰 속에서 국산맥주와 수입맥주간의 차별 없는 소비자 선택권이 부여되기를 요구한다"며 "노동조합은 하루속히 맥주 과세체계를 종량세로 개편해 노동자의 생존권과 일자리를 보호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조세제정연구원은 맥주세 과세체계 개편 공청회를 열고 현 종가세 기준에서 종량세로 개편하는 방안을 도출하고 이를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

이어 오는 30일 열리는 기재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맥주 종량세 개편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말 한마디로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 18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로 출국하는 자리에서 "맥주 종량세 개편은 조세 형평과 함께 소비자 후생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의 말은 후자에 방점이 찍히며 종량세로 개편되면 수입맥주 가격이 올라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세제발전심의위원회의 논의 대상에서도 맥주세 개편이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맥주업계 노조 및 수제맥주업계는 기재부의 행태를 비판하며 반발에 나섰다.

노조 일동은 "종량세 개편이 좌초되면 위스키에 이어 맥주 제품이 한국을 떠날 것은 시간 문제"라며 "국내 맥주공장에 취업한 5000여 노동자와 1000여개의 하청업체 수만의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생존기반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어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 무역전쟁도 불사하는 마당에 대한민국정부는 국내 맥주산업이 붕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차별 정책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정부가 주세개편에 계속 미온적 태도를 보일 경우 노동자들은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 대정부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도 성명서를 내고 "노조와 노동자가 맥주 종량세를 찬성하는 이유는 높은 품질의 맥주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장인정신이 필요하고, 장인정신은 노동자들의 안정된 고용과 선순환적인 일자리 승계 속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역차별적인 요소를 제거해 맥주산업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일자리 확대에 대한 기대효과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2차 성명서를 내고 "종량세 논란이 '수입맥주 1만원에 4캔' 프레임에 집중돼 본질이 흐려지는 측면이 있다"며 "종량세 도입 목적은 국산을 애용하자는 것이 아니고 증세를 하자는 것도 아니라,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세제도를 확립해 다양하고 품질 좋은 맥주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그 효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자는데 그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고 종량세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 맥주 종가세는 출고가격을 기준으로 주세(72%)와 교육세(주세의 30%)가 매겨진다. 국산맥주 출고가격은 제조원가에서 이윤과 판매관리비가 더해져 결정된다. 반면 수입맥주는 단지 관세청에서 신고하는 가격이 출고가격이 된다.

500㎖를 기준으로 국산맥주는 최소 1000원의 출고가격이 정해져 주세와 교육세로 각각 720원과 216원이 붙는다.

반면 관세청 수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수입맥주의 500㎖ 신고가격은 436원이다. 여기에 붙는 주세와 교육세는 각각 313.9원과 94.2원이다. 국산맥주와 수입맥주간에 세금이 2배 차이나 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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