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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취임 두달 윤석헌, 금감원 '새로고침'

지난달 8일 간부직원과의 워크숍서 '히트 리프레시'라는 혁신 스토리 소개
"조직내 진정한 공감 이뤄지려면 조직의 존재의미(영혼) 재확인 우선돼야"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8-07-12 00:00

▲ ⓒEBN
문재인 정부 금융혁신의 무게중심이 금융위원회에서 금감원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개혁의 칼자루를 관료인 금융위가 아니라 독립기관인 금감원에 쥐어 준 것이다. 배경에는 청와대의 소위 '모피아(재무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기득권을 행사해온 모피아에 휘둘려선 반쪽자리 금융개혁에 그칠 것이라는 청와대 의중이 윤석헌 금감원장 기용에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윤 원장 역시 학자 시절 관료제에 대한 개혁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금융산업 혁신과 개혁 임무를 맡은 윤 원장이 내부와 소통하는 방식에 새삼 관심이 쏠린다. 윤 원장은 최근 취임 두달을 맞았다.

지난달 8일 윤 원장은 간부급 직원과의 워크숍에서 '히트 리프레시(Hit Refresh)'라는 책을 소개했다. 사티아 나델라라는 최고경영자(CEO)가 쓴 이 책은 IT 업계 공룡으로 군림했지만 성장이 멈춰버린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 과정을 담고 있다.

책 제목 '리프레시'는 '새로고침'을 뜻한다.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새로고침(F5)' 버튼을 누르면 플랫폼은 남는 대신, 콘텐츠는 새로운 버전과 화면으로 전환된다. 책에서 나델라 CEO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본질 위에 변화와 혁신을 입히는 변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감’이라는 가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나델라 CEO는 상호간에 진정한 공감이 이뤄지려면 조직의 존재 의미(영혼)를 재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조직의 구성원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이 사회에서 기업은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대화가 필요하단 얘기다. 다소 조직철학적 관점이 짙은 이 책은 군더더기가 아닌, 조직의 본질에 집중하고자 하는 CEO의 고민이 오롯이 담겨 있다.

나델라 CEO는 관료화된 조직문화의 틀을 깨고 관성에 물든 조직원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술을 연결해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게 했다. 다시 열정과 새로움으로 춤추게 만들어 클라우드 통합서비스 점유율 세계 1위 기업으로 재도약하기에 이른다.

이날 윤 원장은 금감원도 마이크로소프트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이라는 조직 본질 위에 혁신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면서 "혁신은 '우리가 누구인가' '우리가 서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를 돌아보며 우리의 강점은 무엇인지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윤 원장은 금감원이 직면한 현실에 대해 꼬집었다. 윤 원장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를 계기로 우리 원(금감원)은 어느때보다 높은 수준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갖출 것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그러면서 핀테크와 P2P 등 우리원의 손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감독기구 체계개편 논의가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커다란 불확실성에 직면하기도 했다"고 우려하면서 "이같은 현실 앞에서 금감원의 강점을 살려나가려면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할지 고민이 깊다"고 최고 리더로서의 고민과 속내도 털어놨다.

금감원의 현실을 주지시킨 윤 원장은 "IT 거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성장이 정체되고 조직이 관료화되면서 구성원의 피로감도 커지는 등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CEO로 선임된 저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영혼을 재발견하고 사명을 재정의하는 것에서 혁신을 출발했다"면서 금감원도 스스로를 재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윤 원장은 "지금이 우리 원에 '새로고침'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그 출발점은 바로 '우리원은 왜 존재하는가'를 명확히 하고 여기에 조직역량을 집중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우리가 이같은 우리의 강점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원장은 간부들에게 "우리 원(금감원)은 은행·증권·보험·공시·조사·회계·민원 등 금융감독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금융감독기구"라면서 "각 분야에서 생성되는 지식과 정보의 집합체로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으며 상당한 잠재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람직한 금감원의 상을 한 문단으로 요약했다. 그는 감독기구로서 정체성을 인식하고, 전문성과 신뢰, 협업의 토양 위에서 효율적이고 책임감 있게 일하는 조직이 금감원의 핵심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행복한 일터는 단지 퇴근시간이나 휴가일수 및 급여수준의 문제만은 아니"라면서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전문가로 성장하고 일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면서 상호 간에 신뢰가 있는 그런 조직이 '일할 맛 나는 직장'"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윤 원장은 "과거 금감원에는 '은행법 전문가는 누구', '시세조종 조사는 누가 선수' 등 이른바 소문난 전문가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이런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을 합당하게 대접하지 못하고 후배들을 양성하지 못한 조직 전체의 책임"이고 "앞으로는 보다 실력있는 조직이 되기 위해 교육과 인사시스템에 각별히 신경쓰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윤 원장은 간부들에게 생산적인 조직과 공정한 조직, 도덕적인 조직, 함께 일하는 조직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부서장들에게 예비 리더를 양성하는 역할과 함께 후배들의 롤모델이 돼주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