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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의 금융살롱] '헝그리정신'이 해법? '꼰대' 보험사·금감원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8-07-11 15:09

▲ 보험사와 당국은 영업 전선에 나간 이들을 관리감독 하기 위해선 수당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규제책만이 능사라고 보는 것 같다. 소비자보호라는 미명 아래에서 말이다. 금융당국이 영업채널 컨트롤이 뜻대로 되지 않자, 이들의 돈줄을 쥐고 생사여탈권을 흔드는 양상이다. ⓒEBN

프레임은 상황을 보는 관점이다. 프레임은 경계 없이 이뤄진 대상들 중에서 특정 장면을 골라 설명하는 기능을 한다. 공룡만큼 덩치가 불어난 보험 독립법인대리점(GA)과 설계사를 바라보는 금융당국과 보험사에 어떤 프레임이 작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몸집을 키워가는 GA가 설계사 스카우트 비용과 과도한 선지급 수수료를 지급함으로써 '철새·먹튀' 보험설계사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우세하다. 금융당국도 사태 진화에 나섰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GA 규제를 보험사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경고를 내놨고 전문가들은 GA가 자체적으로 내부 통제를 강화하면서 수수료 지급 체계를 (보수적으로)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이처럼 보험판매 주채널 GA와 설계사가 잠재적 '사고뭉치'로 전락한 것은 일단 GA와 설계사 탓이 크긴 하다. 실적이 아쉬울 땐 보험 좀 들어달라고 고객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더니, 정작 보험 가입을 하고나면 나 몰라라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설계사를 방치하고 있는 대리점도 책임이 있다. 그래서인지 GA와 설계사는 사고도 치기 전부터 천덕꾸러기로 치부되곤 했다. 나아가 GA업계와 설계사들이 보험업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논리로 이어졌다. 물론 보험권 전체가 문제라면 비난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몇몇 GA와 설계사 때문에 전체가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도 옳지 않다.

당국은 최근 주요 손보사를 불러 법인대리점(GA) 시책 관련한 과당경쟁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며 불완전판매와의 전쟁을 예고했다.

결과적으로 시장과 당국은 GA와 설계사의 수당만큼은 잘게 나눠줘야 '사고를 덜 친다'는 믿음이 작용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는 우리 한국사회에 만연한 '갑을관계' 프레임을 발견했다.

▲ 경제부 금융팀 김남희 기자ⓒEBN
'영업하는 쪽은 언제나 배고파야 한다'는 헝그리 정신이 '분급 수당'을 합리화하기 위해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야무진 투지와 '헝그리 정신(성공에 대한 절실함으로 배고픔을 견디다)'으로 영업전선에 나가 계약을 체결해오는 게 보험인의 표상이라는 성장시대적 발상도 보인다.

보험사와 당국은 영업 전선에 나간 이들을 관리감독 하기 위해선 수당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규제책만이 능사라고 보는 것 같다. 소비자보호라는 미명 아래에서 말이다.

금융당국이 영업채널 컨트롤이 뜻대로 되지 않자, 이들의 돈줄을 쥐고 흔드는 양상이다. '배고파야 말 잘 듣는다'는 개발시대 성장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생각은 기자만의 판단일까. 가난한 소녀가 꿈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남보다 강한 '헝그리 정신'이 있었다는 광고 선전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프레임을 조금 달리해보자. 보험영업인은 언제나 배고파야 할까. 빡빡한 수당으로 하루벌어 하루 살아야 하는 게 언제나 온당할까. 과거에는 설계사들이 실적을 끌어오는 선봉장이었다면, 지금의 설계사는 고객을 마주하는 상담사다. 보험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감동적 경험'을 제시하는 고객경험관리자로 진화된 모습이다.

지금은 인공지능(AI)이 보험 설계와 증권분석스킬(skill)에 나서는 시대다. 손해사정도 인공지능의 몫이 되어 사람이 야기하는 오류를 탐지한다. '사람채널' 설계사는 고객의 심리와 형편, 그 행간을 읽어 적절한 재무적 처방과 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드바이저가 되어야 하는 세상이다. 보험설계사 이상의 다른 품격과 지성이 필요한 시대다.

시장의 한 전문가는 우리 보험업계가 영업채널과 설계사들을 지나치게 헝그리 정신으로 내몰아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세일즈맨'으로만 길들였다고 일갈한다.

그는 "보험사들은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는 영업교육으로 설계사들을 현재까지 일종의 ‘앵벌이’로 활용했다"면서 "가치전환기의 현재 보험사들은 온라인 채널의 효율성을 경험하면서 도약을 꿈꾸고 있지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근근히 영업력을 유지하고 있는 설계사 문제로 발목이 묶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같은 문제의 책임은 설계사들을 종합재무, 라이프플래너로 키우지 못하고 '헝그리 정신'만 강조한 보험사에 있다"고 비판했다. 보험업계를 대하는 금융당국도 갑을관계 구조에 천착하는 양상이다.

경제가 성장하기까지는 우리나라 국민의 '헝그리 정신'을 빼놓을 수 없지만 지금은 상품과 서비스의 질적 우수함, 새로운 가치가 경쟁력인 시대다.

보험설계사와 GA의 바른 영업은 기본.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 제공을 위해 영업수준 향상을 유도하는 게 금융당국의 일이다. 먹고 사는 데 필수적인 수당을 담보로 정도영업을 견인하는 새마을운동 시대는 지났다.

당국이 수당을 볼모로 잡고 설득하는 방식은, 은행이 담보위주 손쉬운 영업에 올인하는 맥락과 다르지 않다. 이유는 쉽게 일하기 위해서다. 분석하고 고민한 뒤 예전과 다른 효익을 도출하는 관리감독 방안을 내는 게 이 시대 엘리트의 역할 아닐까.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보험업계 전문가는 “보험 영업수당을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것보다는 보험사 간 건전한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 편익을 높인 보험사가 경쟁력을 갖도록 감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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