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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보험…시장의 '경고'

금융통합감독·보험업법 개정·저성장 국면에 회계제도 변화 등 난제 산적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8-07-05 14:46

▲ 연쇄적으로 등장한 보험업 환경 변화 요인 때문에 보험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미래 환경변화에 대응해야 하면서도 정책과 감독 변화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픽사베이

보험업 환경의 굵직한 변화 요인이 연이어 부각되면서 보험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특히 정책과 감독 변화에 대한 대비가 다급하다. 저성장 국면의 시장에서 뾰족한 돌파구 없이 보험업계는 십자포화의 한 가운데 갇혀 있는 모양새다.

자본시장에서 이 같은 분위기를 먼저 감지했다. 연초대비 최근의 상장 보험사 시가총액은 8조원 이상 증발했다. 보험업의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던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2일부터 금융그룹의 자본 적정성을 규제·관리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를 시범 운영한다. 금감원은 감독대상 금융그룹으로 삼성과 한화·교보·미래에셋·현대차·DB·롯데 등 7곳을 지정했다. 내년 초에 올해 말 자료 기준으로 감독 대상 변경지정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제도의 직격탄을 맞을 대표적인 기업은 삼성생명이다. 금융통합감독제도 도입 후 삼성의 적정자본비율은 최대 1/3토막나 110%대에 머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복잡한 순환출자 과정에서 생겨난 장부상의 자본은 없어지고, 위험 전이 가능성에 따라 필요한 자본이 늘어나서다.

관련 법 제정에 영향을 미칠 보험업법 개정안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 매각해야 하는 만큼 통합감독제도의 자본위험 평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 저성장 국면의 시장에서 뾰족한 돌파구 없이 보험업계는 십자포화의 한 가운데 갇혀 있는 모양새다. ⓒ픽사베이
하락한 이익도 보험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새로운 국제 회계기준(IFRS17) 도입등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과 세제혜택 축소 등 제도 변화가 보험 시장 악화를 부추기고 있는 양상이다.

생보에서는 저축성보험 판매율이 크게 줄고 손보 시장에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악화됐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비용 지출이 크게 늘어난 점도 실적하락 요인으로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생보사 수입보험료는 26조115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조4860억원(8.7%) 감소했다. 또 보험가입자가 계약 후 처음으로 납부하는 초회보험료도 1년전 같은 기간에 비해 1조5735억원 줄어든 2조6137억원(37.6%)으로 집계됐다. 초회 보험료는 2016년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손보사들은 보험영업에서 7031억원 적자를 냈다. 투자영업에서 1조9324억원 흑자를 내고, 영업외손실을 223억원으로 줄여 적자를 메웠다. 하지만 영업적자 폭이 확대됐다.

보험영업손실은 지난해 1분기(-3208억원)의 두 배가 넘었다. 장기보험이 9281억원 손실을 냈다. 판매사업비 증가로 지난해보다 1888억원 손실이 커졌다. 소비자권익 강화기조의 정부도 보험권에 부정적인 기류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보험사 실손 의료보험료 인하 정책과 영업 현황 점검 강화를 추진하면서 보험업계는 피로감을 넘어 자포자기한 모습으로 냉각된 모습이다.

암 보험금 지급을 두고 요양병원과의 대립각을 세운 상황도 보험업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암보험 약관상 청구 대상이 아닌 암환자도 대거 보험금 청구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특히 계약인 '약관'보다 '금융 소비자 보호'를 우선시하면 '제2의 자살보험'이 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이유다. 금감원은 2년 전 소멸시효가 지나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보험사를 압박한 이력이 있다.


제도와 경영 환경이 이처럼 보험사에 불리하게 작동되고 있는 점은 보험사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연초대비 상장 보험사의 시가총액은 8조5000억원 가량 줄었다. 견실한 대형 보험사로 꼽혔던 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삼성생명·아이엔지생명·한화생명의 주가가 연초 보다 15%~26% 가량 내려앉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극심한 제도 및 환경 변화에 보험업계 입장에서는 '보험홀대론'이 다시 떠오른다는 반응이 나온다"며 "보험업을 정부의 복지 강화 수단 혹은 적폐 청산 대상 정도로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험을 독립적인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보험업계 일자리 생산도 무의미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