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용진표 만물상 '삐에로 쑈핑'에 빠지다

송고 2018.06.27 16:02 | 수정 2018.06.27 16:01
구변경 기자 (bkkoo@ebn.co.kr)

이마트, 28일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만물상 개념 전문점 개점

日 '돈키호테' 벤치마킹…성인숍·지하철 콘셉트 흡연실도 갖춰

ⓒEBN

"여기는 삐에로 쑈핑입니다. 손님 어서 들어오셔서 영원히 집에 가지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야심차게 선보인 만물 잡화점 '삐에로 쑈핑'에 들어서자, 익살스런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처음 접하는 리드믹컬한 배경음악과 멘트들이었지만 잡화점을 돌아보는 내내 재미를 배가시켰다.

우선 눈에 띈 것은 매장 내부로 들어가기 전 삐에로를 잘 나타내주는 빨간색 간판이었다. 삐에로 쑈핑은 일본의 생활용품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했다.

오픈 하루 전 27일 찾은 삐에로 쑈핑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해보였다. 스타필드 코엑스몰 지하 1~2층에 자리잡은 삐에로 쑈핑은 큼직큼직한 손글씨 간판과 촘촘히 진열된 4만여 가지 다양한 상품들이 그야말로 혼을 쏙 빼는 듯 했다.

삐에로 쑈핑의 주요 매장인 화장품 코너에서 눈을 돌리자 가성비를 내세운 여름 신발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그 옆에는 면세점에서나 쇼핑할법한 명품 가방과 액세서리들이 쇼케이스속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유혹하는 듯 했다.

성인숍 ⓒEBN

또 남성들의 발길을 사로잡을만한 차량용품과 19금 입간판으로 호기심을 자극한 성인숍, 흡연자들의 로망으로 꼽히는 지하철 콘셉트의 흡연실도 소비자들의 매장 체류시간을 늘릴 삐에로 쑈핑만의 차별점이었다. 애주가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수입맥주부터 지역 주류까지 다채로운 주류도 즐비했다. 평소 '애견인'으로 잘 알려진 정 부회장답게 반려견을 위한 용품을 판매하는 코너도 잊지 않았다. 삐에로 쑈핑을 돌아보다보니 어느새 30~40분이 훌쩍 흘러있었다.

다양한 상품 가짓수만큼이나 가격대도 최소 500원부터 최대 4200만원(롤렉스 시계)까지 취급하고 있었다.

이마트가 강조했던 기존 유통업계의 상식을 뒤엎는 역발상 매장임에는 틀림이 없어보였다. 상품을 복잡하게 배치해 소비자가 매장 곳곳을 탐험하는 기분이 들도록 한 것도 '집에 가지마! 한번 오면 못나간다'는 문구와 맞아떨어졌다.

특히 4만여 가지 다양한 상품 진열을 위해 메인 동선을 1.8m, 곤도라간 동선을 0.9m로 촘촘하게 배치했다. 이 때문인지 맞은편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면 한쪽이 동선을 양보해야만 지나갈 수 있었다.

화장품 코너 ⓒEBN

주 타킷층을 2030 젊은 세대로 잡은만큼, 일부러 'B급 감성'을 끌어내려고 애썼다. 유진철 삐에로 쑈핑 브랜드매니저는 "요즘같은 세련된 콘셉트의 매장구성을 하지 않았다"며 "10~20년 전 매장구성으로 젊은 세대들이 상품을 보는 재미로 이지쇼핑할 수 있는 콘셉트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또 이마트와는 △동선 △쇼핑 콘셉트 △운영 상품 측면에서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삐에로 쑈핑의 판매상품 65%가 이마트에서 판매되지 않는 상품이다.

명품패션 ⓒEBN

다만 성인숍과 흡연실 이용에 대한 미성년자 출입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유 매니저는 "입장하는 것까진 컨트롤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분증 확인 후 별도 포스를 가지고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올해 삐에로 쑈핑 1호점을 시작으로 총 3개의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2호점은 동대문 두타몰 지하에 오픈할 계획이며, 3호점은 서울 논현동 일렉트로마트가 들어설 공간에 오픈을 검토 중이다.

유 매니저는 "삐에로 쑈핑은 정돈보다 혼돈, 상품보다 스토리, 쇼핑보다 재미라는 기존 유통업계의 상식을 뒤엎는 역발상의 관점에서 매장을 꾸몄다"며 "향후 삐에로 쑈핑이 이마트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매장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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