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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삼성증권 '제재 수위' 논란

시장전문가 "포화상태 증권거래시장 고려 안한 솜방망이 처벌"
제재심 "행정이 민간 침익적 처분 내릴 땐 법적근거 명확해야"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8-06-27 00:00

▲ 금융감독원은 유광열 수석부원장(제재심의위원장) 주재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삼성증권에 신규 고객에 대한 투자중개업 6개월 정지와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치안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키로 지난 21일 결정했다. ⓒEBN

금융감독원이 배당사고를 일으킨 삼성증권에 대표이사 해임권고와 직무정지 징계와 함께 일부 영업정지, 과태료 부과를 결정했다. 대표이사 제재와는 별도로 일부 영업정지 등의 결정은 포화상태에 직면한 증권거래 시장을 감안할 때 제재 실효성에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발행주식 총 수의 30배가 넘는 유령주식이 유통된 사고였다. 금감원 마저도 '희대의 사건'이라 규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당사자 삼성증권이 감수해야할 불이익은 미미한 수준이라 징계로서의 기능이 희박했다는 시장 반응이 주를 이뤘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유광열 수석부원장(제재심의위원장) 주재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삼성증권에 신규 고객에 대한 투자중개업 6개월 정지와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치안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키로 결정했다. 지난 21일이었다. 최종 제재안은 금감원장 결재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금융위 의결을 통해 확정된다. 오는 7월4일 증선위가 예정돼 있다.

금감원 제재결정이 알려진 이후 시장 전문가들은 자본시장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인 법 해석에 의존한 '솜방망이 처벌'로 판단했다. 신용평가사 금융담당 한 관계자는 "신규 고객 투자중개 6개월 정지는 국내 증권업이 성장기가 아닌 성숙기 산업이란 점에서 미온적 징계이면서도 엄포성 경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014년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때 신규영업 정지 3개월 징계와 비슷한 경우로 결과적으로 회사가 입은 실적 타격은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증권사들은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벌이며 이미 포화된 리테일 신규시장을 근근히 유지하고 있어서다.

앞서 금융 사고를 일으켜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은 금융사는 주로 신규 및 일부 영업정지의 제재를 받았다.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이 불법 자전거래로 한달간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2015년에는 계열사 기업어음(CP)을 불완전 판매한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은 특정금전신탁의 신규계약 체결과 회사채 모집 신규주선 업무에 대해 1개월 영업정지를 받았다.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등도 2014년 고객 정보를 대량 유출해 3개월간 신규 고객모집과 카드론 영업정지를 받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들 금융사의 관련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던 만큼 해당 징계로 입은 타격이 미미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번 금감원이 내린 삼성증권 징계의 경우도 시장에 대한 현실적 이해없이 기계적 법조항 텍스트 적용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다른 전문가는 "배당사고에 대한 당국의 징계로 삼성증권은 새로운 고객을 6개월간 받을 수 없을뿐 기존 고객의 주식 거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삼성증권은 리테일 기반의 자산관리 중심의 고객 충성도가 탄탄한 편이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일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나이스신용평가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심의 결과가 회사 실적과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신규 영업정지가 위탁매매 부문에 제한됐고 투자은행(IB)와 자산관리 부문에서 신규 영업이 가능하고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했다"고 판단했다. 배당사고(4월6일) 이후 삼성증권 고객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올 1분기 1150명에서 사고 이후 1321명으로 더 불어났다.

다만 영업정지 징계 영향으로 삼성증권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의 꽃인 단기금융업 진출에 제한이 생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사가 일부 영업정지를 받은 경우 2년간 신규 사업 인가가 불가능하다. 이미 삼성증권은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형사소송이 만료 때까지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배제된 상태라 이번 징계로 인한 신사업 진출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재심의위원장 유광열 수석부원장은 "삼성증권 배당사고의 경우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조항으로 판단했다"면서 "행정청(금융당국)이 민간에 침익적 처분을 내릴 때는 법적근거가 명확해야한다"고 말했다. 해당 사안이 국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성격을 가질 때 내리는 침익적 처분은 행정절차법 등이 규정한 절차를 따라야만 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제재심 관계자는 "징계에 대해 정치적인 해석보다는 법이나 규제 위반 여부를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하고 영업정지로 인해 선의의 고객들이 불편을 겪어선 안 된다는 기본 방향이 있었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이번 제재 이력이 주홍글씨로 작용해 향후 기업 브랜드 가치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제재심의위원회는 제재 유효기간이 5년이란 점을 판단해 2012년부터 2014년말까지 재직한 김석 전 대표이사와 함께 김남수 전 대표이사 직무대행, 윤용암 전 대표이사, 구성훈 현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해임권고와 직무정지 이상의 징계도 부과했다. 이들에게 1999년에 만들어진 현 시스템의 방치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령은 해임 권고 조치를 받은 금융회사 임원은 향후 5년간 임원 자격이 정지된다. 문책 경고는 3년간, 직무 정지 제재는 4년간 임원이 될 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증권 경영진은 주식 발행사로서의 체계와 유통시장의 증권사의 시스템 사이에 차이니스 월(기업 내 정보교류를 분리하는 제도)이 없었고, 이에 대한 시스템 제고를 하지 않아 책임을 지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리테일 고객들의 이탈은 미미하겠지만 국민연금 등 기관 고객이 당분간 삼성증권에 거래를 맡기지 않는 점이 매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