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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근로②] 정부 vs 재계 vs 노동자 '3자 3색'

정부 주 52시간 근무제 일자리 창출 기대
재계 가이드라인 모호해 혼란 불가피
노동자 간 '환영 vs 철회'...온도차 극명

이미현 기자 (mihyun0521@ebn.co.kr)

등록 : 2018-06-14 13:51

7월 1일부터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시대가 새롭게 열린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두고 재계도 '워라밸' 측면에서 대체적으로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려 섞인 시선으로 해법 찾기에 분주한 기업도 많기에, 고용노동부 '노동시간 가이드'의 바로미터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EBN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각 분야의 기업 및 노동자들의 삶과 근무환경의 변화를 미리 짚어본다.[편집자주]

▲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5월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노동시간 단축과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인들과의 대화'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준동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GS칼텍스·SK하이닉스 등 규모 300인 이상 기업 12개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다음달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본격 시행되는 주 52시간 단축 근로제를 앞두고 정부, 재계, 노동자 간 입장차이가 뚜렷하다. 주당 최대 68시간 근무에서 52시간으로 단축을 통해 저녁이 있는 삶,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이루자는 취지지만 기대와 함께 우려, 혼란이 뒤엉킨 모습이다.

◆ 정부 “저녁 있는 인간다운 삶,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

정부가 내세우는 근로시간 단축의 대표 효과는 일자리 창출이다. 장시간 노동 관행 개선이 건강하고 휴식 있는 삶을 보장하고 줄어든 노동시간은 청년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동부는 2016년도 통계를 기준으로 주근무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의 수 103만명, 초과 시간 6.9시간으로 추산하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최소 14만명에서 최대 18만명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제24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연평균 노동시간보다 300시간 넘게 더 많이 일한 우리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과로에서 벗어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저녁 있는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엄마·아빠가 함께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며 “기업은 창의와 혁신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 가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노동시장에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본격 시행을 앞두고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지적이 재계와 노동자로부터 제기됐다. 재계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기업 생산성이 저하될 것이고, 고용을 창출하려면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란 입장이다. 노동계는 저녁 있는 삶을 찾을 수 있다는 긍정론도 있지만 줄어든 근무시간만큼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추가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300인 이상의 대기업에 대해서도 신규채용 인건비 지원 금액을 월 40만원에서 월 60만원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300인 미만 기업은 2020년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적용되는데 이에 앞서 제도를 도입하면 여러 혜택을 준다. 또 줄어드는 임금에 대한 노동계 지적과 관련해선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껏 경험하지 않은 변화의 과정에서 임금 감소나 경영 부담 등의 우려가 있지만 300인 이상 기업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단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정부 가이드라인’ 받은 재계 “혼란 불가피”

정부가 지난 11일 300인 이상 기업부터 적용하는 주 52시간 근로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재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회식, 워크숍, 흡연시간, 출장 등 여러 상황에 따른 근로시간 판단 기준이 불명확해 노사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결국 기업에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노동부는 가이드라인에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된 시간’을 노동시간 기준으로 제시하고 출장·회식·워크숍·접대·교육시간·휴게 및 대기시간 등 크게 6개 카테고리에 대한 지침과 함께 판례를 넣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근로시간 여부를 세세하게 정하기는 어려워 근로시간으로 인정할지 말지는 크게 사용자의 지휘, 감독 여부를 기준과 노사합의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모호하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관리자가 지휘감독을 해야만 근로시간을 인정한다는 가이드라인, 다양한 활동에 적용하는 근로시간 판단 기준이 달라 혼란이 불가피하고 노사 갈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시행착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각 기업별 주 52시간 근무 자구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선택제 시간근로제, 재량근로제를 시행하며 주 단위 자율출퇴근제를 월 단위로 확대하고 근무시간 관리에 직원 자율권을 부여했다. 현대차는 여건에 맞춰 출퇴근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SK텔레콤은 2주 단위 총 80시간 자유롭게 근무 가능하도록 자율근무제를 도입했다. LG전자는 선택적 시간근로제, 탄력근로시간제로 하루 4~12시간 자율적 근무가 가능하고 3개월 단위로 평균 주 52시간 근무하도록 조치했다.

◆노동자 “워라밸 기대” vs “투잡·쓰리잡 뛸 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워라밸을 기대하는 근로자와 줄어드는 근무시간 만큼 수입을 걱정하는 노동자 간 온도차도 존재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CBS 의뢰로 지난 8일 오는 7월1일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부터 시작될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므로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51.7%로 나타났다.

‘산업 생산력이 낮아지고 비용이 상승할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은 31.6%로 집계됐다.

직업별로는 사무직(긍정적 64.6% vs 부정적 22.3%)과 학생(58.3% vs 18.7%)에서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농림어업(긍정적 37.8% vs 부정적 42.0%)과 자영업(46.7% vs 40.9%)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긍·부정 의견이 팽팽했다. 노동직(긍정적 39.8% vs 부정적 50.2%)과 가정주부(35.7% vs 40.3%)들은 부정적 인식을 우세하게 드러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드는 수입을 걱정하는 글과 함께 대책 마련, 근로시간 단축 폐지를 요구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글 대부분 생산직 노동자들이다.

26살 안산 반월공단 생산직으로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52시간 근무제는 장단점이 있다”며 “특정 업종만 이 제도를 시행하는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통 공장에 들어온 사람 대부분은 급여를 더 받기 위해 고향에 가족, 친구를 두고 올라온 것”이라며 “공장 다니며 밤낮 바뀌어가며 일하는 급여와 일반 아르바이트 급여 차이는 존재한다. 열심히 살려고 하는데 꿈을 막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자동차 업계 한 사무직 관계자는 “원래 퇴근시간은 오후 6시였지만 집중근무제 시행 후 일찍 퇴근이 가능해 삶의 여유를 느끼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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