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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보험' 잠자는 한국vs뛰는 일본

정신과 치료경험자 가입 제한… 일본 생보업계는 '정신질환 보장 수요' 확보 나서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등록 : 2018-06-11 10:56

▲ 니혼생명 '닛세이취업불능보험' 안내 팸플릿ⓒ니혼생명

최근 고위급 공무원이 주한미국대사관 정문을 자동차로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 경찰조사 결과 해당 공무원은 평소 과대망상증을 앓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의 스트레스 지수 등이 높아지면서 정신건강질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암이나 뇌졸증 등 주요 질환과는 달리 국내 보험사들은 정신건강질환에 관련한 상품 마련에 극히 인색하다. 옆나라인 일본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보다 더 극명하다. 한국에서 정신질환 병력자는 보험가입과 보험금 지급이 모두 어려운 반면, 일본은 정신질환 치료시 의료비와 생활비를 보장하는 보험상품 개발이 활발하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정신과 치료 경험이 보험 가입의 제한 요인이 되고 있다. '심신 미약자와 심신 빈약자의 생명보험 계약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한 상법 732조에 근거한다.

이는 원래 의사능력이 부족한 지적장애인의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지만, 역으로 정신과 진단을 받은 이들의 보험 가입을 막는 '차별' 근거로 인용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정신질환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가입이 제한되는 실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정신질환자의 경우에는 약관이 옛날에도 문제가 됐는데 심신미약이나 한정치산 판정을 받은 이들은 법률상 의사결정 능력이 없다"며 "계약이 무효로 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상법상 계약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하다 보니 보험가입 등이 안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신질환이 '계약 무효사유'에 해당된다는 뜻이다.

결국 한국 성인 가운데 연간 470만명이 정신질환을 앓을 정도로 날로 수요는 늘어나는 가운데 민간보험의 문은 열리지 않고 있다. 경증 정신질환자를 포용하는 민간보험 상품은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실손보험은 치매를 제외한 정신질환은 보상하지 않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2016년 정신질환 경험자 중 15.3%만이 정신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우리나라는 미국(39.7%)과 호주(34.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은 지난 2016년 개정됐다. 신규계약부터 증상이 비교적 명확해 치료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일부 정신건강질환(조현병, 기분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공황장애 등) 범위 안에서 보장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개정안에서 보험 가입·유지 약관은 수정되지 않은 채 보상 부분 약관만 개정됐다. 갱신주기는 축소됐다. 가입 조건·심사는 여전히 보수적이고 정신질환자의 보험 유지는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주관적인 판단으로 진단하는 정신질환에 대해 객관적 기준이 적용되는 보험금 지급에 난점이 있다고 반론한다. 즉, 정신질환자의 행동 패턴이나 손해율에 대한 명확한 통계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일본 보험업계의 분위기와는 '천양지차'다. 최근 일본에서는 정신 질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보험사들이 환자의 의료비용과 소득을 보상하는 정신질환치료비보험과 정신질환취업불능보장보험을 개인보험 상품으로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이상우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일본에서 업무상 스트레스, 괴롭힘, 따돌림 증가로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정신질환관련 환자 수와 환자의 경제적 부담 증가에 따라 최근 개인소비자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본의 생명보험회사들은 보험소비자의 정신질환 보장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민영의료보험의 특약상품 형태로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현재 니혼생명·스미토모생명·아사히생명 등 총 6개 생명보험회사가 정신질환 관련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계약기간 중 가입자가 정신질환이나 스트레스성 질환 등을 치료받을 경우 의료비와 생활비를 보장한다.

대표적으로 니혼생명이 지난해 10월부터 판매하는 닛세이취업불능보험은 상해·정신질환 등으로 60일 이상 입원하거나 장애등급 2급 이상으로 판정돼 취업불능상태로 진단받을 경우 60일 이후 생활비 명목으로 회복 될 때까지 매월 일정액의 급부를 지급한다. 30세 남성이 60세까지 월 4205엔 납입할 경우 취업불능 판정 시 매월 월 10만엔이 지급된다.

앞으로 일본 생명보험업계는 개인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저보장 특약상품 중심으로 정신질환보장 시장을 구축한 후 상품 수익성 확보에 따라 보장내용의 범위와 수준을 확대하는 등 주계약 상품으로 개발해 시장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정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 선진국의 경우 정신질환이 있는 피보험자의 정신과 상담 이용 횟수 제한, 연간 치료비 한도 제한 등을 차등 적용해 도덕적 해이를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 통계와 같은 국민통계를 활용해 정신질환에 따른 다양한 인수 기준을 소비자에게 제시할 수 있다면 국내 민영보험에서 정신질환 보장은 개선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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