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8년 06월 22일 00:13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증권가 휴먼에러①] "삼성증권 배당사고, 훈련된 금융인의 불완전함 드러내"

'잘못 입고된 주식' 알고도 왜 팔았나…삼성증권 임직원들의 커지는 의문
리처드 탈러 교수 "경제학 중심엔 예측불가하고 불완전한 '인간'이 존재"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8-05-28 17:05

한국이 IT강국이라지만 증권가 첨단 시스템은 휴먼에러(Human Error)를 여전히 막지 못한다. 고도로 훈련된 금융사 직원들이 잘못 입고된 수백억대 주식을 매도해버리고, 잊을만하면 터지는 파생상품 주문 실수는 증권사를 파산 상태로 내몰았다. 입력 오류가 화근이 된 이들 사고는 금융권 대표적인 인재(人災)다. 이성과 비이성이 뒤얽힌 인간은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도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경제의 중심에 서 있는 ‘인간’이 만드는 휴먼 에러를 줄이고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들여다본다.[편집자주]

▲ 삼성증권의 배당 오류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증권 본사와 지점 4곳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6일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 대신 1000 주를 배당해 실제로는 발행되지 않은 주식 28억 주가 직원들 계좌에 잘못 입고되는 사태가 벌어졌다ⓒ연합뉴스

2018명의 임직원 계좌에 발행되어선 안될 주식이 잘못 입고됐다. 많게는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주식이 들어오자 이들 임직원 중 22명은 주식 매도를 시도했고 16명은 실제로 501만3000주를 팔았다. 자기 것도 아닌 남의 주식을 왜 매도했을까. 게다가 매도한 주식이 현금화되기까지는 최소 2영업일이 소요된다. 매도 직후 거액을 인출해 갈 수 없다는 뜻이다.

거래에서의 모든 시도와 결과는 고스란히 전산에 기록된다. 증권업 사업기준인 자본시장법에 능통한 이들이 범죄가 되는 걸 모를 리 없다. 게다가 삼성증권은 증권업계에서 컴플라이언스(내부 규정) 체계가 가장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곳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해석의 여지가 많고 근거가 불분명한 회색지대의 업무조차도 회사에서는 행하지 않도록 금지해왔다"면서 "고도의 직업 훈련을 받은 직원들마저도 극단적인 상황에선 자신들의 욕심을 최우선시한다는 점을 입증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해당 직원들은 “잘못 들어온 배당인지 몰랐다” “진짜 매도되는 주식인지 팔아보고 싶었다”는 해명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몰랐다던가 단순 호기심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는 이들이 전문적으로 훈련받고 교육받은 증권사 임직원이기 때문이다.

사고를 저지른 이들은 금융감독원의 고발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으며, 금융당국의 징계 조치 및 회사 측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을 받게 된다. 자기 변호와 방어를 위해서라도 회사는 계속 다녀야 하는 상황이며 해당 사고로 생긴 주홍글씨도 평생 따라다닌다. 금융투자협회에서는 금융투자업에 종사한 임직원의 사고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훈련된 금융사 직원마저도 노동의 가치를 버리고 한탕주의에 빠졌다'는 탄식을 냈다. 한국 사회에는 현재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꿈을 발견하기 어려운 사회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증권 임직원들이 비정상적으로 입고된 거액의 주식을 자신이 속한 계층을 옮겨줄 사다리이자 인생의 동아줄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제여건에 만연한 한탕주의 심리가 가상화폐를 통해 표출됐는데 삼성증권 배당사고 역시 주식투자로 수억을 벌고 강남 아파트를 산 경우를 자주 접한 증권맨들은 베팅에 대한 부담감을 못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 교수는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에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 금융투자 결정을 포함한 개인의 모든 의사결정에서 대단히 중요하다"며 "주식투자자들은 '단기적인 이벤트'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강조했다.

SPONSO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