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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기범 한화노협 의장 "파이 공동으로 나눠야"

"공정한 배분 이뤄지고 있느냐…구속력 동일하게 가져야 한다"
임단협 문제 질타·"과거 정부 9년간 노사관계 일방적이었다"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등록 : 2018-05-16 06:00

▲ 김기범 한화노협 2기 의장(한화손해보험 노조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EBN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EBN

한화 노동자들의 결속력이 더 강해졌다. 한화그룹 계열사 10곳 노동조합들의 참여 아래 지난달 30일 한화그룹노동조합협의회(이하 한화노협) 2기가 출범했다.

2기는 금융부문에선 한화손해보험·한화생명·한화투자증권·한화자산운용 등 4개사 노조가 동참했고, 제조부문에서 한화테크윈·한화토탈·한화종합화학·한화케미칼1공장·한화케미칼2공장·한화시스템 등 6개사 노조가 참여했다. 2016년 9월 첫 출범 당시 한화손해보험·한화갤러리아·한화테크윈·한화토탈 4곳이 참여했던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진 셈이다.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화노협 2기 의장을 맡은 김기범 한화손해보험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김 의장은 "노동자들이 항상 요청하는 것은 파이의 공정한 배분"이라며 "공정한 배분이 과연 이뤄지고 있느냐,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년간 보수정권에서 사측이 노사관계를 '편하게' 이끌어 왔다고 봤다. 새롭게 출범한 2기 노협이 더 커진 교섭력을 가진 만큼 노동자들의 권익 신장에 활동의 방점을 찍겠다는 게 김 의장의 지향점이다.

◆2기 위원장으로 당선된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룹이 각 계열사들의 실질적인 경영에 지배개입하고 있습니다. 경영이 투명하게 독립돼 있지 못한 것입니다. 계열사는 노동자들의 근무여건이나 권리·복지, 심지어 급여나 상여금 지출까지도 그룹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 현실입니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별로 진행되는 노사협상에서 자체적으로 합의점이 도달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그룹으로부터 컨펌(확인)이 돼야만 실제 집행이 되는 상황이 빈번하다보니까 많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협의체 구성에 대한 필요성이 고조되면서 2016년 협의체가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그 당시 큰 이슈는 삼성으로부터 넘어온 한화테크윈이 노사분규가 심하게 일어나 6명의 해고자가 발생했습니다. 저는 공동의장 자격으로 창원 테크윈 사업장에서 연대발언, 항의집회를 이끌고 더불어민주당 등 대입법기관 도움도 요청했습니다. 결국 한화테크윈 해고자 6명이 복직되는 쾌거를 만들어냈습니다. 테크윈 노동자들, 조합원들의 힘이 가장 컸었습니다.

한화 각 노조에 이 같은 1기 때의 성과들이 공유되고 많이 전파돼 2기는 10개 회원사 노조가 모여 출범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아직 들어와 있지 않은 노조 그룹이 꽤 있습니다. 이들의 동참과 한화그룹 내 노조가 형성돼있지 않은 회사들까지 조직화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기 위해 초석을 다지는 역할을 해달라고 해서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2기 위원장으로서 향후 계획, 청사진은 무엇인가요.
1기에서는 한화토탈, 한화테크윈의 고용안정이 가장 큰 현안이었습니다. 지금은 기성 노동조합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에 기존 임단협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임단협에 있어서 각 계열사별로 투쟁력이 부치고 약할 때는 연대를 통해 회원사 노조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활동들을 주로 하게 될 것입니다. 한화자산운용 같은 곳은 신규노조라서 회사와 아직까지 단협체결이 안 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체결을 유도해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에 의해 모든 조합의 협상들은 노조 틀 안에서 하게 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에서 의도적으로 노조의 '힘 빼기' 작업을 한다고 한다면 저항해서 노동조합의 입지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전 계열사가 요구하는 바가 있으면 각 10개사별로 취합해 그룹을 상대로 하는 요구안들도 추후 만들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직접 교섭하는 장도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의 '갑질문화'가 언론에서 질타받고 있습니다. 재벌그룹들의 2세, 3세들이 벌이고 있는 작태들이죠. 우리 한화도 마찬가지로 재벌 그룹의 하나일진대 변화해가는 정세 속에서 우리 대기업 그룹사 노동조합들이 국가·사회적으로도 역할들을 찾아나가야 하는 방향성도 반드시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대기업 노동자들이 해야 할 고민들을 체계화하고 성숙시켜나가는 장을 마련하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오너리스크가 이슈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한화는 어떻습니까.
한화그룹도 오너리스크가 전혀 없는 회사는 아니죠. 오너리스크는 전체적으로 본다면 기업 이미지, 회사에 대한 신뢰도 등 회사의 경영에도 영향을 미치고 회사경영은 노동자 급여나 처우와도 연결돼 간접적으로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그룹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처럼 노동자에게 직접 가해가 되는 갑질은 우리 회사에는 없는 편입니다.

◆한화 노조는 오너리스크 이슈보다는 노동자의 처우에 대해 방점을 찍는 것인가요.
만일 그런 일(오너와 관련한 이슈)가 발생한다면 강력하게 투쟁을 하는 것이죠. 당장 발등에 떨어진 현안은 아니지만 그와 관련된 고민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가지고 있습니다. 한화노협 명의로 성명서가 나갈 수 있고, 대정부활동도 할 수 있고 뭐든지 가능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선도적으로 해야 전체적인 노동운동에서도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며, 전체 10개 계열사 조합원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것이냐에 대해 고민 해나가는 과정들, 그 속에서 구체적인 현안이 떨어진다면 즉각 대응할 것입니다. 그게 (현안이)아니라면 임단협이 없는 회사는 단협을 체결하는 등 당장 지금 필요한 부분에 대한 연대를 하나하나씩 해나가겠습니다.

◆지난해 한화생명의 임단협이 길어진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입니까.
한화생명뿐 아니라 회사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 간 굉장히 편하게 노사관계를 이끌어왔습니다. 당시 정부는 노사 간 갈등이 생기면 항상 사측, 경영자편을 들어줬습니다. 박근혜 정부 말미에 임금피크제, 노사분규, 쉬운해고 등이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됐었죠. 전 세계적인 불경기나 저조한 실적이 무조건 노동자들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10년이었습니다. 회사는 협상이 안 되면 질질 끌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습니다.

지금 기대하는 건 친노동정책을 기치로 내거는 정부에서 노동적폐 청산에 있어서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강제력, 구속력을 노사가 동일하게 가져야만 합리적인 중간접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심판 역할을 하는 정부가 제대로 역할만 잘해준다면 회사가 일방적으로 질질 끄는 노사협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그게 변하지 않는다면 계속적으로 강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2기에는 더 많은 회원사들이 연계돼 있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선 더 강한 투쟁력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화손보 박윤식 대표, 한화생명 차남규 대표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그룹의 간섭을 너무 많이 받고 있습니다. 각 계열사별로 이해관계 조율이 불가능합니다. 이는 각사 노조위원장들이 다 느끼고 있습니다. 협상을 하다보면 우리 회사의 문제인지 뒤에서 컨펌이 안 돼서 생기는 문제인지…각 계열사들의 자율적 협상이 보장돼야 합니다.

◆사측의 감시가 있었다는 것인가요.
감시까지는 아니고…협상에서 마무리된 얘기조차도 최종적으로 어떤 절차를 거치고 나오면 거부되고 부결되는 상황들을 봤을 땐, 회사가 인정하진 않지만 그룹의 지배개입이 있다고 우리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 거죠.

◆한화손보 교섭대표노조 선정과정에서 제기된 불법행위 논란이 무엇입니까.
한화손보 노조는 새 노조입니다. 기존 관행에 만족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새 노조가 후발주자임에도 한화노협, 민주노총에도 들어가 있고 기존 노조와 거의 인원수도 비슷합니다. 교섭대표노조는 2년마다 한 번씩 경쟁해서 숫자가 많은 쪽을 선택하게 돼 있습니다. 노조 인원을 신고한 숫자에서 우리가 더 많기 때문에 새 노조가 교섭대표 노동조합이라고 회사가 두 번에도 공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노동위원회 확정 과정에선 100여명 숫자가 저쪽에서 불어난 것입니다.

이렇게 인원이 불어난 과정들이 불투명하고, 우리로서는 확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합리적 의심이 드는 건 몇가지 있습니다. 회사, 관리자의 지배개입 없이는 불가능한 곳에서 노동자가입이 대거 이뤄졌다고 추측된다든지, 조합비조차 내지 않은 직원들을 대거 조합원이라고 붙여놓은 것이라든지 이런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해놨고 재심이 의도한대로 결론이 안 나오면 행정심판도 갈 것입니다.

특정 임원이나 회사 관리자들의 간섭, 개입이 강하게 의심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똑바로 밝혀내서 노사관계를 건전하게 복원시킬 것입니다. 만약 불법이나 부도덕한 부분들로 인해 대표노조가 선정됐다면 거기서 도출된 합의내용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건전한 조합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사실관계를 밝혀 놓겠다는 게 노조의 현 입장입니다.

◆한화손보의 경우 올 1분기 영업이익이 20%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금융사의 수익은 1~2년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감독기관이 요구하는 숫자를 맞추기 위한 활동을 반영하면 이익이 올라가거나 낮아지기도 합니다. 단기간적인 현상만 보고 그 회사가 흑자를 내고 있다고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한화생명도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항상 요청하는 건 파이의 공정한 배분입니다. 공정한 배분이 과연 이뤄지고 있느냐? 아니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