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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까톡] 엘리엇의 한국 기업 흔들기

엘리엇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 반대한다" 선전포고…표 대결할 듯
엘리엇 표적된 삼성·현대차그룹, 3세 승계·취약한 지배구조 공통점
해외 투기자본 먹잇감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해야

이경은 기자 (veritas@ebn.co.kr)

등록 : 2018-05-13 00:01

▲ 이경은 경제부 증권팀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Elliot)이 또 등장했습니다. 이번 표적은 현대자동차그룹입니다.

엘리엇은 오는 29일 열리는 현대모비스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인 현대모비스의 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할 것이라고 지난 11일 밝혔습니다.

엘리엇은 "현재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개편안은 공정성이 결여돼 지지할 수 없다"며 "다른 주주들도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한다"고 표 대결을 위한 선전포고에 나섰습니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 지분 1.6%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3월 28일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현대모비스를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 및 A/S 부품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모듈 및 A/S 사업 부문은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입니다.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은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첫 걸음과도
같습니다. 이번 분할·합병이 잘 마무리되면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게 됩니다.

이 분할·합병 안건을 다룰 주총을 앞두고 엘리엇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현대차그룹도 지지 않고 정면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은 주주와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며 "사업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한 지주회사 전환 등을 요구하는 엘리엇 제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공표했습니다.

삼성그룹에 이어 현대차그룹까지 흔들고 있는 엘리엇의 진짜 속셈이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행동주의 헤지펀드라고 하지만 순수하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며 "결국에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즉 돈 벌려는 게 진짜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특성상 맞는 말인 듯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그러는 것일까요? 잊을만 하면 한국에 나타나 이슈 몰이를 하며 한국 대기업들을 들었다놨다 하는 것일까요?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등 엘리엇의 표적이 된 기업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재벌그룹으로서 3세 승계작업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재계에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험업법 개정 등을 통해 금산분리 원칙을 확립하려고 있습니다.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 한 상태입니다. 지배구조 개편을 해도 아직 지주회사 형태가 아닌 지배회사 형태이고 금융회사가 다른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금산분리 원칙에도 어긋납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엘리엇은 한국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와 약점을 들춰내고 공격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에 처한 기업이 나타나면 엘리엇이 이것을 명분으로 새로운 먹잇감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엘리엇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행동주의 헤지펀드인지 돈만을 추구하는 해외 투기자본인지 진짜 정체는 아직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행동주의 헤지펀드든 해외 투기자본이든 누군가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들이 스스로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