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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의 금융살롱] 금감원 원로가 후배들에게 쓰는 편지

  • 송고 2018.05.10 15:04 | 수정 2018.05.10 16:11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김남희 기자/경제부ⓒEBN

김남희 기자/경제부ⓒEBN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정확히 1년이 된 지난 8일 신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했다. 이 정부 들어 발탁된 세번째 금감원장이다.

앞서 최흥식, 김기식 원장이 불명예로 퇴진한 것을 지켜본 금감원 직원들은 초상집 분위기를 조금씩 극복해가고 있다.

한 직원은 "지금은 오히려 담담한 심정"이라면서 "어서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수습하고 떨어진 조직 기장을 다잡아 '금융 시장 파수꾼'으로서의 위상 회복을 신임 원장에 기대한다"고 말했다.

잇따른 수장 낙마로 사기가 저하됐을 임직원을 위로하고 업무 추진력을 회복하는 게 신임 원장의 과제다 금융업계 신뢰도 제고와 삼성증권·바이오로직스 사태도 어서 수습해야 한다.

어수선한 이런 금감원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 A원로가 있다. 그는 금감원 전신 시절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금융감독업무와 금융권에 종사했다. 현재는 어느 기업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정치권과 정부, 국회 등 외풍에 시달리는 금감원은 명예와 소신을 지켜 아름답게 퇴임하기 어려운 기관이다. 존경받는 원로(元老)로 남기가 극히 드물다.

하지만 퇴직한지 10년이 지난 A원로는 여전히 금감원 후배와 금융 관계자로부터 존경을 받는 선배로 남았다. 업무에 있어서 롤모델일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찬사를 받는 인물.

그 비결로 금융권은 그의 '능력'과 '처신' 및 '성품' 그리고 시대적 '운(運)'을 꼽는다. 후배들은 A원로만의 '지혜로움'도 함께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8일 서울 여의도에서 그를 만나 금감원 후배들에게 남긴 당부와 권면을 정리했다.

금감원 후배들에게

두 분 원장님들이 다녀가시는 동안 후배님들 마음고생이 컸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외풍에 시달려 온전치 못한 금감원을 보며 선배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미 원을 나간 사람이야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관전과 응원을 하는 것만이 최선이지요.

통합 금감원의 탄생은 영원할 것 같았던 재무관료(모피아)의 신화가 깨지면서 시작됐지요. 생동감 넘쳤던 한국 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IMF)로 쓰러지자, 정부는 예방은커녕 제 때 처방전을 쓰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했습니다. 외환위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재정경제원은 독립적인 금융감독기구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했지요. 이런 정당성 아래 독립된 금융 감독기구인 금감원이 탄생했습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대선 공약을 최근 떠올려봤습니다.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가 금융감독시스템 개편이지요. 개편의 핵심은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의 분리로 알고 지금은 두 정책 모두 정부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쥐고 있지요. 언제부턴가 금감원은 금융위의 지휘 아래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기구로 전락해버렸더군요.

정부는 20년 전 겪은 외환위기를 통해 배운 교훈과 부끄러움을 잊어버린 걸까요. 금융시장 워치독(감시견)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지금 금감원은 금융감독자로의 패기도 상실하고, 어느 금융 유관기관의 월급쟁이 사무직원으로 변질된 인상을 주는 건 왜일까요.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금감원 후배님들. 금융시장 워치독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아야만 합니다. 금감원이 금융위 산하기관, 행정 부처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고 금융감독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셔야 합니다.

정체성이 뭔지 모르겠다는 자괴감을 토로하는 후배님도 계실 겁니다. 자신의 운명을 주체적으로 끌고 갈 수 없는 상태에서는 정체성 혼란과 사기 저하가 따르는 게 당연한 일일 겁니다.

아끼는 나의 후배님들. '오래된 새 금감원'이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국가경제위험관리라는 금융감독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이행하면서, 세상 변화에 발맞춰 금융시장을 새롭게 이해해주길 기도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생적 문제인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 말을 정치활동에서나 생활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일을 처리하는 지침으로 삼으셨지요.

대통령께서는 "원칙을 중시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서 따지고 그것을 지켜야 한다. 그러한 사람은 철학이 있고 비전이 있고 당당한 인생의 목표가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인적 현실감각’이 필요하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손님 눈치보고 돈 버는 궁리를 하듯이 현실 문제를 잘 처리해서 성공하는 것을 병행해야 한다. 둘 중에 하나만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다. 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현실에서 성공할 수 없다.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지고 현실에서 성공하는 그러한 길을 가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새로 오신 윤석헌 원장께서 이 부분의 묘를 살려 금감원 경영을 잘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제가 모셨던 이정재 전 원장님은 종종 국장들을 대폿집으로 데리고 가 술을 사주시곤 했습니다. 할 일을 제때, 정확히 하기 위해서는 인간적 신뢰가 이미 형성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후배님들. 자신의 능력의 수준과 성향이 어떠한지 정확히 파악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항상 본질을 잊지 않는 금융감독인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겸손해서 잘못되는 경우는 없으니, 항상 겸손하고 용서하고 내려놓으십시오.

그리고 '도광양회'라는 단어를 기억하며, 힘과 실력을 기르며 때를 기다립시다. 어려운 때일수록 흔들림없이 본질에 충실할 수 있도록 금감원의 후배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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