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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부업, 개명의 자유 필요해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등록 : 2018-05-08 14:25

▲ 강승혁 기자/경제부 금융팀
보통 일상생활에서 어떤 단초 하나로 원하지 않는 객체와 도매금으로 취급당하는 게 억울할 때 "엮지 말라"는 말을 많이 쓴다. 어떤 공통적인 특징 하나가 있다고 해서 '상등하다'는 결론까지는 다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업'에도 똑같은 상황을 적용할 수 있다. 현재 대부업이라는 개념 내에는 법정 최고금리 등 법규를 준수하려는 '제도권 내의 대부업'과 살인적 이자율로 차주를 착취하는 '제도권 밖의 대부업'이 서로 혼재돼 있다.

구체적으로 제도권 내의 대부업은 금융감독원과 협조해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등록한 대부업체를 뜻한다. 제도권 밖의 대부업은 미등록대부업자 및 불법사채업자를 의미한다.

협박에 선이자를 강요하고, 상환금을 추가 대출한 것으로 처리하는 '꺾기' 등이 대표적인 고리대금업체의 불법 대부 수법들이다.

일본만화 '사채꾼 우시지마'를 생각하면 된다. 주인공 우시지마는 5만엔이 대출금이라고 하면 선이자 1만5000엔에 수수료 5000엔을 떼 3만엔을 대출해준다. 그리고 이 대출액에 10일 50% 이자를 적용한다. 이 만화는 감당할 수 없는 불법사채 빚을 진 '고객'의 삶이 망가지는 과정을 냉혹하게 묘사한다.

만화와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게 많이 다를까. 울산지방경찰청은 연 420%의 높은 이자를 챙기면서 여성 채무자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일삼은 불법대부업자를 이달 초 구속했다.

지난달 서울 강동경찰서는 1만여명에게 총 12억원을 빌려줬다가 최고 연 3900%의 고리로 35억원을 챙긴 A씨 일당 64명을 검거했다. 일당은 변제가 늦어지면 부모, 지인 번호로 전화해 "딸을 죽여버리겠다", "고양이 시체를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한 피해자에게는 "딸을 팔아서라도 갚으라"는 극언까지 했다.

불법사채의 폐단은 말하자면 끝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제도권 밖의 대부업과 안의 대부업은 현저한 차이를 가지고, 그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은 '법을 준수하느냐'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불법 대부업체의 평균 금리는 1170%에 달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저축은행과 대부업이 서로 10% 내외의 금리차이로 업권별로 명칭을 달리하고 있는데, 이 제도권 내의 대부업과 밖의 대부업은 1000%대 넘는 금리차이에도 같은 이름으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혼동을 막기 위해 미등록대부업자를 불법사금융업자라 칭한다고 해도, 현행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여전히 대부업의 테두리 안에서 불법적 채권추심행위를 하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를 나누고 있다. 불법 사금융과 합법 대부업을 모두 대부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법 개정을 요구하는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현재 명칭 변경에 대해서 연구용역을 실시, 생활금융, 소비자금융, 생활여신 등의 명칭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제도권 내 대부업체들의 대출금리 또한 원가와 적정 이윤, 차주의 신용도에 따라 적절히 산정했는지를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 그 이전에 불법사금융은 법령의 구속력뿐 아니라 행정력, 치안력 등을 모두 동원해 근절해야 할 폐단이다.

이런 점에서 명칭의 이원화를 낳고 부정적 인식이 잔존하는 '대부업'이라는 이름은 변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과해보이진 않는다. '개명의 자유'만은 허(許)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법의 울타리'를 더욱 공고히 다지기 위해서다.

금융권이 금융기법의 고도화, 투자 업종 세분화를 논하는 현실에서 아직도 대부업은 불법대부업체와 도매금으로 묶이는 식의 투박한 업종분류, 세련돼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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