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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감원장 내정]풀뿌리 금융론자…금융개혁 가속

금감원 건전성감독-소비자보호 분리·독립 입장 유지 '관심'

김지성 기자 (lazyhand@ebn.co.kr)
이송렬 기자 (yisr0203@ebn.co.kr)

등록 : 2018-05-04 10:30

▲ 윤석헌 금감원장 내정자가 지난해 12월 20일 금융위에서 금융행정 혁신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EBN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신임 금융감독원 원장으로 윤석헌 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객원교수를 임명 제청했다고 4일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개혁에 대한 기대와 우려 속에서 윤 내정자의 행보를 지켜볼 태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날 "윤 내정자는 폭넓은 식견을 바탕으로 금융위원장 직속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 및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 등 공공부문에서도 활발히 활동한 바 있다"며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해 금융 감독 분야의 혁신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갈 적임자로 평가돼 금융감독원 원장으로 제청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원장은 금융위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금융위원회 의결 후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변이 없는 한 오는 8일 신임 금감원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금감원장의 임기는 3년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임 금감원장의 취임식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석헌 내정자는 풀뿌리 금융론자이다. 금융의 1% 슈퍼리치를 위한 효율성 보다는 99%의 금융소비자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윤 내정자는 정부에서는 금융위원장 직속 금융행정인사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직무 수행시 금융위에 제출한 금융개혁 권고안에도 풀뿌리 금융론자의 입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윤 내정자는 기존의 금융체계와 관행이 서민경제에 대한 적절한 금융 공급과 금융소비자에 대한 충실한 보호에 매우 미흡했다고 강조해 왔다.

이를 기반으로 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을 권고 했었다. 채무자의 부채부담 경감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과 효과적인 채무상담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신용회복위원회 기능의 대폭 확대 개편을 주장했다. 국민행복기금 보유 채권의 적극적인 정리를 추진하는 한편 향후 민간 주도 장기 연체채권 정리 체제 구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 보호도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의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 분리·독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차기 금감원장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인지는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다.

현행 금융사들의 불법 및 사기 행위는 물론 불완전 판매, 수탁자 의무 해태 등의 행위에 대한 집단소송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사가 고의나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금융권에서 주목 받았다.

윤 내정자는 또 금융사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는 강제적 분쟁해결절차 제도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 등 소비자 보호 규제 위반에 대한 제재 강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합리한 대출이자 변제 방식도 원금 연체 시 차주의 연체상황을 고려해 변제순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복잡한 가산금리 산출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는 게 윤 내정자의 태도다.

윤 내정자가 이처럼 금융개혁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권에서는 기대감 속에서도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윤 내정자의 경우에는 민간, 학자 출신으로 은행산업에 특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무래도 은행과 관련된 부분을 깊게 들여다보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윤 내정자가 아무래도 교수 출신이기 때문에 초반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금융권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피감기관인 은행의 입장에서는 규제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내정자의 금융개혁에 속도가 조절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시중은행 다른 관계자는 "윤 내정자가 학자 출신으로 논리 등에는 강할 수 있지만 적은 실무 경험으로 급진적인 개혁은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김기식 전 원장의 경우에는 정치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강하게 밀어 붙일 수 있었던 것이지 윤 내정자의 경우에는 김 전 원장처럼 강하게 어필하긴 힘들 것"이라고 봤다.

진보성향인 윤 내정자에 대해 야권이 다시 들고 일어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내정자까지 밀어내면 벌써 3번째인 상황인데 야권이 이번 인사까지 방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선례(김기식 전 원장)가 있기 때문에 검증을 거쳐 추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별한 명분이 있지 않는 한 인사에 훼방을 놓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윤 내정자가 진보성향으로 야권의 타깃이 될 수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교수 출신이기 때문에 다른 후보자들보다는 비리 등에 있어서 자유로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야권이 들고 일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윤 내정자는 숭실대학교 금융학부 교수, 한국금융학회 회장, 한국재무학회 회장 및 주요 금융회사 사외이사 등의 활동을 해왔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산타클라라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금융학회 회장과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거쳤고, 한림대 경영대학장과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지난해 금융행정인사혁신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민간 금융회사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놨다.

앞서 현 정부의 첫 금감원장이었던 최흥식 전 원장은 하나금융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되며 6개월 만에 낙마했다. 전임 김기식 전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출장과 임기 말 셀프 후원금 논란으로 2주 만에 최단기 불명예 사퇴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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