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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의 금융살롱] 떠난 김기식, 남겨진 금감원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8-04-18 17:42

▲ 유광열 수석부원장은 18일 임원회의 후 사내 직원들에게 보내는 '당부의 말씀'이란 글을 통해 "금감원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임직원 모두 하나된 마음으로 감독기구 본연의 소임 완수와 내부경영 혁신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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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원장께서 직(職)을 물러나셨습니다. 우리원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이러한 때일수록 임직원 모두 하나된 마음으로 감독기구 본연의 소임 완수와 내부경영 혁신에 만전을 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중략) 일련의 사태로 인해 임직원 여러분들께서 마음이 아프고 매우 안타깝게 느끼시리라 생각되지만, 동요되거나 흔들리는 일 없이 맡은 바 업무에 정진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떠난 다음날인 18일 유광열 원장 직무대행(수석부원장)이 임직원들에게 남긴 메시지다. 유 직무대행은 수장의 조기 낙마로 조직이 동요할 것을 우려해 직원들에게 편지를 썼다.

그는 "(삼성증권 배당사고나 신한금융 채용비리, 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 관행 개선 등) 주요 현안을 차질없이 진행해달라"면서 남아있는 자들은 금감원 본연의 할일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유 직무대행의 편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운하게도 금감원은 앞서 또 하나의 수장을 떠나보냈다. 최흥식 원장이 낙마한 후인 지난달 13일 그때도 유 직무대행은 임직원들을 다독이는 글을 띄웠다. "우리 원이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가 쌓아가는 지혜와 경험, 인내와 용기가 우리 원의 새로운 재도약을 위한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며 임직원에 용기를 북돋았다. 그렇게 두 명의 금감원장이 바람처럼 머물다 떠났다. 한 명 원장은 6개월, 다른 원장은 2주간의 단명(短命)이었다.

▲ 경제부 김남희 기자ⓒEBN
출입기자로 지켜본 결과, 금감원 임직원들은 지난해 9월부터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특히 공보국 직원들은 매일 제기되는 김 전 원장 의혹과 해명자료에 시달려야 했다. 해명과 설명을 이유로 출입기자들에겐 2주간 10개 가량의 참고자료가 늦은 밤에도 '배달'됐다.

금융사와 관련 기관도 김 전 원장 외유 사건에 연루되면서 검찰 압수수색을 치렀다. 수장을 갑자기 잃은 조직은 고아와 같은 심리 상태로 정체성 혼돈을 겪었다. 사의를 밝힌 김 전 원장은 지난 17일 출근하지 않고 임직원에게 보내는 편지만 남겼다. “금감원의 위상을 세우지 못하고 누를 끼친 점이 죄송하다“고 했다.

야당의 정략적 공격에 금감원은 말그대로 샌드백 신세로 전락한 모습이다. 샌드백을 터뜨려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야당은 모래사막에 폭탄을 퍼붓듯 타격했다. 수장과 금융감독기구 역할에 대한 야당의 진지한 성찰은 찾기 어려웠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 파워게임에 금감원 직원들만 희생되고 있다는 관전평이 다수였다.

통상적으로 리더십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카리스마적 캐릭터’를 떠올린다. 리더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유독 한국에선 ‘카리스마’로 각인돼서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카리스마를 두고 “어느 특정한 사람을 다른 사람들과는 구분되게 하는 특징으로서, 초비상한 힘과 능력을 가졌다고 사람들이 믿음으로써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타인을 행동하게 만드는 어떤 힘 같은 것으로 해석된다.

카리스마 리더십은 청중을 압도하는 발언과 혁명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무서운 실행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개혁 성향의 김 전 원장도 카리스마 리더십으로 분류되면서 금융권 ‘저승사자’란 닉네임을 얻었다.

하지만 "카리스마는 보이는 이미지에 그칠 뿐, 혁신의 근본적 힘은 ‘끝까지 가보는 경험’에 있다"는 누군가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개혁과 혁신이란 현상이 아니라 결과물로 말하는 실행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좋은 회사를 위대한 회사로 도약시킨 리더들의 공통점을 살펴본 전문가 짐 콜린스는 “위대한 리더는 조용하면서도 자신을 낮추고 수줍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조직을 이끌어가는 데 꼭 필요한 소양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리더의 카리스마에만 의존한 기업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사라졌을 때 좌초하고 만다는 애플의 케이스를 설파한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가 생각하는 금융개혁이란 ‘카리스마적 리더십’으로 해결될 일인가 의문이 들었다.

문 대통령은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면서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고 했다. 참여연대 출신으로 부처 근무 경험이 없는 김 원장을 발탁한 이유가 과감한 개혁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 개혁의 발원지는 사람들의 심장이며, 뜨거운 심장으로 실행하는 이들이 모일 때 이뤄진다.
하지만 한 순간 완벽하게 개혁되는 인간 사회는 없다. 축적된 경험의 힘이 모아져 세상을 바꾸고 인간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리베카 솔닛은 한국의 촛불운동과 중동 전역을 휩쓴 ‘아랍의 봄’ 운동을 “공적 공간에 다같이 모이는 경험, 눈으로 확인하는 경험, 뒤로 물러서지 않는 경험,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걸어가는 경험이 쌓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개혁의 발원지는 사람들의 심장이며, 뜨거운 심장으로 실행하는 이들이 모일 때 이뤄진다는 말이다.

기자는 금감원장 낙마를 계기로 개혁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금 벗어나보고 싶었다. 어쩌면 금융산업의 종사자들과 감독 기구가 연대와 공조를 통해 관행과 관습을 극복하는 순간이 금융개혁의 마중물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실패한 수장은 떠나면 그만이지만 남겨진 직원들이 겪어야할 혼란과 고통, 기회 비용은 생각보다 크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게다가 금감원은 정부가 쥐어준 ‘금융개혁’이란 모호한 미션까지 안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기회에 금융개혁의 방향과 과제를 명확히 짚고, 금융산업 플레이어들을 움직이는 자발적 동기부여의 힘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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