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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 "할말 있어요"

  • 송고 2018.04.01 16:39 | 수정 2018.04.01 20:09
  • 이형선 기자 (leehy302@ebn.co.kr)

"정말 부끄럽고 창피하지만 내부에서는 해결이 안됩니다. 저희 좀 도와주세요."

최근 직장인 익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라인드'에서 항공업계에 종사자들의 안타까운 절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박삼구 회장의 성희롱 사건으로 한바탕 풍파를 겪은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으로 추정되는 한 인물은 블라인드 게시판에 "아시아나항공이 취항하는 곳 중 제일 먼 뉴욕에 도착해서 호텔에 가면 물이 안나온다"고 언급했다.

이어 "샤워는 커녕 손발도 못 씻을뿐더러 호텔은 모두 공사 중이라 소음과 먼지 등이 난무해 조종사를 포함한 객실승무원 조차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 탓에 해당 승무원은 호텔 측에 불만을 제기했고 호텔 측으로부터 "이미 호텔의 모든 상황을 회사 측에 설명,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어떠한 추가 조치도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보통 승무원들이 묵는 호텔에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에서 단기간의 임시 숙소를 마련해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사정이 이런데도 회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런 곳에 던져두고 (우리에게)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하라고 요구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글에는 삽시간에 많은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토로하는 승무원들이 단 것이었다. 승무원들이 다른 취항지의 숙소에서 바퀴벌레가 나오기도 했다며 인증사진을 첨부해 올리는가 하면 경쟁사인 대한항공 승무원이 "물이라도 나눠 쓰고 싶다"며 위로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올해 1월 호텔 측으로부터 리모델링 공사 통보를 받았고 투숙객 불편함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호텔측과 조율해왔다"면서 "다만 승무원이 체감하는 불편함이 커 실태 조사 실시할 예정이며 실태 조사 후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최근 들어 국내 항공사들은 저비용항공사(LCC)의 급성장에 따른 시장 경쟁 심화로 너나 할 것 없이 원가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보를 회사의 최우선 당면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더욱 그렇다.

회사는 LCC의 등장과 동시에 그룹 내 여러 부정적인 사건들이 겹치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지난 2015년 말부터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원가절감 노력이 절실한 처지인 것도 맞다.

하지만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과 조종사들을 볼모로 하는 원가절감 노력을 계속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 노력은 무위로 돌아갈 공산이 클 뿐만 아니라 승무원과 조종사의 피로도 급증은 사고 확률을 높이게 되고 이는 결국 승객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과거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일본 히로시마공항에서 활주로 이탈사고를 낸 바 있어 승무원 피로도 심화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성에 대해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조만간 대형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암묵적인 공감대도 형성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세계로 나가는 아름다운 동행(A Beautiful Way to the World)"을 새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아름다운 기업 문화를 통해 고객들과 투자자 그리고 임직원과의 상생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는게 핵심이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화려한 수식어가 덧붙여진 그저 좋은 얘기만 모아 놓은 슬로건에 불과해 보인다. 물론 회사가 주창하는 '동행'의 의미를 지극히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면 더이상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반대로 의도가 그렇지 않았었다면 승무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한 지붕 아래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한다.

이제 더이상 승객들의 안전을 담보한 절규가 나오지 않을 수 있도록 회사 내부의 자성의 목소리와 근본적인 제도 보완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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