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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의 금융살롱] 기업 운명의 길 '지배구조'<1>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8-03-27 11:09

▲ 적당한 우리말이 없어 안타깝지만 기업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란 내부 조직 간의 협치 시스템으로 설명된다. 지배구조는 기업 스스로가 선택하는 자율의 길이기도 하지만, 기업 운명을 만드는 핵심 의사결정의 길이기도 하다.ⓒEBN


사례1. 최고경영자(CEO) 출신이자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뛰어난 스펙과 능력의 대통령이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그의 독단적 리더십을 전세계가 걱정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위협하며 무역전쟁을 선포했고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받아쳤다.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출마 꿈을 키운 1999년부터 보호무역주의자였다”며 "자유무역주의자들이 그에게 맞서긴 만만찮을 것"이라는 분석을 냈다.


사례2. 국내 생활용품업체 ‘락앤락’의 창업주 김준일 회장은 지난해 9월 회사를 사모펀드인 어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팔았다.

김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면 그게 큰 짐이 될 것이다. 자식들이 행복할 수 있을지 생각한 끝에 매각을 결정했다”며 “자식의 의욕과 현실은 다르며 자식들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것은 성공률이 낮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역사상 드문 결정이다.


사람과 기업 그리고 국가의 운명은 선택과 결정의 산물이다. 선택과 결정은 그 사람의 인생관과 리더십에 달린 경우가 많다. 위의 두 사례는 대통령과 경영자가 내린 선택의 방향을 보여준다. 최고 결정권자가 내리는 의사결정 과정은 사전적 용어로 지배구조, 혹은 거버넌스로 불린다.

금융당국과 금융사 간의 ‘지배구조 전쟁’이 거칠다. 은행권 최고경영자의 ‘셀프연임’에서 촉발된 지배구조 문제 이슈는 일부 경영진에 집중된 힘을 견제하기 위해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사 지배구조 365일 들여다 볼 것"이라고 고강도 점검을 예고했고, 금융사는 "경영 판단에 대한 자율성을 침해 한다"고 맞섰다. 깊은 갈등과 강경 대치 속에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직을 내려놨다.

▲ 2014년 10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 왼쪽부터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사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최흥식 하나금융지주 사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김정태 회장의 '셀프연임'과 장기집권이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도화선이 됐다.ⓒ연합뉴스


공직자와 정책은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지배구조가 왜 그토록 중요한지에 대한 당국의 설명이 최근 누락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배구조는 기업 스스로가 선택하는 자율의 길이기도 하지만, 기업 운명을 만드는 핵심 의사결정의 길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최고결정권자의 리더십이 작동되는 길이며, 기업의 다양한 관계자들 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구조이다.

기업 특정인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으면 권력자의 철학과 생각에 맞게 경영 방향을 결정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한 사람의 힘이 인사 채용과 경영 전략 등 전방위적으로 움직인다.

지배구조라는 길이 균형적으로 설계돼 있으면 관계자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길이 왜곡되거나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면 경영 결정에 쏠림현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왜곡된 지배구조를 개혁함으로써 기업은 그동안 억눌린 경쟁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제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라도 불합리한 조직 체계에선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상사가 특정 인물의 업무 결과만을 선택하거나, 능력보다 다른 면을 우선시 한다면 전문가가 그 조직에 정착할 개연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그 조직에는 전문가보다 결정권자가 선호하는 인물로 채워지게 된다. 잘못된 지배구조 아래선 전문가가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창의성 전문가 강창래 작가는 “개인에겐 재능의 불씨가 있지만 그걸 꺼트릴지, 타오르게 할지는 개인의 노력과 조직의 반응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지배구조는 단순히 경영관습의 문제, 기업 자율성과 개성의 영역으로 치부할 게 아닌 것이다. 지배구조는 기업 경쟁력 강화, 기업 수익성 확대, 그리고 기업의 일자리 창출로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결국 한 기업의 리더십은 대한민국 경제 문제에 직결됐다. 경영자의 리더십이 자기권력화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선임부터 평가, 공시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개선하는 게 맞다.

▲ 지배구조는 단순히 경영관습의 문제, 기업 자율성과 개성의 영역으로 치부할 게 아니다. 지배구조는 기업 경쟁력 강화, 기업 수익성 확대, 그리고 기업의 일자리 창출, 대한민국 경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EBN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 교수는 논문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제언’을 통해 “한국의 거시 경제적 상황을 봤을 때 지금이 기업지배구조의 개혁을 요구하는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기업을 둘러싼 총수와 임직원, 주주 등 대다수 이해관계자들은 고도 성장기의 혜택을 공유했다. 기업 성장의 과실이 훨씬 많아져 지배구조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약한 경우가 많았다.

총수 일가가 지분율이 낮아도 경영에 참여해 얻는 사적인 혜택이 매우 컸다. 그 결과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는 후진국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평가(2016년) 기준 한국기업은 회계감사·공시 62위, 소액주주 보호 97위, 기업경영윤리 98위, 이사회 109위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편파적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나 자기 평가에 있어선 후하다.

뒤틀린 대한민국 일자리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문제의 지배구조 개선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해결해야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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