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급매물 움직인다

송고 2018.03.16 00:47 | 수정 2018.03.15 20:48
서호원 기자 (cydas2@ebn.co.kr)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일부 단지 급매물 '쑥쑥'

5000만~6000만원 떨어진 물건 나와도 매수세 '주춤'

#. 50대 김정민(가명)씨는 시장이 불안할 때 집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지인의 조언을 듣고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매매하려고 한다. 평소 관심 있게 보던 매물이 한달새 수천만원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계약금을 걸고 바로 매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계속된 추가 하락 소식에 계약을 계속 진행해야 할 지 고민에 빠졌다. 현재 시장 상황으로만 보면 더 싸게 급매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쓰나미식 규제로 서울 재건축시장 열기를 주도해온 강남 부동산 시장에 냉랭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도 연일 하락세를 거듭하며 관망세가 짙어진 상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에 이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주택자들의 경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으면 내달부터 양도세 중과가 적용된다. 조정대상지역에서 내달 1일 이후 주택을 매도할 경우 2주택자는 기본세율+10%포인트, 3주택 이상은 기본세율+20%포인트의 세금이 부과된다. 여기에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배제되기 때문에 지금 보다 세금부담은 크게 뛰게 되는 구조다.

현재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일부 급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수세는 미미한 상황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연이은 규제로 일부 가격이 조정되는 등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이중 개포주공 일부 단지는 한달새 5000만~6000만원 가량 시세가 하락했다.

개포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출규제와 내달 양도세 중과로 1단지 시세가 수천만원 떨어졌다"며 "매수세도 지난달부터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오는 16일 개포8단지 일반분양을 앞두고 주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1단지 전용 50.38㎡가 1월 16억3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지난달 3000만원 오른 16억7000만원에 물건이 팔렸다. 그러나 이달 15일 기준 6000만원이나 떨어진 매물이 나오고 있다.

거래건수도 현저히 감소했다. 1단지 거래는 1월 27건으로 활발히 움직였지만, 지난달 4건으로 대폭 줄었으며 이달 2건을 기록한 상태다.

이밖에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3주구)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도 급매물이 나오면서 가격 조정을 받고 있다. 3주구 전용 72㎡의 호가는 한 달 전만 해도 19억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억원 넘게 내려 17억원대까지 가격이 하락한 매물이 나왔다. 은마아파트 전용 76㎡의 경우도 평균 시세가 1월 대비 8000만원 가량 떨어진 15억3520만원에 형성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포주공1단지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단지의 이주시기가 6개월 가량 조정되며 재건축 추진과정이 크게 지연됐다"며 "사업이 오래 걸릴수록 조합 운영비와 금융이자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사업성 저하에 따른 가격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매도물량이 늘어나 진정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내달 양도세 중과 시행으로 세금 회피를 목적으로 하는 매물이 당분간 늘어날 것"이라며 "최근 4주 동안 이어진 아파트 가격 상승 둔화 추세가 당분가 더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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