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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정부 지원해도…"4년 후 철수할 것"

당장 한국지엠 중·소형차 능력 필요하지만...미래 핵심사업에 자리 없어
"GM은 악명 높은 공장 폐쇄 전문가...독일 오펠 매각 사례와 비슷"

이미현 기자 (mihyun0521@ebn.co.kr)

등록 : 2018-03-08 16:43

▲ 한국지엠 노조가 GM에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비롯한 한국지엠 회생 방안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데일리안

한국지엠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자금지원 여부가 화두인 가운데 정부가 한국지엠에 투자해도 결국 4~5년 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선 수익성이 높은 대형차와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제네럴모터스(GM)의 글로벌 전략에 한국지엠의 역할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스웨덴 사브, 유럽 오펠, 캐나다 지엠의 공장 폐쇄 사례를 보면 GM은 글로벌 전략에서 배제된 사업장의 경우 해당 정부의 지원금이나 노조의 양보 여부에 상응하는 기간 만큼만 단기적으로 공장을 운영해왔다는 것이다.

8일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의 ‘철수론 이후 한국지엠 대안’ 보고서에 따르면 메리바라 GM 최고경영자는 2013년 취임 이후 기존 생산량 중심 전략을 버리고 수익성과 미래자동차에 초점을 두도록 GM 글로벌 전략을 새롭게 짰다.

구체적으로는 △픽업트럭 집중(GM은 북미 시장의 트럭 강자이다.) △중국 시장 공략 △금융부분 재건 △세계 사업장에서의 수익성 강화 △미래형 자동차 등 크게 5가지 글로벌 전략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GM은 2013~20년을 운영성과 향상기간으로 설정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또 GM은 2017년 한국지엠을 수익성 개선 프로그램 핵심 지역으로 지목하고, 2019년까지 흑자전환하지 않으면 과감한 결정(철수)을 취할 것이라는 내부 보고서를 냈다. 이는 곧 현재 한국지엠 구조조정이 이같은 GM의 글로벌 정책 흐름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GM, 한국지엠 2019년 철수 결정 보고서…배리 엥글 사장 방한 배경은

실제 한국지엠은 지난 5년간 누적적자가 약 2조원에 달한다. 2017년 상반기 한국지엠은 자본을 모두 소진하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GM은 과감한 결정 시한(2019년)을 1년 앞두고 지난달 13일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군산공장 폐쇄는 지난 몇년 동안 심각한 손실을 기록한 한국지엠의 경영실적을 면밀하게 검토한 이후 내려졌다는 것이다.

이어 지난달 19~22일 배리 엥글 GM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방한해 신차 배정 계획을 언급하며 한국지엠을 살리기 위한 정부 지원을 비롯한 혜택을 요구했다. 정부는 한국지엠 실사 후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지원 연구원은 “GM은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공장 폐쇄 전문가”라며 “한국지엠과 같이 공장 폐쇄 협박을 받은 스웨덴의 사브, 독일 오펠, 캐나다 지엠 사례를 보면 GM은 전략에서 배제된 사업장에는 지원금이나 노조의 양보 만큼만 단기적으로 공장을 운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오펠 구조조정과 매각 과정은 현재 한국지엠과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군산공장 폐쇄 직후 지난달 방한해 한국지엠 해법을 논의했다. ⓒ데일리안

GM의 오펠 구조조정을 살펴보면, GM은 정부 지원 요청 전에 본보기로 오펠 벨기에 공장을 폐쇄했다. 이어 GM은 오펠 공장이 있는 독일, 영국, 스페인 등 현지 정부에 투자계획, 신차 투입계획 등과 연계해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독일 정부는 GM의 지원 요구를 거부했고, GM은 독일 전 공장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GM은 1929년 독일, 영국 등 10개 공장을 운영하던 독일 자동차기업 오펠을 인수했다. 오펠은 80년 넘게 GM 계열사로 있으면서 기술적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곳이다.

한국지엠의 경우도 비슷하다. GM은 군산공장 폐쇄 직후 방한해 구조조정을 무기로 협상력을 높였고, 한국지엠에 대한 정부 지원을 전제로 신차 배치 및 투자 여부 등을 조건으로 달았다.

한 연구원은 “하지만 결국 오펠이 적자 상태로 매각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GM의 기업 회생 구조조정은 그다지 신뢰성이 없다”며 “투자계획 역시 당시 독일 정부가 우려했던 것처럼 실제 집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GM은 2010~17년까지 오펠을 빈사 상태로 만들어 푸조시트로앵에 넘겼다”며 “한국지엠 역시 오펠처럼 회생보다는 매각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GM, 한국지엠 회생 의지 있나…길어야 3~5년

GM이 한국지엠 해법으로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실제로 한국지엠 회생에 얼마나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연구원은 “한국지엠의 지난 5년간 누적 적자액 2조원 중 거의 4분의 3이 한국지엠과는 그다지 큰 관계가 없이 발생한 적자”라며 “지난 5년간 한국지엠이 본사에 지급한 이자비용, 인건비, 업무지원비가 1조원이고 본사의 영업 결정으로 입은 손실이 4700억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이 적자가 없었다면 한국지엠은 연 1000억원 정도 적자를 본 셈이고 이는 군산공장 정상화나 아주 약간의 수출가격 조정으로도 쉽게 흑자로 바꿀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지엠의 흑자전환 여부는 한국지엠의 노력이 아나라 본사의 정책 결정에 따라 좌우된다는 뜻이다.

한 연구원은 이에 따라 한국지엠의 향후 수명은 길어도 3~5년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오펠을 매각한 GM은 중·소형차 경쟁력이 이전보다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한국의 중·소형차 생산능력과 개발·디자인 능력은 GM에 앞으로 몇년간 중요할 수밖 에 없다”며 “GM이 소형차 1~2종을 한국에 배치하겠다는 것도 이 정도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리 엥글 사장은 방한 당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와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을 한국에 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하지만 이것도 길어야 3~5년 정도”라며 “GM은 2020년까지 픽업트럭, 크로스오버, 스포츠유틸리티 등 수익성이 높은 대형차와 전기차·자율주행차 같은 미래형 자동차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구조조정을 핵심 사업계획으로 가지고 있지만, 이 계획에는 한국의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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