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리 하나·신한銀 '인하' vs 3%대 농협·우리銀 '인상'
시중은행 신용1~2등급 고신용자 위주 대출 집중이 한 배경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대출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가 4%대로 수렴되고 있다. 대체로 신용대출 금리가 4% 중후반 대였던 곳은 내림세를 보였고, 3% 후반대를 적용했던 시중은행들은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가 오른 이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간 주요 시중은행 6곳의 신용대출 금리가 4%를 기준으로 헤쳐모이는 모양새였다.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들이 신용등급 1~2등급의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IBK기업·KB국민·KEB하나·NH농협·신한·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금리는 온도차를 보였다. 평균 3%대의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농협, 우리은행은 가산금리 상승과 함께 대출금리의 인상이 이뤄졌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12월에 비해 2월 0.14%포인트 오른 3.86%였다.
반면 4%대의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하나·신한은행은 가산금리를 인하하면서 대출금리도 내렸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2월 평균대출금리는 4.27%로 전달에 비해 0.01%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최근 3개월새 평균 대출금리를 각각 0.36%포인트, 0.15%포인트 내려서 2월 대출금리는 4.50%, 4.06%를 기록, 4%대를 유지하면서 하향세를 그렸다.
지난해 12월 3.73%의 평균 대출금리를 적용했던 농협은행은 1월 3.75%, 2월 3.80%로 오름세를 유지했고, 우리은행은 2월 3.98%의 대출금리 적용했다. 지난 12월 3.69%, 1월 3.78%로 연속해서 올리면서 4%대를 향해 치닫았다.
공시된 시중은행들의 평균 대출금리는 전월 신규 취급한 대출을 취합해 신용등급별로 평균 내 전국은행연합회에 제공한 값이다. 이들 6개 시중은행들의 2월 전체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등급별 평균금리 중 1~2등급과 3~4등급 구간 사이에 모두 위치해 있다. 고신용자인 1~2등급의 평균금리 보다는 조금 높고, 3~4등급 평균금리에 비해서는 더 낮은 수준이다.
시중은행들이 1~2등급의 고신용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상품 판매가 집중된 것이 전체 평균 신용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었다는 의미다. 신용등급이 5개 구간으로 나눠져 있고, 이 구간별 금리 책정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평균 금리 수준이 어느 구간의 평균 금리와 가깝느냐에 따라서 대출 집중도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 억제에 공을 들이고 있어서 시중은행들이 주담보를 포함한 가계대출을 쉽게 늘리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금리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올해라면 같은 신용대출을 해도 안정성이 높은 고객들에게 집중하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추세는 이전까지 1금융권 대출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4등급 정도의 중신용자들까지도 제2금융권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중신용자도 제2금융권으로 내몰리게 되면 가계부채 질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더군다나 대출 시장을 보면 1월 신DTI(총부채상환비율)의 시행과 3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의 시범운영 예정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은 위축이 예상된다. 신용대출에 대한 필요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우려도 그만큼 더 높아진다.
최근 한국은행의 발표를 보면 지난달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1조4000억원 늘었다. 전월(1조3000억원)보다 확대된 증가폭이다. 이같은 기타대출 규모는 1월 기준, 2008년 이후 가장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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