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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의 세상돋보기] ‘네탓’ 공방에 무너지는 한국지엠 팀추월

  • 송고 2018.02.21 08:23 | 수정 2018.02.21 11:29
  • 박용환 기자 (yhpark@ebn.co.kr)

GM-노조 부실 탓 두고 공방...한국지엠 공동체 책임있는 자세 안보여

‘뛰어난 개인이 아니라 ’좋은 팀‘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차대한 시기’

평창동계올림픽이 삶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게 만드는 청량제가 되고 있다. 개최 직전 남북 단일팀 결성 문제로 시끄럽기도 했지만 막상 올림픽이 시작된 뒤에는 선수들의 멋진 승부가 인간 본연의 땀의 순수함을 보여주면서 정치와 이념을 뛰어넘는 감동을 주고 있다.

각 경기에 임하는 선수는 그들의 인생을 건 마지막 도전에 나서고 있다. 메달의 색깔이 선수의 노력을 결정하는 것 같지만 경지를 넘어서면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선수들에게는 진리가 된다.

“나보다 땀을 많이 흘린 선수가 있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라고 한 어느 선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운동선수들에게 금메달은 꾀나 돈으로 절대 가질 수 없다.

최민정 선수가 500m 실격을 딛고 일어나 1500m에서 우승을 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인생사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스켈레톤의 윤성빈 선수가 군계일학의 천재성을 보이며 금메달을 땄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의 좌절을 딛고 일어선 성공 스토리를 MSG 하나 없이 실시간 생중계로 같이 보고 환호했다. 1500m에서 그는 불운이 범접할 수조차 없는 월등한 ‘실력’으로 우승을 이뤄냈다.

이상화 선수의 눈물은 가슴 저렸다. 4년간 그를 짓눌렀을 3연패에 대한 중압감, 부상에도 불구하고 땀 흘렸던 시간, 이제는 끝났구나하는 안도, 금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 이런 저런 마음이 복잡하게 뒤엉켜 서러움이 하염없는 눈물로 흐르지 않았을까.

그런 이상화 선수를 위로한 이는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1위를 차지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였다. 고다이라 선수는 이상화 선수의 경기 시작 직전 일본 응원단에게 손가락을 입에 붙이며 조용히 해 줄 것을 부탁했다. 경기 직후 이상화 선수가 들고 있던 태극기를 자신이 받아들며 이상화 선수를 끌어안았다. 3살이 더 많은 고다이라 선수는 이상화 선수를 보고 꿈을 키웠다고 한다.

서양 선수의 독무대였던 스피드스케이팅을 이상화 선수가 깼다면 고다이라는 동양인의 전성기를 열고 있다. 이상화 선수는 고다이라 선수를 “존경한다”라며 패배를 가슴 아파 하지 않았다. 둘은 경쟁자라기보다 결국 끝에 마주할 수밖에 없는 자신이라는 벽을 넘게 해주는 자극제가 된 사이였다. 상대방에게 존경을 표하고 위로하는 멋진 우정을 보여줬다.

19일 오후에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전. 맨 뒤 선수의 기록으로 인정되는 팀추월에서 우리 ‘팀’은 준결승진출에 실패했다. 그래 잘 못할 수도 있지, 하지만 경기를 마친 선수들의 인터뷰는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뛰어난 개인 세 명이 아니라 좋은 팀이 이길 수 있는 경기’임에도 “우린 기록이 잘 나왔는데...격차가 벌어져 아쉽다”라는 한 선수의 인터뷰는 어안을 벙벙하게 했다. 앞선 두 선수는 개인적인 기록을 내려는데 치중했고 마지막 선수를 홀로 내버려뒀다.

선수를 비난할 마음은 없다. 따지고 보면 삶의 현장에서는 흔하디흔한 장면이다. 감동의 드라마에 취해 있다가 팀추월 경기를 보면서 차가운 현실로 돌아왔다.

“나는 잘했는데 쟤 때문에...”

20일 한국지엠 노동조합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민주당 한국지엠 대책 테스크포스(TF)를 만났다. 배리 앵글 GM총괄 부사장겸 해외사업부문 사장도 시간차를 두고 TF를 방문했다.

한국지엠의 부실 책임과 경영정상화 해법을 놓고 1대 주주인 제네럴모터스(GM)과 한국지엠 노동조합이 네 탓 공방이 벌어졌다. GM은 정부도 끌어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지역경제와 일자리가 달린 문제라 정부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을 GM은 간파했다.

노조는 “열심히 일한 것뿐인데”, GM이 한국지엠의 부를 빼돌리며 경영을 부실하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GM은 한국 사업장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는 이유로 ‘높은 인건비’를 은연중에 공공연히 흘리고 있다.

적자규모가 2조5000억원~3조원에 달하는 한국지엠의 경영실패 책임을 지겠다는 나서는 이는 아무도 없다. 경영실패의 책임은 1차적으로 GM에 있지만 책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GM은 선심 쓰듯 한국지엠 회생에 투자를 하겠다고 하면서 단서조항으로 정부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경영실패 책임을 GM에 돌렸다. 군산공장 폐쇄 및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국지엠의 1인당 평균 연봉은 8700만원이다. 지난 13일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다음날인 14일 한국지엠 노조원들은 성과급을 지급받았다. 1050만원 중 나머지 절반은 4월에 받게 된다. 군산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일부 직원들은 비정규직 문제에 무관심했던 노조원들에게 ‘희생자 코스프레’라는 식의 비난도 보이고 있다.

통상임금 등의 임금문제에는 적극적이었던 노조가 매년 임금단체협상을 하면서 사측과 중장기 비전을 확실하게 논의하는데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사측은 성과급 지금과 학자금, 연차 수당 등 복리후생 비용 지금을 중단하는 방안을 노조에 요구할 예정이다. 절반만 줄여도 수천억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추정이다.

지금은 네 탓으로 시간을 보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한국지엠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부의 공적자금이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당사자인 노조가 국민들 앞에 먼저 겸허한 자세로 회사를 살리는데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할 때다.

‘팀추월’ 경기를 보고 있다. 공동운명체인 한국지엠은 지금 탈락할 위기에 놓였다. 경기가 끝난 뒤 노조는 ‘GM 때문’, GM은 ‘한국 노조 때문’이라고 서로를 향한 손가락질해봐야 국민의 싸늘한 외면만 있을 뿐이다.

“나보다 땀을 많이 흘린 선수가 있다면...” 한국지엠의 공동운명체인 노사는 이제 남을 가리키던 손가락을 자신에게 돌리며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한다. 위기를 이겨낸 한국지엠의 노사가 서로를 위로하며 존경하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화와 고다이라 선수의 모습을 경기장 밖에서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만 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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