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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의 세상돋보기] 최종식 쌍용차 사장, 렉스턴 스포츠 운명건 300만원 결단

영업-재무 가격 놓고 팽팽한 신경전
최 사장, 공장가동률 향상 최우선 결단

박용환 기자 (yhpark@ebn.co.kr)

등록 : 2018-01-23 06:00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스포츠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업일수로 보름도 안 돼 계약건수 6000여대를 넘긴 렉스턴 스포츠의 인기 비결은 G4 렉스턴의 혈통으로 픽업트럭에 걸맞은 큰 덩치와 고급스런 내외장을 들 수 있겠지만 뭐니뭐니 해도 착한 가격이 초반 기세를 잡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G4 렉스턴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는 픽업트럭에 걸맞게 뒷부분이 독립적으로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전환된 것과 파워트레인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7단 변속기가 아이신 6단으로 바뀐 것, 뒷바퀴의 서스펜션이 달라진 것 등이다. 그 외는 옵션에서의 소소한 변화로 전체적인 골자는 렉스턴 스포츠에 그대로 승계됐다. 운전석에서 실내를 보면 G4 렉스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1000만원가량 더 싸다. 때문에 고객들은 소위 개이득(?)이라고 표현할 만큼 렉스턴 스포츠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2320만원부터 렉스턴 스포츠를 살 수 있다. 코란도C 가격이 224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걸 감안하면 차급을 뛰어넘는 놀라운 가격이라고 할만하다. 렉스턴 스포츠는 단종된 코란도 스포츠 가격(2160만원대부터)과도 큰 차이가 없다.

어떻게 이 같은 가격으로 출시할 수 있었을까. 생산 원가는 건질 수 있을까. 지난해에도 적자를 낸 쌍용차가 너무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쌍용차 내부에서 가격을 결정하기까지 난관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재무부문과 영업부문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면서 팽팽히 맞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쪽에서는 원가부담 등을 고려해 현재 가격보다 300만원정도 높은 가격에 출시해야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반면 영업에서는 많이 팔아야한다는 논리를 피면서 현재의 가격을 제시했다.

양 부서간 가격을 둘러싼 의견이 좀처럼 수렴되지 않자 결국 최종식 사장이 나섰다. 양측 의견을 듣고 최 사장은 300만원 싼 가격대로 출시할 것을 결정했다.

현재보다 300만원정도 높은 가격은 현대자동차의 인기 SUV모델인 싼타페와 정면 대결을 의미한다. G4 렉스턴의 고급스런 혈통과 픽업트럭이라는 장점을 살려 고만고만한 시장으로 지켜나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겠지만 싼타페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시장에서 수요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 최종식 쌍용차 사장이 지난해 9월 독일 비스바덴에서 G4 렉스턴의 유라시아 대륙횡단을 축하하고 있다ⓒEBN

최 사장이 당장의 이익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착한 가격으로 결정한 배경은 렉스턴 스포츠를 더 많이 판매해야한다는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쌍용차 정무영 상무는 귀띔했다.

쌍용차 평택공장은 티볼리 브랜드의 인기로 2016년까지 90% 이상의 가동률을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80%대로 떨어졌다. G4 렉스턴이 새로 출시됐지만 수출물량이 줄어든데 따른 영향이었다.

평택공장의 가동률이 높아지면 생산성 개선으로 원가부담은 차차 낮아질 수 있다. 럭셔리 플래그십 모델인 G4 렉스턴이 출시된지 8개월가량이 지났고 여전히 고급 모델로 차별화돼 잘 팔리고 있다는 점도 가격을 낮췄을 때의 부담을 덜었던 이유다.

어찌보면 렉스턴 스포츠의 저렴한 가격은 자사의 코란도C 수요를 잠식하는 자살골로도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낮춘 것은 더 큰 수요를 얻어내기 위한 묘수라고 감히 평가할 만하다. 눈앞에 이익만 보면 쉽지 않은 결단이었지만 최 사장이 더 큰 그림을 그린 것이 렉스턴 스포츠의 초기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주효했다.

렉스턴 스포츠의 인기로 ‘픽업트럭’ 시장도 꿈틀 거릴 조짐마저 보인다. 이 같은 최 사장의 중장기적인 결단이 SUV시장과 향후 픽업트럭 시장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