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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들 다 떠나고 없는데"…현대라이프 수당 복구 '면피용' 비난고조

노조 "설계사 90% 떠났는데 수수료 올려봤자 실효성 없는 '뒷북'"
영업지침 변경 적용 동의서 저의 의심…보여주기식 면피용 조치 비난

이나리 기자 (nallee87@ebn.co.kr)

등록 : 2018-01-19 14:30

개인영업채널 포기와 설계사 판매수수료 대폭 삭감이란 폭탄을 맞은 현대라이프생명 설계사들에게 사측이 수수료 원상복귀라는 카드를 내걸었다. 현대라이프생명이 지난해 9월부터 희망퇴직과 계약해지 등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전개한 이후 5개월만이다.

안팎으로 부침을 겪고 있는 현대라이프생명이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로부터 극심한 질타가 쏟아지며 갈등이 좀 처럼 가라앉지 않자 봉합책을 내 놓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미 설계사 90% 이상이 회사를 떠난 상황이라 현대라이프생명의 이 같은 조치가 보여주기식 면피용 아니냐는 또 다른 비판에 직면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라이프 사측은 남아있는 설계사들에게 보험판매 수수료를 50% 삭감했던 조치를 원상복귀하기로 결정했다.

현대라이프의 수수료 삭감은 지난해 9월부터 사측이 경영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과 개인영업 포기를 택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400명이 넘던 직원들은 희망퇴직으로 250명이나 떠났다. 개인영업을 위한 지점 75개도 센터 두 곳을 포함한 11개 지점으로 축소됐다.
▲ 천막농성을 진행중인 현대라이프생명 보험설계사노조.

개인영업채널이 사라지면서 설계사들도 타격을 입었다. 현대라이프는 지점을 없애면서 설계사들에게 재택근무 시행과 수수료 50% 삭감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영업지침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계약기간 만료 후 해촉(계약해지) 하기로 했고, 계약이 해지되면 상품 모집 수수료를 주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설계사들은 대부분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초 2000명에 달하던 설계사들이 지난해 9월 600명으로 줄었고, 현재 150명으로 대부분 나갔다. 지난해 초 대비 92.5%(1850명)가 줄었다.

현대라이프 설계사들은 지난해 9월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잔여수당 지급 △수수료삭감정책 철회 △해촉자 원상회복 등을 요구하면서 천막 시위를 이어갔다.

이 같은 갈등과 문제가 불거진 지 5개월 만에 사측이 수수료 삭감정책을 철회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설계사들은 현대라이프의 조치가 ‘면피용 뒷북’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이미 설계사 90% 이상이 떠난 상황에서 수수료 삭감 철회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사측에서 수수료 삭감 철회 내용을 담은 보험영업지침 변경 동의서에 설계사들의 싸인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놓고 여러 가지 우려가 나온다.

이동근 전국보험설계사노조 현대라이프지부장은 “지난해 수수료를 삭감할 때는 설계사들에게 아무런 동의도 구하지 않더니 이제 와서 삭감을 철회한다며 동의서를 요구하는 사측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사측이 향후 이 동의서를 빌미로 설계사들이 과거 수수료 삭감조치 및 해촉 등에 동의한 것으로 보거나 잔여수당 및 환수 조치시 악이용될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현대라이프 설계사 비상대책위 구성을 시작으로 노조까지 설립했으나 사측이 노조를 무시하며 개별적으로 설계사들을 설득하며 동의서에 싸인을 받고 있다”며 “사측이 외부로부터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자 이를 의식한 보여주기식 임시방편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대라이프는 안팎으로 순탄치 않다. 지난달 현대기아차그룹사 18개 노조대표들은 현대라이프가 설계사에 대한 갑질 문제를 이사회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라이프는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의 하나다.

성명서를 통해 노조 대표들은 현대라이프가 회사의 경영부실 책임을 고스란히 설계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현대라이프가 현대기아차 그룹사 14만 노동자의 퇴직연금 1조8900억원을 제대로 운용할 수 있을지 우려를 표했다.

현대차 등 계열사 퇴직연금 실적에 의존하고 있는 현대라이프에 압박을 가한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달 현대라이프 설계사 노조 천막농성장을 방문해 설계사들을 위로하며 서울시 차원의 지원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