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확장법 232조' 따른 철강 수입규제 촉각
"WTO 위에 미국…CIT 소송 위한 정부·업계 협력해야"
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기자와 만나 "미국 반덤핑 제재로 세아제강 뿐만 아니라 많은 철강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소 등 (통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철강업계가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이는 미국에 대해 적극 대응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올 초부터 미국 정부의 잇단 수입규제 조치가 예상되는 만큼 업계가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최근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 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 접수 이후 90일 이내에 상무부 조사 결과에 따라 수입규제 등의 조치를 할지 결정하게 된다.
미국은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으로 인한 자국 철강산업 피해를 문제삼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중국산 철강재의 우회수출국으로 판단하고 있어 한국산 철강재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산 철강재에 대해 잇단 반덤핑 판정을 내리며 수출길을 틀어막고 있음에도 수입량이 줄어들지 않아 강력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에 따라 대미 수출이 매출의 대부분인 에너지용 강관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강력 대응 의지를 밝힌 이유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세계무역기구(WTO)가 한·미 유정용 강관 반덤핑 분쟁에서 미국의 조치가 WTO 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다만 업계는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속으로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안덕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WTO 협정상 의무 위반 소지가 매우 크지만 WTO 소송결과에 상관없이 조치를 강행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했던 미국이 WTO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면서도 "미국은 WTO 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WTO 제소도 중요하지만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소송을 통해 유리한 판정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상무부의 조치에 근거가 없어 법적으로 대응하면 승소 가능성이 높고, WTO 제소와 달리 CIT 판결은 즉시효력이 발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CIT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현대제철이 부식방지 표면처리 강판에 부과한 반덤핑 관세가 부당하다며 상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관세율을 다시 산정하라고 명령했다.
철강업계는 '불리한 이용 가능한 정보(AFA)'에 대해 계속 불리하게 적용됐지만 CIT가 처음으로 상무부의 AFA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의미있는 명령으로 보고 있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넥스틸도 지난해 4월 미국으로부터 유정용 강관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자 워싱턴 소재 대형 로펌 2곳을 선정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제재를 받은 업체들이 WTO 제소를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며 "CIT 제소는 판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통상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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