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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 거론됐지만…규제 실효성 '논란' 지속

금융당국 연이은 가상화폐 규제 발표…투자자 '요지부동'
입법체계 미비로 규제에 한계…거래소 폐쇄 현실성 의문

김지성 기자 (lazyhand@ebn.co.kr)

등록 : 2018-01-09 11:30

▲ 서울 중구 빗썸 거래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연합

"정부 발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가상화폐)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지난 8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 거래소 직접조사와 폐쇄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에 대한 가상화폐 투자자 최 모씨의 반응이다.

지난해 11월부터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를 시작한 최 모씨는 최근 투자금액을 기존의 두 배로 늘렸다. 지난해 말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의 가상계좌 발급을 일시 중단시켰지만 최 씨는 지인의 계좌를 이용해 추가 투자에 나선 것이다. 최 씨는 "비트코인은 일부 팔았고, 리플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상화폐 투자자도 "답이 나오지 않는 으름장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아무말 대잔치같다. 책임지지도 못할 겁주기식 발언"이라며 금융당국의 발표를 평가절하했다. 가상화폐 거래를 '투기'로 보고 연이은 규제안을 내놓고 있는 금융당국의 행보가 머쓱해지는 상황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가상화폐 거래 규제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금융위 주도의 '가상통화 관계기관 TF'를 열고, ICO(증권발행 형태의 가상화폐 이용 자금조달) 금지를 시작으로, 전날 "가상화폐 거래소의 불법행위를 조사할 수 있다"는 발표까지 연이은 규제안을 내놓았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한 6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금융당국이 시작한 현장점검은 '가상계좌 폐쇄'까지 염두에 둔 조치이다. 가상화폐 거래로 몰리는 국내 투자자금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됐다.

현장점검에 참여한 금융정보분석원 측은 "법령에 따라 과태료 등 금전 제재와 임직원 해임 등 신분 제재가 가능하다"며 "최악의 경우 계좌 폐쇄도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우선 가능한 한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 최대한의 조치를 하겠다"며 "그중 하나가 (현장)점검"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은행이 자금 세탁 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이를 비롯해 가상계좌 운용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지를 찾아볼 것"이라며 "더 나아가 가상통화 취급업소에 대한 직접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여러 가지 해킹 사고 또는 전산 사고로 거래 중단이 일어나도록 돼있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도 과연 자작극 아니냐 의심할 정도로 현재 그 안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조차 알지 못한다"며 "이른바 위장 사고 가능성, 시세 조종, 유사수신 부분에 대해서 가상통화 취급업소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보내는 시그널은 분명하다.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화되고 있고, 이 때문에 과열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의지 표현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규제안이 시장에서는 제대로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가상화폐 한 관계자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조치인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현실성이 없다"며 "폐쇄를 진행할 법과 제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 제정에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그 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만약 가상화폐 거래소가 폐쇄된다고 해도 해외 거래소 이용에 따른 제재 법률이 없어서 실제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가상화폐 거래 관련 국내법은 전무한 상황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가상화폐의 정의와 피해자 보호를 적시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돼 있지만, 소관위에 접수된 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도 법제도의 미비를 인정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아직 체계가 갖춰지지 못했다는 데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가 출현한 것은 여러 해가 됐지만 투기 광풍이 불고 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로 보는데, 그 몇 달동안에 제도로서 충분한 규제장치를 만드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하소연도 했다.

최종구 위원장은 이어 "제대로 된 규제는 입법을 통해서 해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하지만 입법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입법 전이라도 무분별한 참여가 주는 것에 대한 경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현재 법체계의 미비점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우선 가능한 한 방법을 강구해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에 대한 현장점검을 통해 자금 세탁 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이를 비롯해 가상계좌 운용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지를 찾아보겠다는 것도 언급된 가능한 방법의 하나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등의 강력한 조치는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은행 현장점검과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직접 조사 등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문제점이 확인되면 이를 토대로 위장 사고 가능성, 시세 조종, 유사수신 부분 등 현행 법으로 규제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보겠다는 의미이다.

은행 현장점검을 통해 파악한 내용으로 금융위가 우선, 은행을 대상으로 한 가상계좌 폐쇄를 주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최 위원장은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토대로 우선 은행에 대해서는 일부 영업 중단, 그 부분에 대한 영업중단, 그러니까 가상계좌서비스 제공을 중단시키도록 해서 가상계좌 거래를 어렵게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나와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중단을 요구하면 그렇게 할 것이다. 정부의 정책에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 서비스 제공으로 수익이 나는 것도 거의 없다. 시스템 구축비용과 인건비 등을 계산하면 이익이 거의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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