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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의 증권랜드] 초대형 IB…기대에서 냉소로

박소희 기자 (shpark@ebn.co.kr)

등록 : 2018-01-05 14:25

▲ EBN 경제부 증권팀 박소희 기자.
기대가 실망으로, 실망이 냉소로 번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증권사 모두가 야심하게 추진했던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은 이제 지난 정권이 밀던 정책쯤으로 낮잡아 불리기도 합니다.

초대형IB 육성 취지는 혁신 기업에 모험자금을 적극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겁니다. 은행보다는 좀 더 리스크를 감수 할 수 있는 증권사가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임무에 더 충실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 기조를 보면 모험자금 공급 유인을 초대형IB 보다는 코스닥 활성화에서 찾겠다는 의지가 강한 걸로 보입니다. 물론 발행어음과 코스닥 활성화를 비교하기엔 어느정도 무리가 있지만 현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 키워드는 어쨌든 코스닥 활성화로 좁혀집니다.

삼성증권이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보류될 때 까지만해도 이렇게 자격에 미달한(?) 증권사가 속출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 못했습니다. 이후 미래에셋대우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거래 조사로 심사가 보류되자 초대형IB 인가 문턱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위기의식 혹은 실망감이 확산됐습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일감 몰아주기 철퇴,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감안하면 미래에셋대우의 인가는 단기간 내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KB증권까지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하자 초대형IB들은 웃음기가 싹 가셨습니다. 일말의 기대는 냉소로 바꼈고 정부 지원책에 대한 무용론이 팽배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정책에 따라 이미 자기자본을 확대해 놓은 초대형IB들은 이제 지체할 여지가 없습니다. 미래에셋대우는 보란 듯이 연초부터 해외 딜 소식을 알려왔고 다른 초대형 증권사도 기업금융 강화, 계열사 시너지 확대 등 그냥 각자 살길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발행어음시장서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역시 다 같이 뛰어들지 못해 아쉽다는 속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시장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경쟁 구도가 형성돼야 하는데 한국투자증권이 홀로 아무리 흥행 가도를 달리더라도 반쪽자리에 그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당국은 확실히 짚고 가자는 취지일 겁니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증권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왔고 결국 이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냐고 반문했습니다. 증권사들이 사업을 확장해가면서 지배구조 문제, 불완전 판매 등 여러 허점을 내보였고 결국 자승자박이 됐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초대형IB 사업을 키울 수 있는건 지금으로서는 당국의 의지 뿐입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초대형IB들도 동력을 잃기 마련입니다. 금리는 올랐고 경영 환경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주 증선위에서는 2호 발행어음 사업자가 탄생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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