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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의 금융살롱] '대수롭지 않은(?)' 전화 한통의 파장

  • 송고 2017.12.27 11:17 | 수정 2017.12.27 13:17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경제부 김남희 기자

ⓒ경제부 김남희 기자

새 정부 들어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뭘까. 거두절미하고 '적폐'를 들고 싶다.

새 정부는 사회 여러 분야에서의 적폐청산을 강조하며 깨끗한 나라, 사람이 먼저인 나라를 슬로건으로 그 동안의 적폐 관행에 대한 대수술을 진행 중이다.

금융권 역시 비켜갈 수는 없다. 적폐 청산을 통해 그 동안의 나쁜 관행을 뿌리 뽑아 건전한 금융시장 환경을 조성하자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일명 '금융검찰'이란 불리던 금융감독원의 채용 비리 정황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필자 역시 채용비리 사태를 접하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또 한명의 젊은이로서 우리 사회의 실상에 대해 비참함과 허무함을 피할 수 없었다.

강연이나 사건사고를 주제로 다룬 방송을 접하다보면 흔히 나오는 말 중에 프레임이란 말이 있다. 사건과 사실 사이의 관계를 해석하는 관점의 틀이다.

'공공기관은 세금을 축내는 도둑놈들 집단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은 가졌을 법한 시각이다. 이런 프레임으로 우리는 금감원을 밥만 축내는 공공기관, 채용비리까지 일삼는 영혼 없는 집단으로 본 적이 있을 것이다.(금감원 예산은 국가 재정이 아닌, 금융사가 낸 감독분담금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프레임을 조금 넓히면 사건의 배경, 사태를 몰고 온 조직적 구조가 보인다. 금감원과 같은 공공기관은 강력한 상명하복 구조 속에서 ‘지시하고 지시받는’ 문화가 굳어져 있어서다.

채용 비리와 같은 적폐가 가능했던 것은 고위직급자의 권력 사유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이유다.

한때 글로벌 경제전문채널 CNBC는 "한국 사회에서는 기체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조차 조종사 간 위계질서 때문에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질타한 바 있다. 미국 언론이 국내 항공기 사고 원인을 '시키면 한다' '까라면 까'라는 문화에서 비롯됐음을 간파한 지적이다.

특히 공직 사회와 기업, 정계 등 엘리트집단 사이에서 상명하복은 거부할 수 없는 의식과 같다. 선배가 후배의 뒷일을 챙겨주는 ‘보험’이자 ‘백그라운드’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여의도 금감원ⓒ금감원

여의도 금감원ⓒ금감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금감원 채용비리 사건 조사가 반환점을 돌면서 이문종 전 금감원 총무국장과 이병삼 전 부원장보가 지난 12일과 지난달 20일 각각 구속 기소됐다.

이 전 국장은 지난해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친구 아들이 금감원 공채에 지원했으니 합격여부를 알아봐 달라"는 청탁을 받고 수출입은행 부행장 아들을 필기시험에 합격시킨 뒤 면접점수를 높게 주는 방식으로 최종 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 및 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이 전 부원장보는 당시의 담당 국장이다.

김용환 회장은 2008년~2011년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지냈다. 구속된 이 전 국장은 김 회장이 수석부원장으로 있을 당시 비서팀장과 감사팀장을 지냈다. 수석부원장 직속 총무국에 소속된 자리다. 그리고 이 전 부원장보는 사건 당시 총무국장이었다.

금감원 내부적으로는 "채용비리에 연루된 점 자체가 잘못한 일입니다만,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나 역시 조직을 거쳐 간 대선배의 전화를 받았다면 어떻게 행동했지 자문해보게 됩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떤 이들은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추후에 문제가 될 사안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채용 기간만큼은 외부와 최대한 접촉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에서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국내 금융 산업과 규제체계가 ‘관치(官治)’에 최적화 돼 있다는 것을. 특히 은행의 경우 '관의 우산' 아래 과점구조를 유지하며 비교적 안전한 창구영업으로 국민들에게 대출받아 집사라는 식으로 돈을 벌어왔다.

이런 관치금융의 주인공들은 주로 행정고시 출신 관료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행정학은 공직 인사 원칙을 정치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학문이다. 관료 투명성과 독립성을 공부하고 실행하기 위한 분야다. 하지만 현실에서 관료와 정치는 암묵적 공생관계를 형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용환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채용 비리 의혹을 풀어줄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듯 했지만 이내 곧 닫쳤다. 김 회장이 지난 20일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리 결과를 받아서다.

그는 결과 직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2년 전 전화 한 통이 '채용 청탁'으로 부풀려져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전 직장 후배에게 건 '전화 한 통'이 대수롭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은 그의 전화 한통은 한 기관의 운명을 뒤흔들어 놨다. 금감원 조직 전체는 유례없는 혁신과 개혁을 맞게 됐다. 금감원 임원 전원은 옷을 벗었고, 그의 전화를 받은 이와 관련된 일을 한 사람은 구속된 상황에서 원인 제공자는 숨고 깃털만 처벌받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점은 조직의 정신력과 자존감이 황폐화됐다는 점이다. 최흥식 신임 금감원장이 훼손된 금감원의 영혼을 복원시켜야할 중대 기로에 놓여있다.

우리가 앞으로 ‘대수롭게’ 여겨야 할 부분은 우리사회의 상명하복식 문화가 국가경영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이냐다.

20세기 말까지 세계 경제를 주도해온 상명하복 시스템은 한계에 봉착했고, “최상위 한 사람의 판단을 우선 한다” “고위직급자가 최고 의견을 낸다”는 전제는 이제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우리가 공직자에게 영혼 없이 세금만 축내고 있다고 비아냥거릴 것이 아니라 공직자가 공익을 위해 일할 환경과 시스템부터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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