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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골목상권보호의 딜레마

  • 송고 2017.12.12 09:18 | 수정 2017.12.12 09:32
  • 김언한 기자 (unhankim@ebn.co.kr)

'딜레마(dilemma)'. 그리스어로 '둘'을 뜻하는 '디'와 명제를 뜻하는 '레마'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다. 진퇴양난이나 궁지에 처한 상황을 뜻한다. 선택은 둘 중 하나인데 어느 쪽을 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온다.

유통업계가 요즘 딜레마에 빠졌다. 문재인 정부들어 골목상권 보호가 유통업계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뒤부터다. 다이소나 각종 대형 복합쇼핑몰을 규제해야한다는 입장과 함께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선다.

다이소아성산업은 내년 초 예정이던 수원 연무점 개점 계획을 최근 철회했다. 지역시장 상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이를 두고 안타까워한다. 먼거리를 이동하지 않고 한 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간편하게 원스톱 쇼핑하기를 원했던 상당수의 인근 주민들이다.

골목상권 보호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다이소를 애용한다고 하니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모순된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럴 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사회적 딜레마(social dilemmas)' 이론이다.

사회적 딜레마는 개인 행동이 개인 차원의 합리성에는 부합하지만 사회 전체의 합리성은 가져오지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

사용에 제한이 없는 목초지가 있다고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사람들은 최대한 많은 수의 소를 풀어 풀을 뜯어 먹게 할 것이 분명하다. 같은 목초지를 사용하는 타인보다 빨리 소를 살찌워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다.

이는 개인 측면의 합리성에는 부합한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목초지가 황폐화돼 소들은 결국 굶어 죽게 된다. 사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개인들의 결정이 종국에 가서는 사회 전체의 파국을 초래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소의 주인은 영세상인들의 시장을 뺏으며 성장하는 대형업체, 풀은 '상생'을 의미한다.

이같은 상생 논란의 중심에 선 다이소가 매장 노동자들에게 절대 복종을 강요하는 근로계약 이행 각서를 작성하게 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발각된 다이소의 직원 이행각서에는 '상사의 업무상 지시, 명령에 절대 복종하겠음'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는 노사간 상생의 원칙을 깨는 사실상 복종 각서임에 분명하다.

복종 각서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사내·외에서 직원을 선동하거나 회사의 허가 없이 방송·집회·시위·집단행동·유인물 살포·게시·소지·동조·편승 또는 그 미수에 그쳤을 경우 당연히 면직 또는 어떠한 조치도 감수하겠음' 등 '갑질'을 연상케 하는 항목도 포함됐다.

근로기준법 및 사생활 자유를 침해하는 이 복종 각서는 지난 16년간 묻혀 있다가 최근에 와서야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영세상인들의 시장을 뺏으며 성장한 기업이 사회적 약자에 대해 어떤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다이소의 매장 직원은 40~50대 경력단절여성이 대다수로 주5일 하루 8시간 근무에 월 130만~140만원 남짓한 급여를 받으며 일한다(신입사원 기준).

미국의 생물학자 가렛 하딘은 목초지와 풀을 뜯는 소들을 언급한 '공유지의 비극'이란 논문에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적극 개입해 중재해야한다는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변종사업에 수많은 영세상인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이제 자유시장경제로 대기업 하나가 잘되면 나라 전체가 잘 살 수 있다는 구시대적 생각은 버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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