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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식의 여의株] “상장하세요”

  • 송고 2017.12.11 13:06 | 수정 2017.12.11 13:07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신주식 경제부 증권팀장.

신주식 경제부 증권팀장.

“신기자가 증권팀으로 옮겼어? 이름 따라 잘 옮겼네 그려. 암튼 축하하고, 증권팀이라고 하니까 생각난 게 하나 있는데…”

뒤늦게 기자의 출입처 이동 소식을 들은 한 벤처업계 관계자분이 축하인사와 함께 다른 분의 소식을 전해줬습니다.

이 분은 한때 경남의 한 중견 조선소에서 근무했고 그때 조선업계를 출입하던 기자와 인연이 됐습니다. 하지만 올해 2월 마지막 선박 인도를 끝으로 몸담고 있던 조선소는 파산절차에 들어갔으며 이 분은 다행히 서울의 한 벤처기업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 분을 통해 당시 조선소에서 근무했던 다른 분의 소식도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분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수개월을 고생한 끝에 얼마 전 새 직장을 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평생을 조선업에 몸 바친 다른 동료들은 대부분 아직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상태이며 점차 소식도 뜸해지고 있습니다.

아직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하지 않은 회사라고 합니다. 하지만 내년이고 내후년이고 회사를 더 키워서 상장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그때 보도자료 보내주면 기사 한 줄 부탁한다는 것이 본인과 다른 분의 안부를 기자한테 알려준 이유입니다.

운이 좋아서 대학 동문이 운영하는 회사에 또는 이전 사무직 경력을 인정받아 어딘가의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50이 다 된 나이에 조선소를 떠나게 된 아버지들이 들어갈 수 있는 회사를 찾아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이를 생각하면 어딘가에 들어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운이 좋은 건지도 모릅니다.

올해 초 파산절차에 들어간 이 중견조선소는 한때 상장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리먼브라더스’로 대변되는 미국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상장시기를 미뤘고 이후 키코(KIKO, Knock-In Knock-Out)라는 금융상품에 가입한 것이 수천억원의 손실로 돌아오면서 은행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금융권이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발급조건으로 키코를 강매했던 정황이 의심되나 금융권이 채권단으로 들어오면서 조선업계는 다른 업종의 기업들처럼 변변한 소송 하나 제기하지 못했으며 연간 매출액과 맞먹는 키코 손실을 온전히 떠안아야 했습니다.

척당 수백억원에 달하는 선박을 수주하는 산업이다보니 손실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났습니다. 은행은 조선소가 망하지 않는 이상 호황기에 RG 수수료로, 불황기에는 대출이자로 어떻게든 수익을 내는 구조라는 비판도 많아졌지만 채권단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기자도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러 간 은행에서 “신용카드 하나 하시죠”라는 권유에 아무런 말없이 서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상장을 추진했더라면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후 글로벌 조선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됐고 “만약에”라는 가정이 이미 지나가버린 일에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 것입니다.

현재 근무하는 곳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하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 약속을 그리 믿는 것은 아니고 스스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 이 분의 설명입니다.

한때 전자, 자동차를 제치고 한국 수출 1위에 올랐던 ‘효자산업’ 조선에 대해 정부는 대통령이 나서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지금도 위기의 조선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본인이 몸담았던 조선소는 수주를 해도 RG가 발급되지 않았으며 결국은 파산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몇 년간 조선업계를 출입하던 기자는 지금 증권업계를 출입하고 있으며 나이 50을 바라보는 한 가장은 20여년간 몸담았던 조선소를 떠나 어느 벤처기업에서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회사 잘 키워서 상장하세요. 그리고 보도자료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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