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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까톡] 금융사 홍보맨들의 애환

  • 송고 2017.12.10 00:08 | 수정 2017.12.09 23:30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경제부 김남희 기자

ⓒ경제부 김남희 기자

무슨 일이든 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언론홍보인들의 애환과 비애라는 게 있습니다. 최고경영자라고 해도 직접 겪어봐야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고 가늠할 수 있는 업무가 언론홍보업무인 듯합니다.

기업 홍보실 ‘홍보맨’들은 서로가 당번을 정해 번갈아가면서 다른부서 직원들보다 심하게는 3시간 전에 출근을 합니다. 경영진에게 보고할 그날그날의 기사를 스크랩하기 위해서죠. 언론사와의 저녁 일정까지 마치면 늦은 밤이 되어서야 실질적인 퇴근을 합니다.

홍보맨들의 주된 업무는 말 그대로 회사 활동을 대외적으로 잘 홍보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매일 같이 홍보 활동보고와 정보 공유 차원의 회의가 이어집니다. 업무 시간에는 문의 전화를 받고, 출입기자를 응대합니다. 민감한 이슈가 발생했거나 특정한 시기에는 수많은 질문공세와 자료 요청에 시달리기도 하지요. 행여 사내 기자실이란 공간을 둔 경우에는 기자관리 업무도 병행해야 합니다.

점심·저녁식사도 맘 편히 먹으면 좋으련만 그럴 형편도 안 됩니다. 대부분의 식사를 기자와 함께 합니다. 언론사 수가 급증하면서 챙겨야할 행사도 늘었습니다. 얼굴 도장 찍듯 '포럼 순회'에 나서기도 하지요. 홍보실 저녁 당직자는 홀로 남아 가판 체크를 마무리합니다. 당직자가 아닌 홍보맨은 기자와 이미 술 한잔을 기울이고 있을 시간입니다. 퇴근은 언제 하냐구요? 기자와 헤어지는 시간이 퇴근 시간입니다. 주말은 맘 편히 쉬고 싶지만 그럴 사정이 못됩니다. 언제 어떤 기사가 오를지 모르니까요.

모 금융사 홍보담당 A씨는 "기자가 기사 쓰는 건 당연한 건데, 윗분들은 그걸 못하게 말리라고 하시네요. 막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떻게 계속 막습니까?"라고 토로했습니다.

B씨는 본의 아니게 '대형사고'를 쳤습니다. 내부에서 들리는 소문을 기자에서 슬쩍 들려줬을 뿐인데 취재를 이어간 기자는 어느새 민감한 기사를 출고했습니다. 언론홍보실이 발칵 뒤집어 진 것은 당연하고요. 내부의 핀잔과 호통이 융단폭격처럼 쏟아졌습니다.

'언론홍보'는 영어로 PR(Public Relations)팀, 혹은 커뮤니케이션팀이라고 합니다. 현실에서 PR(피알)은 '피할 것은 최대한 피하고, 알릴 것은 최대한 알리는 일'과 다름없죠. 홍보맨 C씨는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홍보맨은 언론사(기자)와 우리 회사 사이에 끼여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치이는 신세’ 라고.

'언론홍보'는 영어로 PR(Public Relations)팀, 혹은 커뮤니케이션팀이라고 합니다. TV드라마에서는 그럴 듯해 보이는 부서입니다. 현실에서 PR(피알)은 '피할 것은 최대한 피하고, 알릴 것은 최대한 알리는 일'과 다름없죠. 회사에 대한 좋은 기사가 많이 나가도록 하는 게 언론홍보팀의 일이라는 뜻입니다.ⓒEBN

'언론홍보'는 영어로 PR(Public Relations)팀, 혹은 커뮤니케이션팀이라고 합니다. TV드라마에서는 그럴 듯해 보이는 부서입니다. 현실에서 PR(피알)은 '피할 것은 최대한 피하고, 알릴 것은 최대한 알리는 일'과 다름없죠. 회사에 대한 좋은 기사가 많이 나가도록 하는 게 언론홍보팀의 일이라는 뜻입니다.ⓒEBN


홍보업무를 맡고 있는 D씨는 "홍보실 사람들은 회사에서 늘 겉도는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해 나쁜 기사를 막고 와도 내부에선 일한 티가 안 나요. 혹여 나쁜 기사 나오면 지금까지 그 기자와 친분을 안 쌓고 뭐했냐는 게 내부 반응이에요."

E씨의 하소연도 수긍할만합니다. "내부와의 소통이 어려워요. 기자들은 계속 데이터를 요청을 하는데, 해당 부서에서는 절대 못주겠다고 합니다. 회사를 크게 위협하는 자료가 아니라면 해당 부서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내줄 만도 한데 절대 못주겠다고 하면 저희로선 기자님을 설득해야하죠."

정작 홍보맨은 사내 정치에 약하다고 합니다. 기자들과 소통하느라 외부에 있는 쪽이 많기 때문이죠. 기업 경영난 때문에 예산까지 줄어들면 홍보실 운신의 폭은 확 줄어들고요. 최근 기업 홍보실의 위상이 예전보다 높아졌다지만 언론사 수가 늘면서 홍보실이 나서야 하는 일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어떤 기자가 좋으냐’는 질문에 홍보실 F씨는 “홍보실이 방향을 잡고자 하는 대로 기사를 풀어나간 기자”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습니다. 팩트는 같은데, 보는 시각에 따라 기사내용은 완전 변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요. 기업 입장을 좀 더 생각해 주시는 기사가 나오면 아무래도 홍보맨 입장에서는 체면도 서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한 H씨도 있었습니다.

고충이 많은 일이라 하더라도, 일이 주는 매력 때문에 미소를 잃지 않는 홍보맨들이 많습니다. 어떤 홍보맨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회사의 '위기탈출'을 돕고 기업 이미지를 쇄신시키는 탁월한 매력이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또 어떤 홍보맨은 우리 회사를 이해하고 히스토리를 파악하면서 시장 참여자의 생각과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는 점, 항상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찾는 기자들 눈높이에 맞추려면 홍보맨 역시 부지런히 뛰고 공부할 수밖에 없다는 점,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사회적 동지(홍보맨-기자)를 만났다는 점을 꼽기도 했습니다.

언론홍보일을 20년간 경험한 한 관계자는 일이 주는 좋은 점에 대해 △나랑 맞지 않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배운다 △회사 전체의 입장에서 생각 판단하게 돼 시각이 넓어진다 △빠른 판단력이 생긴다 △경험 자산이 많아진다고 정리했습니다. 좋은 홍보맨의 조건을 묻자 그는 ‘언론사의 좋은 파트너가 되기’라는 말로 정리합니다. “기자와 홍보실이 이해와 신뢰의 끈으로 묶여 있을 때 바람직한 홍보활동을 한 것”이라면서요.

벌써 시간은 12월 둘째 주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행사와 술자리가 잦은 연말, 금융권 홍보맨들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홍보맨들과 금융사의 건승을 기원하며 일년 동안 EBN을 응원해주신 홍보맨과 홍보우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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