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핵심 쟁점 절충안으로 처리 합의…정부 원안대로 추진 물 건너 가
공무원 증원 1만2000명→9475명 줄고, 최저임금 인상 지원 단서조항 달려
대기업 최고세율 과표구간 3천억 초과로 변경..국정운영 재원마련 차질 불가피
[세종=서병곤 기자]법정기한(2일)까지 넘겼던 내년도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5일 국회를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추동력은 상실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J노믹스의 핵심 추진과제인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지원 등이 정부 원안대로 이행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부자증세 역시 정부안보다 한발 짝 후퇴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향후 5년간 공약사업 이행 등 국정운영을 하기 위한 재원마련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를 열고 42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예산안이 통과되면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인 이달 2일을 넘긴 후 사흘 만에 처리되는 것이다.
여야는 핵심 쟁점인 공무원 증원 예산과 최저임금 인상 지원 예산을 두고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히 맞서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무원 증원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만큼 소폭 삭감 또는 원안 유지를,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대폭 삭감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당초 내년에 5349억원을 투입해 국민생활, 안전분야 중앙직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 채용하는 예산안을 세웠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공무원 증원은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포퓰리즘 예산'이라며 당초 정부안의 57%만 증원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결국 막판 협상 끝에 여야는 당초 민주당이 주장했던 1만500명보다 1025명 줄어든 9475명으로 합의점(한국당은 유보)을 찾았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인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금의 경우 원안대로 2조9707억원이 편성될 예정이다.
다만 여야는 2019년 이후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한 재정지원은 2018년 규모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편성하기로 했다.
지원 방식도 현행 직접 지원 방식에서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사회보험료 지급 연계 등 간접 지원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하면서 정부 측으로 하여금 관련 진행 상황을 2018년 7월 국회에서 보고하도록 했다.
65세 이상 노인 기초연금 인상(월 20만원 지급) 시행 시기를 놓고도 이견을 보였던 여야는 정부가 목표로 한 내년 4월이 아닌 내년 7월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만 0∼5세 아동수당 지급(월 10만원)의 경우 한국당이 요구한 대로 소득 상위 10%는 적용 대상자에서 제외됐으며 도입 시기는 당초 내년 7월에서 내년 9월로 늦춰진다.
이처럼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절충점을 찾은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 지원, 기초연금 인상 및 아동수당 지급은 소득주도 성장을 핵심으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대표적인 추진 과제라 할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은 기존 대기업·수출중심 성장방식에서 벗어나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소비 촉진으로 내수 활성화 및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성장 방식을 말한다.
이를 제대로 실현시키기 위해선 문재인 정부로서는 정부의 원안대로 예산이 확보되고 여기에 맞춘 예산 집행 시기가 맞아 떨어지는 것이 관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이 여야가 절충한 내용으로 국회 문턱을 넘게 되면서 정부의 원안대로 추진되는 것은 물 건너갔다.
이날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해 세금을 더 걷는 이른바 부자증세를 핵심으로 하는 '세법 개정안(2018년도 세입 예산 부수 법안)'도 처리된다.
이 개정안 역시 정부 원안이 아닌 여야 절충안으로 통과될 예정이다.
여야는 대기업에 대한 최고세율 적용 과세표준 구간을 소득 2000억원 초과(정부안)에서 소득 3000억원 초과로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최고세율 25% 적용은 원안대로 유지했다.
이대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부자증세 등으로 연간 5조5000억원의 세수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정부의 목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는 정부가 향후 5년간 추진할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원마련에도 빨간불이 켜지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소득주도 성장·미래대비 투자 ▲복지국가 실현 ▲지역 균형 발전 ▲남북관계·외교안보 등 4대 중점 과제를 임기 동안 이행하기 위해 총 178조원의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부자증세를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막대한 재원 확보 차원이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첫 본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이행되기 어려워짐에 따라 앞으로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