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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의 아트+머니] 예술가적 기업가, 기업가적 예술가

  • 송고 2017.12.02 06:00 | 수정 2017.12.02 08:15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기업가는 무엇을 위해 살까. 이윤 추구와 충분한 보상만이 기업가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기업가의 경영 동기에는 왕조설계자의 권력의지, 스포츠맨과 같은 승부욕, 예술가의 창작욕 같은 근원적 열망이 담겼다고 했다.

이에 더해 기자는 꿈꾸는 유토피아, 발현하고 싶은 신념도 기업가를 움직이는 힘이라고 본다.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이다. PC(personal computer)와 휴대폰 사용자의 삶을 본질적으로 간파한 잡스는 이것을 단순한 전자기계로 바라보지 않았다. 아이맥과 아이폰, 아이패드에 새로운 ‘영혼’을 불어넣으며, 사용자의 동반자로 격상시켰다.

잡스가 존경받는 이유는 진보한 기술을 세계인이 원하는 ‘예술언어’로 구체화해냈다는 점이다. 그는 엔지니어의 기술과 결합할 개념, 유토피아 및 철학을 탐구한 집요한 천재이자 노력파였다고 전해진다. 그를 '예술가적 기업가'로 이해하고 싶은 이유다. 이같은 세계는 앞으로 어디서 누구를 통해 찾을 수 있을까.

잡스가 존경받는 이유는 한걸음 진보한 기술을 세계인이 원하는 ‘예술언어’로 구체화해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그는 엔지니어의 기술력과 결합할 개념, 유토피아, 철학을 탐구한 집요한 천재이자 노력파였다고 한다. 그는 '예술가적 기업가'였다. ⓒEBN

잡스가 존경받는 이유는 한걸음 진보한 기술을 세계인이 원하는 ‘예술언어’로 구체화해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그는 엔지니어의 기술력과 결합할 개념, 유토피아, 철학을 탐구한 집요한 천재이자 노력파였다고 한다. 그는 '예술가적 기업가'였다. ⓒEBN


국내에도 유사한 경영자가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 라는 ‘별들이 쏟아지는 상상의 공간’을 마련해 방문객들에게 매력적인 소비·휴식 공간을 선사했다. 집도, 직장도 아닌 제 3의 공간의 개념을 가져온 것으로 해석된다. 친구를 만난 것 같고, 초대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며 마음이 편안해 긴장이 풀어지는 곳이자 마음대로 시간을 보내는 '살아있는 공간(being space)이다.

미국 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제 3의 공간'은 일터와 가정에서 쌓인 근심을 잠시 잊는 곳, 여러 계층의 사람이 섞이는 ‘아고라’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스타필드에서는 쇼핑·문화·레저·힐링·맛집 등 체험까지 누릴 수 있다.

대표적인 '기업가적 예술가'로 불리는 앤디 워홀과 그의 작품ⓒwikipedia.org

대표적인 '기업가적 예술가'로 불리는 앤디 워홀과 그의 작품ⓒwikipedia.org

‘기업가적 예술가’도 흥미로운 행보를 보인다. ‘AQ 예술지능’이란 책은 “누구나 예술가다”라는 선언이 신자유주의에서 “누구나 기업가다”라는 명제로 역전되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기업가적 예술가가 앤디 워홀이다. 팝아트 작가인 워홀은 작업실을 팩토리(공장)화 하면서 작품을 찍어냈고 고도의 마케팅 전략을 도입했다. 실크스크린 방식의 대량생산 예술과 예술의 기업화에 대한 충분한 예다. 특정계층만 구입할 수 있었던 예술품을 일반대중도 스스럼없이 사고 팔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자는 고착화된 예술에 대한 인식을 무장해체시킬 수 있었던 워홀의 용기와 실행에 주목한다. 워홀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예술의 다음 단계는 사업예술(Business Art)이다. 나는 상업미술가로 출발했으며 사업예술가로 생을 마치기를 원한다. 사업을 잘한다는 것은 매혹적인 예술이다. 돈을 버는 것도 예술이며, 사업을 잘하는 것은 최고의 예술이다.”

이같은 그의 철학이 세상을 자극하는 도발로만 끝났을까. 워홀은 21세의 나이에 단돈 200달러(현재 한화 22만원)로 뉴욕에 입성해 죽기 전 자신의 재단에 38억 달러(약 3조8000억 원)가 넘는 돈을 기부했다. 워홀은 돈을 벌 줄도, 쓸 줄도 알았던 예술가였다. 그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탄생시키는 데에 끝나지 않고, 시장의 물길을 바꾸고 휴머니즘(사회환원)까지 실천했던 기업가적 예술가로 올라섰다.

이쯤에서 우리는 세계적 디자이너이자 프랑스 기업가인 장 샤를드 카스텔바작(JC de Castelbajac·68세)이 한국 경제에 던진 메시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무려 6년 전 한국 경제에 제시한 그의 당부는 현재의 기업에도 유효한 조언으로 읽혀진다.

당시 한국 기업 EXR과 손잡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뛰어든 카스텔바작은 "창조의 힘을 어떻게 경제 도구로 쓰는지 아는 사람만이 승리하는 시대가 됐다"며 "현재는 예술가이면서 기업가여야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가 역동성을 얻게 된 기본 전제는 경제 참여자들이 상상력과 에너지를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한 미국 경제학자 에드먼드 펠프스 교수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가와 예술가는 동지(同志)적 관계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기존 질서와 상식을 깨는 새로운 작품(상품)들을 창조하고, 하찮고 시시한 것에서도 번뜩이는 영감을 얻는다는 점.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으며, 누구보다 순수하게 욕망(이윤·새로운 유토피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예술가와 기업인이 융합과 혁신이라는 무기로 한 편이 된다면 흥미로운 예술 세계와 활력있는 시장을 한번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경쟁이 두려운 이들에게 불확실성의 생태계는 전쟁터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확정된 것 없는 미래가 오히려 놀이터일 수 있다. 성실이 쌓여 혁신을 만든다고 했던가. 예술가와 기업인은 '즐기고 있는 자신'을 마주한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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