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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출항하는 김태영, 퇴임하는 하영구

정통 '농협맨' 김태영 회장에게 남겨진 숙제 '적폐해소'
만36년 뱅커, 하영구 회장 은행권 위기탈출은 '진행형'

김지성 기자 (lazyhand@ebn.co.kr)

등록 : 2017-11-30 06:00

▲ 전국은행연합회장으로 선출된 김태영(왼쪽)과 퇴임하는 하영구ⓒ연합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새로운 출발을 한다. 1일자로 전국은행연합회장직을 수행한다. 3년 임기다. 김 회장은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출신이다. 부산 출신의 김 회장은 영남상고와 명지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197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뒤 40년 넘게 일한 정통 '농협맨'이다. 농협에서 수신부장과 금융기획부장, 기획실장 등을 지냈다. 특히 2008년 농협중앙회의 금융부문인 신용부문 대표에 올라 2010년 이례적으로 연임까지 성공했다.

2012년 농협의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당시 금융지주 설립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는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은행연합회장 경쟁은 치열했다.

회장 후보로 홍재형 전 부총리를 비롯해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다. 김 회장의 이름도 나오긴 했지만 크게 무게가 실리진 않았다.

반전이 일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어부지리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력 후보 3명이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지난 15일 1차 회의에서 추천받은 후보군 7인에 대해 본인 의사 확인 절차를 거친 후 후보군의 자질·능력·경력 등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를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추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김 회장은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막강한 금융계 인맥으로 부상한 부산 출신이다. '부금회'로 불린다.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 금융경제위원회에 공동 부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금융권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는 논란이 불거지거나 자격시비가 나오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인사를 등용한 사례가 많다. 문 정부의 특성 중 하나"인 결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김태영 회장은 은행 등 금융업에 대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29일 사원총회를 개최하고 김 회장을 선출했다.

이날 퇴임하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회장 이전에 뱅커다. 만 36년의 세월을 은행가로 살아왔다. 하 회장은 스스로 퇴임 이후를 언급하면서 "인생의 대부분을 '뱅커'로 지내왔기 때문에 국내 금융업계에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역할이 주어진다면 사회공헌 차원에서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뱅커였던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부심을 담은 발언이다. 그럴만 했다. 뱅커 중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업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간략한 하 회장의 프로필이 증명한다.

△1981년 씨티은행 서울지점 △1987년 씨티은행 자금담당 총괄이사 △1997년 씨티은행 아시아·라틴아메리카지역본부 임원 △1998년 씨티은행 한국소비자금융그룹 대표 △2001년 한미은행장 △2004년 한국씨티은행장(5연임) △2014년 은행연합회장.

씨티은행장 5연임은 국내 시중은행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은행가에서 하 협회장은 직전까지 직업이 '은행장'으로 불렸다. 그리고 뱅커로서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 역할이 은행연합회장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수학을 잘하거나 열심히 해야 하며 회계나 경영 · 수학 · 전산 · 법학을 전공하면 은행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유리합니다. 지금부터 수학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면 훌륭한 은행원이 될 수 있답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커리어넷 주니어 직업정보란에 "뱅커는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나요"에 대한 답변이다.

'문과여서 죄송한' 하 회장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 대학원 경영학석사를 받았다. 뱅커의 자격을 갖췄다. 하 회장은 지난 2014년 취임사에서 "글로벌 금융환경 자체 또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큰 변화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 회장은 "은행권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우리 은행연합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질문을 찾기도 전인 취임 100여일 만에 하 회장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모든 금융사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하는 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었기 때문이다. 별도의 신용정보집중기관이 설립되면서 은행연합회는 조직의 절반 이상 기능을 상실했다.

하 회장은 은행연합회장 선출 과정에서 드러난 인사시스템도 결국 임기내에 바꾸지 못했다. 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등 5개 금융권 협회 중 선출 과정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 곳은 은행연합회가 유일했고, 이에 대한 비판이 컸다.

은행연합회는 12명의 이사가 한날 한 자리에 모여 후보자를 뽑고 총회에서 선임한다. 사전 검증 절차가 없을뿐더러 자격 기준 등도 공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은행연합회의 역대 회장 인선은 사실상 정부의 입김이 작용해왔다는 인식이 많았다.

임기 내 인사시스템의 개혁을 이루지 못한 하 회장은, 현행 회장 선출 방식이 그대로 적용된 결과로 김 회장에게 후임 자리를 넘겨줬다. 김 회장에게 "은행연합회장 선출도 관치를 벗어날 수 있다"는 과제를 그대로 남겨둔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