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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 "블록체인은 직접 민주주의 구현할 기술"

"무조건 원칙 지키기 때문…방산·병역비리 활용 어떨까"
가상화폐 '선규제 정책' 우려…"코리아 리스크 발생할 수도"
노원구청 지역화폐·스마트콘 상품권 사업 등 개발 주력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등록 : 2017-11-27 08:43

▲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글로스퍼

"인간은 욕구와 욕망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중앙화된 시스템이라도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경우를 막을 수 없어요. 블록체인만이 그런 인간의 욕구와 욕망에 상관없이 무조건 원칙대로 지켜질 수밖에 없는 시대를 열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에서 한 단계 더 새로운 사상이 등장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이 '블록체인 사상'입니다."

블록체인 기술 전문기업 '글로스퍼'의 김태원 대표는 '인문학적 관점의 블록체인'의 개념을 이같이 설명한다.

블록체인이란 단지 비트코인에 한정된 기술이 아닌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라고 그는 정의한다.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글로스퍼 사옥에서 만난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최근 발생한 빗썸 사태, 비트코인 투기 등 폭발성 강한 이슈에 블록체인의 '진면목'이 가려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블록체인은 정부나 금융기관 등 중앙기관 없이 P2P(개인 대 개인) 분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거래 내역 등 데이터를 담은 '블록'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참여자에게 분산·암호화해 기록한다. 분산화 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이다. 매 10분마다 새로운 거래정보를 담은 블록이 시간 순으로 계속 연결되므로 '블록체인'이라 일컫는다.

중간 관리자 없이 거래 당사자 간 직접 거래가 가능해 비용 절감과 효율적인 거래가 가능하다. 블록체인 데이터를 위조하려면 네트워크 상 참가자 과반수를 해킹해야 하기에 보안성도 높다. 이런 특징으로 '신뢰기관 없는 P2P 신뢰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한 기술로 꼽힌다.

"방산비리, 병역비리 등은 매번 정부에서 근절하자고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문제죠. 그래서 시스템을 매번 바꾸고 중간 책임자도 교체하고 했는데 제대로 된 적이 없었습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지만 어떤 도덕적 해이도 발생할 수 없는 시스템이 블록체인입니다. 기존 문제들에 블록체인을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을까요." 김 대표는 이 같이 강조했다.

글로스퍼는 블록체인 초창기였던 2012년부터 소노커뮤니케이션 블록체인 연구팀으로 시작했다. 2015년부터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웨어 △국제송금 사이트 비트히어 △전자지갑 메신저 등을 개발해 왔다.

최근에는 자체 암호화 화폐 '하이콘(Hycon)',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3세대 암호화 화폐를 제작하기 위한 '인피니티 프로젝트' 등을 주력사업으로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가상화폐 산업의 최근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정부는 가상화폐가 투기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지난 9월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선규제 정책'이 가상화폐, 나아가 블록체인 시장 자체의 활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 대표는 "ICO를 셧다운(Shutdown)함에 따라 우선 블록체인 산업 자체가 위축되는 한편 외국에서의 블록체인 투자를 가로막는 '코리아 리스크'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ICO 자체를 금지하진 않았다"고 토로했다.

글로스퍼가 펼치고 있는 사업을 보면 공공성이 강한 사업들이 눈에 띈다.

그 중 하나가 '노원구청 지역화폐 블록체인 시스템 구축사업'이다. 기부와 봉사활동으로 블록체인 화폐를 받고, 노원구 역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상용화폐' 개념이다. 김 대표는 "이는 시군구 단위에서 지자체가 처음으로 쓰는 가상화폐가 될 것"이라며 "내년 5월 1일경 본격 서비스될 예정이며, 이미 실증서비스는 들어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농산물 유통에도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중간 유통구조를 없애고 생산자와 구매자가 직접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탈중앙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복잡한 유통 단계구조를 깰 수 있다는 것이다. 농산물 생산이력제에도 블록체인을 활용할 방침이다.

"비트코인을 블록체인과 혼동하면서 사람들은 '블록체인 이즈 도박'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블록체인과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서비스는 철저히 분리돼야 합니다. 블록체인 기술로 농산물과 같은 재화를 거래하는 장터는 핀테크죠. 투기적 수단으로서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것이 안 좋은 것이지, 블록체인 자체가 투기성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김 대표는 이같이 역설했다.

글로스퍼는 중점 4대 사업으로 △노원구청 지역화폐 블록체인 시스템 구축사업 △재미컴퍼니 저작권 사업 △스마트콘 상품권 사업 △'스마트 사인' 및 생체인식 보안 시스템 사업 등을 선정해 역량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콘텐츠저작권(IP) 중계플랫폼 전문기업인 코코브플랫폼홀딩스와 글로벌 콘텐츠 유통시장 선점에도 나선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일방향적인 한류 콘텐츠의 수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콘텐츠의 글로벌유통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쌍방향 저작권(IP) 중계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양사는 다국적 컨소시엄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본격적인 실증사업을 앞두고 글로스퍼는 블록체인 분야 개발자를 대대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현재 글로스퍼의 외국인 개발자 비율은 30%를 넘어섰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블록체인은 꼭 필요한 기술이 아니라고 해도 받아들여야하는 기술 중 하나다"라며 "블록체인의 내재적 가치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을 맺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오는 2025년 전 세계 GDP의 10%인 8조 달러가 블록체인에 저장돼 거래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