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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의 세상돋보기] 옛 대우빌딩에 걸린 '메르세데스-벤츠’

  • 송고 2017.11.09 06:00 | 수정 2017.11.08 23:45
  • 박용환 기자 (yhpark@ebn.co.kr)

벤츠, 외국인 임원 중심 기업문화 한국 존중 사실상 기대 못해

BMW, 김효준 사장 한국 재투자 및 한국만 리콜 이끌어내

“상품전략이 없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를 잘 아는 지인의 말이다. 독일에서 차량이 평택항에 도착하면 15일내에 다 팔려나간단다. 그러다보니 굳이 상품전략이 필요치 않다는 뜻이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벤츠가 많이 팔리는 나라. 그야말로 벤츠에 대한 한국인의 열광은 대단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격이 최소 1억원에 가까운데도 불티나게 팔려나간다는 현실이 딴 세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벤츠는 자동차의 살아있는 역사다. ‘자동차란 이런 것’이라는 교과서 같다고나 할까. 어쩌면 벤츠의 시장전략은 군더더기 없는, ‘자동차’ 자체일 수 있다. 명품 브랜드라는 ‘허영’보다 그 같은 제품에 대한 ‘신뢰’가 한국인이 벤츠를 좋아하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벤츠 '기업'과 '자동차'를 하나로 묶어 인식한다. 자동차에 대한 믿음이 기업으로 고스란히 옮겨가는 것이다. 독일에서 벤츠 기업의 위세는 놀랄만하다. 지난 9월에 열린 프랑크프루트모터쇼에서 단연 벤츠가 주인공이었다. 거대한 본관 전체를 사용한 벤츠는 '자동차'와 '문화', 그리고 '기업'을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모터쇼에서 벤츠라는 기업의 위상은 BMW와 아우디, 폭스바겐 등과 비교를 거부했다.

이러한 벤츠인데, 한국에서는 자동차만 있고 기업은 사라져버렸다.

벤츠코리아에 적을 뒀었던 한 지인은 “자동차가 팔리는 것은 벤츠라는 브랜드 때문이지 직원들의 노력이 아니라고 본사나 외국인 임원들은 생각한다”라며 “벤츠코리아는 벤츠에 미쳐있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조직”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1위의 고급브랜드인 벤츠라면 연봉을 많이 받지 않냐'는 물음에 돌아온 답이었다.

‘벤츠에 미쳐있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는 말은 회사에 대한 마니아적인 열광을 말한 것이 아니라 '열정페이'와 같은 임금 수준을 돌려 표현한 말이었다.

“재무제표에 임직원급여 및 복지비용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외국인 임원들의 임금수준과 한국 체류 비용 등이 상당한데 따른 착시현상”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벤츠 본사와 파견된 코리아 임원들은 차가 잘 팔리는 것은 다름아닌 '벤츠'이기 때문이고 생각하는데서 한국시장 인식이 드러난다.

한국에 대한 인색한 투자와 사회공헌, 그리고 최근 문제가 된 살인 에어백이라는 일본 다카타에어백 리콜 거부, 배출가스 조작 의혹의 미온적 대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임인상 담합 교사 적발 항소등 한국시장을 대하는 벤츠코리아의 경직된 태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

묻지도 따지고 않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데, 벤츠가 한국시장에 공을 들일 이유가 없어보인다. 다카타 에어백을 리콜한 중국에서와 다른 태도는 우리 스스로를 다시한번 곱씹어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벤츠에 한국은 호갱일 뿐이다.

벤츠를 보면 BMW를 다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BMW코리아는 벤츠코리아와 여러모로 대비된다. BMW코리아는 수입차 태동기부터 시장의 성숙을 위해 노력해왔던 스토리가 존재한다. 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수입차 시장이 된서리를 맞았을 때 BMW 김효준 사장이 싹을 틔우고 가꿔 지금의 BMW코리아를 만들었다.

한국시장에서 번 돈은 재투자를 통해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영종도에 약 770억원을 들여 드라이빙센터를 건립해 완성차들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국내 드라이빙 문화에 기여했다. 운전을 즐기려는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방문객이 50만명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약 1300억원을 투자해 안성에 부품물류센터를 지었다.

내년 1월에는 송도국제도시에 약 500억원이 투입된 자동차 관련 복합문화시설인 BMW 콤플렉스가 준공될 예정이다. 한국 위성 R&D센터에는 2020년까지 약 200억원, 차량물류센터 확장에도 약 20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돈을 긁어모아 독일 본사와 레이싱 홍 그룹이 나눠 가져가는 벤츠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특히 리콜에서도 벤츠와는 대비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서만은 유독 리콜에 소극적인 벤츠와는 달리 BMW코리아는 한국만 리콜을 실시한 예가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에서만 저압연료공급라인과 소화기를 추가 장착했다. 12월에는 타이밍체인 텐셔너의 리콜을 실시했는데 이는 BMW코리아가 최초 보고해 BMW 본사에서 미국과 유럽 아시아 국가에 관련내용을 전달하기도 했다.

서울역을 지날 때마다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가 눈에 들어온다. 한국경제의 유물처럼 역사를 증언하고 있는 그 건물 상단에 ‘Mercedes-Benz’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이제는 벤츠 빌딩이라고 불러야하나. 한국경제를 쥐락펴락했던 대우의 자취가 아직도 묻어있는 그곳에 벤츠의 이름값은 한국경제에 어떤 무게감일까.

‘역시 자동차는 벤츠!’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벤츠에 대한 자부심을 ‘돈’으로만 환원하는 흡혈적 기업의 행태를 닮아가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한국시장에서도 '벤츠'라는 이름에 걸맞는 기업의 ‘품격’을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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