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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까톡]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인간의 이중성 그리고 잔인함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7-11-05 00:00

▲ ⓒEBN 경제부 증권팀 김남희 기자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이병삼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지난 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습니다.

이 전 부원장보는 이날 오전 10시 12분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즉결법정에 등장했습니다.

변호사 2명을 대동한 이 전 부원장보는 검찰이 제시한 채용비리 혐의를 인정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하며 법정 안으로 입장했습니다.

당시 총무국장이었던 이 전 부원장보는 지난 2016년 상반기 '금융감독원 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 과정에 개입해 금감원 출신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서류점수 조작·인사기록 조작·특정 지원자의 경력기간 임의수정·인적성검사 결과 조작을 했다는 혐의(업무방해·직권남용 등)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감원 채용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연루된 금융권 인사들이 상당하다고 판단해 지난 1일 이 전 부원장보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 전 부원장보가 이번 채용비리 연루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금감원은 지난달 13일 이 부원장보에 대한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금감원 내부적으로는 "나였어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까, 혹은 나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적지않습니다.

금융권 조직 특성상 권한을 보유한 상사, 혹은 선배에 의한 지시와 통제가 강한 곳이 금감원입니다. 특히 본인이 최선을 다한 일의 결과가 어디로 향하는지 미처 알지 못하는 상명하복의 구조 속에서, 내 수고의 결과물이 악한 의도로 쓰여지기도 하지요.

후배를 마치 왕조시대의 노예처럼 부리려는 상사, 그가 만들어 놓은 위계 문화가 결합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국내 기업에서 일했던 외국인들은 한국 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군대식 서열구조로 이뤄진 상명하복 문화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불합리한 지시가 내려와도 무조건 따라야 하며 고객이 아닌 상사를 만족시키기 위해 일하고 있다는 질타입니다. 그러나 부하의 입장에서 이를 거부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비위 등 문제가 생기면 부하직원들만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됩니다.

최근 금융권에서 유행처럼 흘러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유아인씨와 황정민씨가 주인공을 맡아 히트를 친 영화 '베테랑'에서 유아인씨가 매니저이자 비서인 유해진씨와 대화에서 각인될 말한 대사를 남기죠.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했어요."라고 말이죠.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채용비리로 인해 감독당국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인사와 조직 혁신을 최근 국감에서 약속했는데요. 상명하달식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조직개편 및 인사를 단행함에 있어 최적화된 인사들을 고루 등용하길 기대합니다.

금감원 직원들 일부는 지금 현재, 이 시간에도 조직은 망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인사비리에 연루된 인물들에 대해 손가락질을 하고 여전히 '뒷담화'를 하고 다닌다고 합니다.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금감원 내부적으로는 '을사오적'이라하지요. 조직을 망쳐버렸다고 해서 붙여진 말이라고 합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왜 이들이 을사오적으로 일컬어지는지에 대해서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썩은 가지 몇개 잘라냈다고 해서 죽어가는 나무가 완치되는 건 아닙니다.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썩은 잔재들을 발본색원해야 합니다.

불변의 믿음입니다. 그렇지 못해 결국 또 원상태로 돌아온 일부의 사례를 지켜봐왔기 때문입니다.

2012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금감원이 처한 상황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불과 5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현재 문제가 된 이 부원장 등 몇몇 인사들에 대한 처벌과 솎아내기 작업이 이뤄진 듯 할테지만, 또 다른 무리들이 편법과 편가르기를 통해 금감원이란 이름의 권력을 행사할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게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