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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석의 유통이야기]1심 선고 기다리는 '1호 롯데맨' 신격호를 바라보며

창업 1세대 불도저 정신, '유종의 미' 아닌 '구시대 유물' 전락
안타까운 살아 있는 재계 신화…한치 앞 내다볼 수 없는 향후 행보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등록 : 2017-11-03 00:07

▲ ⓒ안광석 EBN 생활경제부 차장
"창업 1세대를 대표하는 기업인인 피고인이 단 90억원의 차익을 얻기 위해 본인 소유 주식을 계열사에 최대한 비싼 가격에 매각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도 전혀 납득되지 않습니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롯데총수일가 비리 결심공판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변호인이 진술한 최후변론중 한 구절이다.

이윤추구 및 개인적 영달보다는 '기업보국'을 위해 한평생을 달려온 신 총괄회장이 이제 와서 사심을 채우려 했겠느냐며 정상 참작을 해달라는 게 신 총괄회장 최후변론의 주요 골자다.

현재 신 총괄회장은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사장을 비롯한 일가에 부당급여를 지급하고 사업권을 몰아줬다는 등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로부터는 징역 10년과 벌금 3000억원의 구형을 받았다.

연말 선고공판 결과 여부를 떠나 이번 검찰 구형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세지는 의미심장하다.

현재까지도 어느 정도는 통했던 신 총괄회장 등 창업 1세대들이 공유해왔던 기업가 정신은 더 이상 한국사회에서 공감을 얻기 힘들어졌음을 선언하는듯 하다.

과거 신 총괄회장 등 창업 1세대들의 캐치프라이즈는 기업보국에 의거한 '무조건 돌격 앞으로'라는 한구절로 요약된다.

당시에는 온 국민이 먹고 살기 위해 과정이야 어떻든 성과물을 내는 게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갑론을박보다는 신 총괄회장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직관적 경영과 불도저식 운영방침이 필요했다.

신 총괄회장도 결심공판에서 "본인이 만들어 운영하는 회사이고 일하니까 월급준 것 뿐인데 그게 죄가 되느냐"고 재판장에게 되물었다. 변호인의 경우 최후변론에서 기업보국 등 1세대 정신을 주로 언급하고 신 총괄회장에 사심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제 시대는 변해도 크게 변했다. 물질적 풍족함을 바탕으로 민주주의가 이뤄지고 국민의식도 어느 정도 성장했다. 아직도 결과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만 그만큼 결과에 이르는 과정도 중요해진 것이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사태의 모든 책임을 신 총괄회장이 짋어지고 가길 기대해온 롯데도 이번 구형은 충격적 의미로 다가왔음은 두말할 필요 없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중심의 '원리더' 체제의 이미지 역효과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재판경과를 떠나 한국 경제의 거목(巨木)으로 한 획을 그은 신 총괄회장. 재계는 그같은 신 총괄회장의 씁쓸한 말년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세간에 알려졌듯 껌 하나로 시작해 70년간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으면서도 맨손으로 재계 서열 5위, 자산 100조원이 넘는 현재의 롯데를 일궈낸 신 총괄회장이다.

그만큼 주변의 존경을 받으며 국내 창업 1세대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게 당사자나 업계의 바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90대에 수감되는 사상 최초의 기업인이 될 수도 있는 위기다. 불과 지난해까지는 친아들간 다툼으로 자신이 일군 기업의 경영자 명부에서 이름이 지워지는 수모까지 겪었다.

의학적으로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예순을 넘기면서도 후계구도를 결정하지 않고 총괄회장이라는 희대의 직함까지 만드는 등 지나친 경영열정이 현재의 일련의 사태들을 잉태했다는 비판도 연이어 제기된다.

말년에 불운이 겹치고 있는 신 총괄회장은 향후 거취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법원의 결정으로 수십년간 이용해 온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소재 거처를 떠나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옮겨야 했다. 이마저 오는 12월 22일 예정된 롯데총수일가 비리 선고공판 결과 여부에 따라 재차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