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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의 아트+머니] '안목의 기업가' 찰스 사치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7-10-28 13:29

예술 경영에 관심이 많고, 그림에 투자하는 기자입니다. 금융감독원과 증권사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예술과 관련된 돈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재테크는 <좋아하는 대상>과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메디치 가문과 같은 금융사의 행보를 기대합니다.

▲ 찰스 사치와 사치 갤러리ⓒ사치 갤러리
영국의 기업가 '찰스 사치(Charles Saatchi)'를 닮은 사람을 알고 있다. 예술을 보는 안목과 사업적 식견을 가진 경영자다. 언어학을 전공한 그는 컴퓨터 언어를 연구하면서 박사 학위를 땄고, 자신의 연구 분야를 사업으로 풀어간 케이스다. 언어학은 인문대에 속하지만 연구방법은 자연과학에 가까워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와 관련성이 높다. 그는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자연 언어 처리 전문가(NLP)다.

안목이 있었던 그는 가치를 볼 수 있었고 그래서 많은 것들을 사랑할 수 있었다. 예고 입학을 목표로 피아노를 배웠기에 수준급의 음악적 식견을 가졌다. 어릴 때부터 미술관과 갤러리를 가까이 하면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시각도 있었다. 5개 국어를 구사하는 폴리글랏(Polyglot)이기도 했던 그는 넓은 삶의 스펙트럼을 가졌던 것으로 유추된다. 한 언어에 통달한다는 것은 그 나라 전체를 간파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활동 저변도 넓었기에 그는 혁신의 중요성을 알았고 실행했다. 실리콘밸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한국에서 사업에 나섰다. 국내 기업들이 채택하지 않은 기법을 선택했기에 시행착오도 있었다. 하지만 창의적인 사람만이 시행착오라는 '경험자산'을 가지는 법이다. 인류를 발전시킨 것은 기업가의 실행 덕분 아닐까. 인터넷의 발명이 아니라 인터넷의 상업화가 세계 흐름을 뒤바꿔놓은 것처럼 말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트렌드와 흐름을 만들어 수요와 소비를 증가시키는 기업가를 '레인메이커(rainmaker:가뭄 때 비를 오게 하는 주술사)'라 부르는 이유다.

그를 만날 때마다 기자는 영국의 기업인이자 예술 투자가인 찰스 사치(Charles Saatchi)를 떠올리게 됐다. 광고사업으로 재벌이 된 사치는 '사치 갤러리'와 광고대행사 'M&C Saatchi'의 경영자이며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광고기업 '사치 앤드 사치(Saatchi & Saatchi)'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 ⓒ사치 갤러리


유대인 출신인 사치가 사업 잘하는 기업가이기만 했다면 평범한 스토리일 것이다. 사치는 벌어들인 돈을 미술에 투자한 컬렉터로 끝나지 않았다. 미술 사조에 등극할 수 있는 예술 트렌드를 직접 간파하고 이끌어낸 레인메이커다. 사치는 돈가뭄의 90년대 세계 미술 시장에 비가 오게 만든다.

그는 기존 미술 트렌드가 식상해진 당시 영국 젊은 화가 집단 'YBA(Young British Artists)'를 시장에 등장시키는 위험에 도전한다. 미술계는 시간의 세례를 받지 않은 '날 것'은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타이밍이 절묘했다. 새로운 컨텐츠에 대한 갈증이 극에 달했던 미술 시장에 등장한 YBA는 자유롭고 재치있게 매력을 어필했다. 도발적이고 센세이션한 전시 '젊은 영국 아티스트들(YBA)'는 대히트를 쳤고, 영국의 젊은 전위적 작가들은 미국과 다른 나라에도 알려지게 된다.

이때 데뷔한 데미언 허스트, 레이첼 화이트리드, 트레이시 에민 등 'YBA'로 불리며 현재까지 세계 시장을 주름 잡고 있다. 창의적인 예술가단, 혁신과 새로움이 필요한 시대임을 간파한 찰스 사치와 딜러 제이 조플링, 그리고 런던 최고의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갤러리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이처럼 기업가 정신은 시장을 변화시키고 돈의 흐름을 바꿔놓는다. 이것들은 책을 읽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자산과 실행을 통해 성취 가능하다.

기업가 정신은 '순수한 기쁨'에서 시작된다. 자신이 꿈꾸는 변화를 직접 만들어보고, 이 세상에 기여했을 때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느끼는 흥분과 열정은 전염될 수밖에 없다. 사회와 세상도 함께 변화한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레인메이커들의 활동을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