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9년 06월 26일 14:53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신주식의 여의株] “규제 대신 징벌을”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등록 : 2017-10-27 10:45

▲ EBN 경제부 신주식 증권팀장.
지난 23일 금융투자협회는 ‘증권회사 국내외 균형발전 방안’을 주제로 한 언론브리핑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규제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기업 인수합병 시 합병가액도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합병가액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경우 합병가액을 이사회에서 정할 뿐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다”며 “이는 대기업 위주로 성장해온 우리나라가 대기업의 결정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법으로 합병가액을 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 관여하진 않으나 투자자의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결정을 내리거나 불법적인 행태가 적발될 경우 가혹할 정도의 처벌을 내린다”며 “미국에서 회계부정이나 사기범죄를 저지를 경우 인간수명보다 긴 10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지거나 수십억달러 규모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청구돼 기업 자체가 사라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보호방안에 대해서도 황 회장은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 회장은 증권시장에서 말하는 투자자보호가 기관이나 외국인 또는 수십억원의 자산을 굴리는 ‘슈퍼개미’도 아닌 퇴직금 등으로 노후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는 소액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보와 자금력이 부족한 소액투자자들에 대해 다양한 보호방안 마련에 나서더라도 증권사들이 실적을 위해 무리한 상품가입을 권할 가능성을 전부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기존의 규제에서 사각지대가 발견되면 또 다른 규제를 만들어가는 지금까지와 달리 규제를 줄이고 징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황 회장은 “금융권에서 규제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 충분한 명분도 있으나 규제를 줄여 기업의 자유도가 높아지는 만큼 그에 따른 기업의 책임도 높아져야 한다”며 “불법행위를 저지를 경우 회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진이라면 회사 경영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는 자명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사례를 들며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규제가 이들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높아도 사라지는 규제만큼 그에 따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들리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은 불법행위가 적발되더라도 실무담당자의 책임으로 몰아갔으며 경영진의 범죄행위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아도 집행유예로 풀려나오는 등 처벌은 아예 없거나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위기 때마다 ‘책임경영’을 강조하며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기업인들이 규제개혁 및 철폐를 요구할 때 징벌적인 수준의 책임까지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성장과 발전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