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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GA, 설계사 대량해고 '논란'…불공정 계약 '안전장치' 없어

회사 영업정책 따라서 해고…관리·감독의 사각지대
표준 위촉계약 10년째 표류…설계사 권익보호 '시급'

이나리 기자 (nallee87@ebn.co.kr)

등록 : 2017-10-26 00:00

▲ 대형GA인 A보험대리점의 위촉계약서 계약해지 조항.

보험설계사들의 권익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설계사 수백명이 일순간 해고(해촉)되는 일이 발생했다. 설계사 500명 이상이 근무하는 한 대형 보험대리점(GA)소속 설계사들인데 불공정한 위촉계약에 따른 부당한 해촉인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사 권익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해보인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형GA인 A대리점은 300여명의 설계사들이 근무하는 지사의 문을 닫고 추석연휴 직후인 지난 10일 소속 설계사들에게 위촉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A대리점은 "해당 지사 사업부 폐지 및 영업정책 변경에 따라 사업부소속인 설계사들과의 위촉계약을 즉시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꾸준히 영업해오던 설계사들은 해촉 전 수수료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해당 지사장이 설계사들에게 선지급수수료를 과다하게 지급하는 과정에서 거짓계약을 넣었고, 유지가 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해당 설계사는 "잘못을 저지른 지사장의 지사 소속 설계사라는 이유로 졸지에 해촉을 당해 잔여수당도 받지 못하게 됐다"며 "일부의 잘못으로 수백명의 설계사가 피해를 입는 것은 과한 처사"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A대리점은 설계사 300여명과의 계약을 즉시해지한 이후 재위촉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부속합의서를 작성토록 했는데 해촉 이전 계약에 대한 수수료 및 기타 수당 등 채권을 포기하는 조건을 달았다.

A대리점의 해촉은 위촉계약서의 11조 계약해지 조항에 따른 것으로 제3항 14호 '회사의 조직 통폐합, 사업변경, 영업정책의 변경 등으로 회사가 해촉을 결정한 경우'에 근거했다. 이밖에도 즉시해지할 수 있는 항목이 23가지에 달했다.

한 변호사는 "설계사들의 권익은 무시한 채 회사정책에 따라 이현령비현령 바뀔 수 있는 불공정 계약"이라며 "금융당국으로부터 그나마 관리 감독을 받고 있는 대형 GA가 이 정도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형 GA들의 상황은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계사들의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 한 이같은 해촉은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설계사들에 대한 위촉계약은 2007년 제정된 금융감독원의 모범규준발표 이후 10년째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마저도 대리점들이 입맛에 맞게 바꾸면서 설계사들은 위촉과 해촉에 안전장치 없이 고용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보험설계사 권리 강화 입법화를 위한 '표준 위촉계약서 모범규준' 제정이 지난해 추진됐지만 흐지부지된 상태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서 2012년 4월부터 운영 중인 '보험설계사에 대한 불공정행위 예방을 위한 준수규약'이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무용지물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에 대한 노동3권과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면 부당한 해촉과 위촉 문제를 바로잡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