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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의 아트+머니] 경영자의 창의적 세계를 금융당국 언어로 설명하려면

예술이 담아내는 세계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고 데이터로 설명 불가능
예술의 힘을 빌려 영감을 얻은 기업인, 미래를 상상하고 예측 가능해
금감원은 경제에는 사람과 사람들이 꾸는 꿈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7-10-23 12:00

예술 경영에 관심이 많고, 그림에 투자하는 기자입니다. 금융감독원과 증권사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예술과 관련된 돈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재테크는 <좋아하는 대상>과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메디치 가문과 같은 금융사의 행보를 기대합니다.

▲ 한 증권사의 1대주주인 오너 경영자는 낡은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선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그런 측면에서 예술을 사랑했다. 가까이엔 늘 그림이 있었다. 어찌 보면 예술이 보여준 새로운 세계를 통해 큰 부자가 되는 영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EBN
예술이 담아내는 세계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예술은 무한한 상상력과 영감의 우주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항상 우리 주변에 있고 틈이 생길 때마다 우리 안에 비집고 들어와 일순간 뒤흔들어 놓는다. 예술의 힘을 빌려 영감을 얻은 기업인들은 미래를 상상하고 예측하면서 도전할 만한 사업에 착수한다.

상상력의 힘을 채택한 경영 사례는 많아지고 있다. 성공 사례도 늘고 있다. 기업브랜드 컨설팅기업인 ‘메타브랜딩’에는 월요병이 없다. 월요일 아침 직원들은 회사로 출근하는 게 아니라 영화관으로 가서 조조영화를 보는 게 첫 ‘업무’이기 때문이다. 느긋하게 점심 먹고 회사로 출근하면 보통 1시30분. 본격적인 업무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메타브랜딩의 대표작은 화장지 브랜드 ‘잘풀리는집’, KEB하나은행 통합브랜드, 다음카카오 브랜드통합 작업 등이 있다.

한계에 도전해 사막을 세계 최고 관광도시로 만들겠다는 두바이의 야심찬 프로젝트나 한국이 만들어낸 게임 시장도 상상력의 산물이다. 국내 게임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배틀그라운드'가 지난 8월 세계 게임매출 순위에서 나란히 3위와 4위, 5위를 기록한 점이 인상적이다.

세계적 의류기업 베네통은 파브리카라는 예술가 집단의 상상력을 빌려 패션에 적용한다. 이처럼 예술은 ‘미래를 앞당겨오는 상상력’을 촉발시킬 수 있고, 고정관념을 깨부술 수 있다. 2000년대가 정보의 사회였다면 이 다음은 ‘상상력의 시대’라 말하는 이유다.

금융업은 상상력이 스며들기 어렵다는 편견이 있다.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인기몰이는 단순히 낮은 이자의 간편한 앱 때문만이 아니었다. 친근한 캐릭터로 기존 은행이 갖고 있던 힘(권력)을 내려놨다는 데서 의미심장한 시도다. 은행이 제왕이던 시대는 갔다. 소비자 마음의 문을 먼저 두드린다는 카뱅의 사용자 관점이 매력적으로 시장에 작용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관점은 행동을 바꾼다. 낮은 자세를 보여준 은행은 여태까지 없었다.

상상력과 경영 간의 관계를 이론으로 정리했던 사람이 있다. 경영사상가 50(thinkers 50) 상위에 랭크된 토론토대 경영대학장인 로저 마틴 교수다. 그는 ‘디자인씽킹’ ‘비즈니스 디자인’이라는 개념으로 경영에 상상력과 창의력이 왜 중요한 지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2005년)에 담았다.

이에 따르면 기업 경영은 크게 버텀업(Bottom-Up) 방식과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나뉜다. 버텀업 방식은 과거에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사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쪽이다. 검증된 방법이어야 하다 보니 새로운 사업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톱다운 방식은 어떤가. 데이터가 아니라 직관을 따른다. 아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지만 ‘될 것 같다’는 타당성(Validity)과 가능성이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고객이 제시하는 의견과 아이디어, 외부의 시각, 세계적 흐름, 창의력이 영향을 준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데이터가 수집될 때까지 의사결정을 유보하다가는 돈 벌 기회를 놓치기 쉽다. 한 경영학자는 “인간 사회의 모든 변화는 허용된 부분과 상상력 사이에서 일어났다”면서 “지금은 상상하면 모든 게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언급했다.

▲ 예술이 담아내는 세계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예술은 무한한 상상력과 영감의 우주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항상 우리 주변에 있고 틈이 생길 때마다 우리 안에 비집고 들어와 일순간 뒤흔들어 놓는다. 예술의 힘을 빌려 영감을 얻은 경영자와 기업인들은 미래를 상상하고 예측하면서 도전할 만한 사업에 착수한다. ⓒEBN

한 증권사 1대주주인 오너 경영자는 낡은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선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그런 측면에서 예술을 사랑했다. 가까이엔 언제나 그림이 있었다. 어찌 보면 예술이 보여준 새로운 세계를 통해 큰 부자가 되는 영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예술은 고정관념을 소멸시킨다. 그리고 예술적 장소는 세계 각국의 상류층 VIP 인맥을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이다. 세계적 미술경매회사인 홍콩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이런 역할을 한다. 중국과 중동의 ‘큰 손’과 VIP들이 모여드는 아시아 최대 네트워킹 장소이기도 하다. 오너 경영자의 발걸음도 인맥과 시장이 형성되는 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남들과 다른 창의적 세계는 실수를 발생시킬 수 밖에 없다. 데이터로 검증된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은 타인들에게 비난과 공격의 화살을 받는다. 창의적 태도가 가장 필요한 지금 금융사 경영자들이 굼뜬 이유다.

금융감독원은 이 증권사 오너가 사용한 법인카드 내역을 조사했다. 법인카드 내역 조사는 되도록 검사 때 지양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금감원은 출장 때 쓴 지출내역과 스케줄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장이 자기 회사인 것 마냥 쉽게 생각하는 측면이 보인다"면서 "느슨하고 안일하게 출장을 다녀왔다”고 했다.

하지만 수년전에 받은 검사 때 문제 삼지 않았던 것을 이번 검사에서 지적하는 금감원 모습에 대해 일부에선 승진과 인사를 앞둔 금융투자검사국의 무리한 ‘타깃 검사’라는 소문이 돌았다. 몇몇 국회의원들도 이 이야기를 주시하며 귀를 기울이고 있다.

다른 측면의 금융당국자는 “검사한 사안을 두고 저울질 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공직자들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금융당국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제 회사 측의 최종 소명만 남아 있다. 시장과 당국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고, 그 사이에는 넓고 긴 강이 놓여있다. 이들 간의 대화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까.

시장주의적 측면에서 미국의 간판 경제학자 에드먼드 펠프스 교수는 “세계 경제가 역동성을 얻게 된 기본 전제는 경제 참여자들이 상상력과 에너지를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기존 경제·경영학에는 경제주체가 원하는 상상력과 혁신 의지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지금의 금융 생태계는 정치적 환경이 주는 압력 때문에 창조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생태계를 조성하고 만들어 줄 수 있다는 확신이 과도한 데다 규제만이 시장 과열을 막을 수 있다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울러 정책과 관료주의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없기에 항상 안전한 것만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구조다.

자연히 금융사의 운신의 폭도 줄어들어 '남들 하는 만큼만 가는 게' 우세하다. 자존감이 훼손된 상태에선 주특기가 나올 수 없다. 금감원은 창조적인 금융사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고 자신들의 사업적 존재와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 충족을 완성해나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게 맞다. 한 공직자는 “감사원 감사에서 자존심이 훼손된 금감원이 금융사 검사를 통해 존재감을 세우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어찌보면 감사원의 감사 행태가 경제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다.

문제의 원인은 다양하고 해답은 하나가 아니겠지만 금감원이 금융사 경영진의 창의적 활동을 지나치게 따져 묻다가 기업 혁신과 미래 준비를 약화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금감원은 좌절된 금융사의 자존감이 다시 살아나 새로운 시도들을 할 수 있게끔 응원해야 한다. 또 금융소비자 만족도가 향상되도록 워치하는 존재감으로 서야 한다. 경제와 금융에는 사람과 사람들이 꾸는 꿈이 담겨야 하고 그게 빠지면 지폐만 남게 된다. 시장을 대하는 금감원의 인문·철학적 통찰이 필요한 때다.